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국은 왜 안 팔아요?

#에세이. 엄머의 국 06

by 라핌
미역국


생일이면 엄마는 꼭 미역국에 팥밥을 지어 주셨다.

양력 2월 생인 나는 음력 12월의 아빠의 생신에 밀려 간소하게 지낼 때가 많았는데, 어린 시절 수수떡을 올려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주시는 엄마에게 왜 나만 케이크가 없냐며 때를 썼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설 명절에 아빠 생신에 외할머니 생신도 그즈음이라 이것저것 돈 나갈 일이 많았을 텐데 어린 나는 철 모르는 투정을 부려댔던 것이다.


지금은 생일이면 엄마의 미역국 대신 신랑의 미역국이 날 기다리고 있다.




엄마의 미역국은 두 종류가 있는데 '고기 미역국'과 '된장 미역국'이다.

미역에 조개와 된장이 들어간 정체불명의 된장 미역국은 편식이 심했던 어린 시절의 나에게는 '불호'의 음식이었지만, 아빠에게는 최고의 메뉴였다.


내가 좋아하는 건 한우 양지가 듬뿍 들어간 고기 미역국이었다.

엄마의 간장과 동해의 미역, 양지 고기가 들어간 미역국은 짙은 검푸른 색에 뽀얀 국물로 그 빛깔부터 남 달랐다. 나는 모든 미역국이 이런 색인 줄 알았다.


성인이 되어 백반집에서 마주한 미역국은 실소를 터트리게 하였다.

'이게 미역국이라고?'


사람들이 당연한 듯 먹는 멀건 미역국은 내게는 너무나 생소한 음식이었다.

내가 먹어왔던 엄마의 미역국이 정말 정성 가득 특별한 음식이었던 것이다.


엄마의 미역국

아주 커다란 냄비에 불린 미역을 넣고 미역이 잠길 정도의 물만 넣는다.
엄마의 간장을 넣고 졸인다.
충분히 졸인 후 냄비 가득 물과 고기를 넣는다.
물이 냄비의 반절로 줄어들 때까지 푹 끓인다.


곰탕 끓인 듯 고아낸 엄마의 미역국은 생일뿐 아니라 언제 먹어도 맛있고, 해장으로도 딱이었다. 아침 식사를 거의 하지 않는 나였지만 미역국이 있으면 국물 한 사발 쭉 마시고 출근을 할 정도였다.


이렇게 맛있는 미역국을 왜 식당에서는 주인공으로 팔지 않는 것일까?

세상 맛있는 음식들은 다 팔면서 백반집의 멀건 미역국이 아닌, 미역국이 주인공인 식당을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있다고 한다면, 제주도의 '보말 미역국' 정도 일까? 그것도 엄밀히 따지면 주인공은 '보말'이라고 봐야 하니, 엄마의 진한 육수의 미역국과는 다른 것이다.


이러니, 엄마의 고기 미역국을 먹으려면 엄마의 비법을 배워 내가 끓여 먹는 수밖에!




신랑의 생일날 소고기를 사러 간다는 내게 신랑은 조개 미역국의 존재를 알려주었다.

나는 인터넷 레시피를 뒤져 생전 처음으로 조개 미역국을 끓여 보았다.

서울 사람 신랑에게는 아무래도 조개 미역국이 더 친숙한 모양이다.

맛있게 먹는 신랑을 보며 다음에는 꼭 엄마의 고기 미역국을 끓여 주겠노라 속으로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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