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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핌 Mar 18. 2022

오늘도 두통약을 먹는다

Daily life

며칠 전부터 이유 없는 두통이 나를 괴롭혔다.

두통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부터 두통은 종종 나를 괴롭혔다.

이유 없는 편두통에 눈을 질끈 감고 엄마에게 각종 어리광을 부리며 짜증을 냈던 것 같다.


약을 먹기 정말 싫어했던 어린 시절의 나는 어떻게든 약 없이 버텨보려 했지만, 훌쩍 커버린 지금의 나는 각종 진통제를 구비하여 만반의 대비를 한다.


하지만, 참을 수 있을 정도의 약한 두통은 푹 자고 일어나면 다음날 씻은 듯이 사라져 약이 필요 없게 되고, 참을 수 없을 만큼 강력한 두통은 약을 먹어도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역시나 약은 먹으나 안 먹으나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


이번처럼 3일 연달아 두통이 사라지지 않을 때면 중병에 걸리 환자처럼 원인을 찾겠다며 나의 행적을 복기해 보곤 하지만, 그래 봐야 뚜렷한 해답은 찾지 못한 채 각종 의심스러운 이유를 하나씩 가져다 붙일 뿐이다.


1. 잠을 잘 못 자서 그런가?

> 옆에서 신랑이 몇 시간이나 코를 골며 푹 잤다고 일러준다.

2. 담석이 커졌나?

> 담석으로 염증이 생기면 고온에 참을 수 없는 복부 통증이 온다니 이것도 아니다.

3. 코로나 걸린 거 아냐?

> 세 번이나 자가검사 키트로 코를 찔러보았으나 음성이다.

4. 화장실에 너무 자주 가는데 신장은 괜찮은가?

> 신우신염으로 고생을 한 적이 있어 얼마 전에도 검사를 받았지만 정상이었다.

5. 생리 불순이더니 호르몬 문제인가?

> 이건 뭐 하루 이틀 일이 아닌 몇 년째이니..

6. 몇 주째 입속이 다 헐었는데 세균 간염이 된 거 아니야?

> 얼마 전 스케일링도 받고 잇몸치료도 모두 마쳤었다.

7. 뒷목 당기는 게 목디스크 때문인가?

> 이거야 직업병이니 늘 그 상태이고

8. 환절기라 기온이 급변해서 적응하느라 그런가?

> 체온은 오히려 저온인데? 여러 번 체크해 봐도 34.5도 ~ 36,1도이다.

9. 위장병이 있나?

> 소화가 잘 안 되나 싶으면 양배추즙과 매실차를 마셔대긴 했지.

10. 스트레스?

> 특별히 그런 거 없는 거 같은데..




왼쪽 눈 뒤편으로 쏟아져 내리는 듯한 통증.

눈을 뜨고 있기 힘들 만큼 무거워진 눈꺼풀.

왼쪽 귀 옆으로 찡- 하고 지나가는 시린 느낌.

뒤통수부터 목 뒤까지 찌릿찌릿 당기는 통증.

코는 막히고 목은 붓고 볼을 빨갛게 달아오른다.


[군발성 두통]
수일 동안 짧게 반복되는 극심한 두통
군발성 두통은 극심한 두통이 짧게 머리 한쪽에서만 생기는 것이다. 하루에 한 번에서 네 번 정도 발생하지만 그 후 수개월이나 수년 동안 아무 증세를 보이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 중략 -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
군발성 두통은 오전 일찍부터 시작된다. 대개 머리와 얼굴의 한쪽에서 갑자기 격심한 두통이 시작된다.
* 눈 주위나 관자놀이에 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 눈이 충혈되고 눈물이 난다.
* 눈꺼풀이 처진다.
* 코가 막히고 때로는 한쪽 코에서 콧물이 나온다.
* 한쪽 얼굴만 붉게 상기된다.
통증은 몇 분에서 약 3시간까지 지속되는데 평균적으로는 15-30분간 정도다. 갑자기 생전 처음 겪는 듯한 심한 두통이 생기거나 과거와는 다른 두통이라고 판단될 경우, 심각한 질환일 수 있으므로 의사에게 진찰을 받아야 한다.

출처 : 서울대학교병원 | 의학백과사전


일전에 알 수 없이 지속되는 복통으로 응급실을 간 적이 있었다. 전신 CT까지 다 찍어 보았으나 '특이점 없음'으로 장에 좋다는 유산균 처방을 받고 돌아 나왔었다.

지금의 두통도 고통을 느끼는 나에게는 심각한 일이지만 응급실에서 뇌 MRI를 찍어본들 원인이 나올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코로나 시국이라 걱정이 되어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갔으나 약 처방이 전부였다.

처방을 받은 약을 유심히 살펴보니 TYLENOL ER, 타이레놀이다.


퇴근 후, 병원에서 처방받은 타이레놀을 먹고 전기장판 온도를 5로 높이고 오리털 이불을 머리까지 끌어올려 뒤집어쓴 후 잠이 들었다. 두어 시간 비몽사몽 자고 일어나니 괜찮아진 것도 같다.


퇴근한 신랑의 손에 내가 좋아하는 치킨이 들려 있다.

치킨을 먹고 있는 대로 어리광을 부리고, 또 자러 들어간다.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고 일어나니 좀 나아진 기분이다.


두통에는 역시 어리광과 숙면이 최고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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