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국으로 통일!
#에세이. 엄마의 국 05
생선국
세화오일장 생선가게
"국 끓이려고 하는데 어떤 생선이 좋아요?"
이런 나의 질문에 신랑은 의심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시장에서 사 온 생선으로 엄마가 해주던 생선국을 떠올려 가며 국을 끓였다.
신랑 왈
"이건 찌개잖아!"
나는 눈을 껌벅이며, 잠시 멈춰 선다.
뭐가 다른 거지?
강원도가 고향이신 부모님의 식탁에는 이름 모를 생선국이 오르곤 했다.
재철 생선, 엄마의 레시피로 끓인 그것은 매운탕도 아니요, 조림도 아니요, 찌개와 가장 가깝다고 봐야 할 것 같지만, 그렇다고 찌개라고 부르기엔 애매한 그런 음식이었다.
그렇다고 '국'이라고 부르기엔 국물이 적었던 그 음식을 특정한 이름으로 부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뿐만 아니라, 국그릇에 떠 주는 모든 국물요리는 그냥 '국'으로 통일되었으니, 이제 와 생각해 보면 엄마는 찌개, 국, 탕, 조림 등의 국물 음식들을 세심하게 구분하여 부르지 않으셨던 것 같다.
이 현상이 강원도 사투리에서 비롯된 것인지 엄마의 언어 습관인지는 알 길이 없다.
식당에서야 메뉴판 그대로 읽으니 틀릴 일이 없었지만, 집에서 집밥을 하기 시작하면서 엄마의 레시피를 하나씩 만들어 보는 요즘, 나의 이 근본 없는 음식 명칭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건 내 음식을 먹고 있는 신랑뿐인 것이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서울 사람
신랑은 정확한 명칭을 중요시하는 성격이다.
"시장 가서 국 끓일 거 달라 그러면 이상한 거 주잖아. 조림할 거라던가, 찌개 끓일 거 달라고 했어야지."
내가 끓인 생선국의 비릿함에 수저를 내려놓으며 하는 말이다.
전혀 비리지 않은데...
엄마의 맛을 기억하며 만든 나의 생선국은 기본적으로 된장 베이스에 고춧가루 마무리이다.
매운탕과 된장찌개의 중간쯤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나에게는 익숙한 그 정체 모를 생선국이 신랑에게는 너무 생소했나 보다.
요리 솜씨의 문제였을까?
생각해 보면 신랑은 맛있게 먹는 내장탕을 나는 안 먹지 않은가.
신랑은 나보다 생선에 대한 면역력이 낮았던 걸로 스스로 위안을 삼아 본다.
제주도에 와서 처음 보는 생선국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각재기국, 갈치국, 옥돔국
모두 맑게 끓여낸 지리탕 종류이다.
'이것 봐 다 '국'이라고 부르잖아!'
이것들을 맛있게 먹는 신랑이니, 역시 내 요리 솜씨가 문제였나 보다.
다시 한번 엄마에게 자세한 레시피를 물어 생선국에 도전해 봐야겠다.
그래도 비리다 하면, 못 먹는 걸로!
엄마의 생선국 레시피
명태 또는 우럭 + 무
강원도 막장에 고추장 조금
고춧가루 팍팍
파, 마늘, 고추 넣어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