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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핌 Mar 23. 2022

한국사람에게도 어려운 맞춤법

WRITING

빠른 2월 생일인 나는 한해 먼저 학교에 입학했다.

딸 셋 중 막내딸인 나는 부모님께서 그저 착하고 예쁘게 자라라며 내버려 두었기 때문에 조기교육 같은 것은 시킬 생각도 하지 않으셨었다. 당연히 나는 내 이름 석자 겨우 쓸 정도의 실력으로 국민학교 1학년을 다녀야 했다.

무수한 빗줄이 가득한 받아쓰기 성정표에도 엄마는 화를 내신적이 별로 없었다.

공부를 잘하던 큰언니에게는 한 문제만 틀려와도 불같이 화를 내는 성격이셨기 때문에 나에게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를 무관심이 조금은 어색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 다행히 빠르게 또래를 따라잡아 받아쓰기에서 100점을 맞고, 고학년이 되어는 백일장에서 상도 받게 되었지만 엄마는 여전히 '아이고, 우리 애기 한글도 쓸 줄 아네' 하시며 놀려대곤 하셨다.




수요일 저녁이면 '대한 외국인'이라는 프로그램을 종종 즐겨본다.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잘 아는 외국인들은 띄어쓰기나 맞춤법 문제뿐만 아니라, 사투리 문제도 척척 풀어낸다. 그 모습을 볼 때면, 오히려 최근의 문법으로 학문의 영역에서 한국어를 공부 한 그들이 한국어를 더 정확하게 아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한국어를 정확하게 공부한 것은 언제였을까?

생각해보면 국민학교 시절(초등학교라고 쓰려했지만, 나는 국민학교를 나왔다.) 교과서로 배운 한국어 공부가 나의 한국어 배움의 전부이다.

아나운서가 되거나 국어 교육을 위한 특수 목적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이 그렇듯 그 이후의 한국어는 생활 속에서 책 속에서 자연스럽게 익히고 쓰이게 된다.


그 시절 국민학교에서 배운 국어의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지금의 그것과 일치할까?

당연히 일치하지 않는다.

지금의 한국어는 국립국어원에서 주기적으로 수정하여 업데이트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업데이트되는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그때그때 공부하여 알고 있지 않는다면 우리는 금방 틀린 답을 적어낼 수밖에 없다.


문법에는 자신이 있다는 신랑도 대한 외국인의 띄어쓰기 정답을 보며, '언제 저렇게 바꼈냐!'며 놀라니 말이다.


한국어 띄어쓰기가 어려운 이유는 '형태소의 자립성'이라는 계속 변하는 것을 띄어쓰기의 기준으로 삼는 큰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복합 명사는 언제든지 합성어로 인정될 수 있으며, 의존명사 역시 시간이 지나면 문법화의 과정을 통해 어미로 변할 수 있다. 즉, 띄어 쓰던 단어도 언제든지 시간이 흐르면 붙여 쓰게 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띄어쓰기 규정을 언중의 언어습관에 맞추려면 기관에서 이를 규범/사회적으로 계속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해진다.

출처 : 나무위키 | 띄어쓰기





엄마에게 '한글도 쓸 줄 아네'라며 놀림받던 한국어 실력이니, 나에게 이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말 안 해도 알 것이다. 그래도, 나름대로 틀리지 않게 잘 썼다고 생각하며 브런치의 맞춤법 검사를 눌러보면, 어김없이 수많은 빨간 밑줄이 우수수 쏟아져 내린다. 

빨간 밑줄을 보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띄어쓰기를 발견할 때면, 심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더라도 하는 수 없이 수정 버튼을 눌러 고쳐야 하는 괴리감에 마음속으로 '이것도 틀렸다고!'를 외쳐댈 뿐, 내 주장을 밀어붙이지 못하고 AI에게 의존하여 오늘도 수정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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