엄마의 동그랑땡
#에세이. 엄마의 명절 음식 03
명절 음식 편
꼬꼬마 시절 내가 주로 먹는 음식은,
따끈한 하얀 밥에 말랑말랑 슬라이스 치즈 한 조각.
고소한 버터에 간장 조금 넣어 비벼먹는 밥.
이런 것들이 전부였다.
어린 시절의 나는 지독한 편식쟁이였다.
기본적으로 우리 집 밥에는 차조와 콩이 꼭 들어 가 있었는데, 밥을 먹으며 콩을 골라내는 모습에 아버지의 불호령이 떨어지기 일수였다.
내 전용 식판이 생기고, 식판에 담긴 반찬을 다 먹지 못하면 식탁에서 일어설 수 없게 되자, 엄마는 울상이 되어 깨작거리고 있는 나를 달래 가며 골라놓은 콩을 다시 하나씩 집어 먹여 주셨고, 그래도 내가 못 먹겠다 버티면 잔소리를 한 바가지 하시면서도 내 식판의 반찬을 아빠 몰래 먹어 주셨다. 편식을 하며 반찬 투정을 하는 나로 인해 저녁 식사 후 언니들까지 붙들려 앉아 아빠의 일장 연설을 들어야 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유독 작고 빼빼 말랐던 어린 시절, 그런 나를 먹이겠다며 엄마는 부단히 애를 쓰셨다.
골라내지 못하도록 야채를 곱게 다져 볶음밥을 해주시고, 김치를 물에 씻어 입에 넣어 주시곤 했다.
그리고 자주 만들어 주시던 동그랑땡!
(명절에 먹는 고기완자를 우리 집에서는 '동그랑땡'이라고 불렀다.)
당근, 파, 양파, 고추, 마늘
모두 내가 싫어하는 것 투성이었지만, 고기와 함께 동그랑땡으로 합체가 되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한입 크기로 작게 부쳐 먹기도 하고, 조금 크게 부쳐 모닝빵 사이에 끼워 햄버거를 만들어 먹기도 했다.
햄버거로 만들 때면 엄마는 양배추나 상추 몇 장을 넣어 주셨는데, 나는 굳이 그걸 골라내고 먹었었다.
명절에는 내가 좋아하는 동그랑땡 반죽이 양푼 가득 비벼지고 고추, 깻잎, 버섯과 함께 고기완자 전이되었다.
그중 고추전과 깻잎전은 정말 맛있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하나 둘 늘어나게 되었다.
지금의 나는 편식을 했던 사실이 있었을까 싶게 못 먹는 것 없이 잘 먹는다.
어릴 때처럼 작고 연약한 몸이 아닌데도, 아빠는 여전히 내 밥을 챙기신다.
"밥은?"
"안 먹어도 돼요."
"애 뭐 먹을 것 좀 챙겨줘라!"
아빠가 이러시면, 엄마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씀하신다.
"아직도 저런다, 너 안 먹으면 내가 혼나."
배가 고픈진 않지만 못 이기는 척 식탁에 앉는다.
"그럼 전 몇 개만 줘"
엄마는 내가 온다며 만들어 두셨던 동그랑땡을 꺼내 데워 주신다.
맛있는 동그랑땡을 먹는 내 모습을 두 분이 흐뭇하게 바라보신다.
아빠의 기억 속 나는 여전히 잘 안 먹는 막내딸 인가 보다.
엄마의 동그랑땡을 만들어 보았다.
돼지고기 간 것과 각종 야채를 다져 넣고 계란과 부침가루로 반죽을 만들었다.
역시 맛있다. 그런데 왠지 엄마의 동그랑땡과는 다르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비법을 물어본다.
엄마의 동그랑땡 비법
소고기와 돼지고기 간 것 1:1
각종 야채 다진 것
계란 + 밀가루 반죽
비싼 소고기로 동그랑땡을 만들면 아깝다는 신랑이지만, 돼지고기던 쇠고기던 내가 만들어 주는 동그랑땡을 맛있게 먹어주는 신랑이 있으니, 오랜만에 동그랑땡을 만들어 봐야겠다.
맛있는 동그랑땡이 완성되면 소주 안주라며 즐거워할 신랑의 미소가 눈에 선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