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은 얼마나 삶아야 할까?
#에세이. 엄마의 국 08
콩나물국
콩나물국을 끓일 때면 엄마의 에피소드가 항상 생각이 난다.
젊은 엄마였던 시절, 예전에는 필수 혼수품 이라던 요리책 전집이 우리 집에도 있었다.
요리에 서툴렀던 엄마는 요리책을 보면서 새로운 음식에 도전해 보셨던 것 같다.
엄마의 도전 정신이 아빠에게는 달갑지 않았으니, 아빠의 인식 속 엄마는 요리 못하는 사람이었다. (지금 엄마는 아빠에게도 나에게도 최고의 요리사다.) 엄마의 요리에 대한 불신이 가득했던 아빠는 대단한 평론가라도 된 듯 엄마의 요리를 평가하곤 하셨다.
그중 문제의 콩나물국이 있었으니, 세상 쉬운 이 콩나물국이 무슨 죄인가.
끓이는 족족 콩나물일 질기다 비리다 타박을 놓는 통에, 어느 날 엄마는 '이래도 질긴가 보자!' 하시며 콩나물을 넣고 한 시간을 푹~고으셨다. 하지만 콩나물은 더 질겨지기만 할 뿐, 결국 그날의 콩나물국도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한참 뒤 TV의 어느 요리 프로그램에서 콩나물국을 끓이는 모습을 유심히 보시던 엄마는, 뭔가 큰 깨달음을 얻은 듯 외치셨다.
'그래! 콩나물은 너무 삶으면 더 질겨지는 것이 었어!'
콩나물 에피소드는 여전히 기억이 나지만, 엄마의 콩나물국 요리는 아무래도 생각이 안 나는 걸 보면, 그리고도 콩나물국은 많이 안 끓이셨던 것 같다.
결혼 초 마침 '집밥 백선생'이 한창 방영 중이었다.
엄마의 요리를 옆에서 보는 것과 내가 직접 요리를 해보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었기 때문에 식탁을 차리는 일은 막막하기만 했다. 그런 나에게 '집밥 백선생'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물을 잡는 법, 간을 하는 법 등의 요리의 기본과 원리를 알려주어 막막했던 요리에 눈을 뜨게 해 주었다.
그 뒤로는 인터넷 레시피를 뒤지고, 엄마의 손맛을 떠올리며 나름대로 활용하여 요리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콩나물국도 인터넷 레시피를 보고 처음 끓여 보았다.
육수를 내고, 뚜껑을 열고, 콩나물 넣고 10분!
다행히 내가 해주는 건 뭐든 잘 먹는 신랑이 항상 맛있다 해주니 나의 요리는 언제나 '성공'이다.
지금은, 냉국을 좋아하는 신랑을 위해 여름이면 꼭 콩나물국을 끓여 놓는다.
그러면서도 콩나물과 무를 함께 넣는 걸 보면, 아마도 명절에 먹었던 엄마의 나물국의 영향인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