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교내 육상부에서 활동했다.
몇 교시 정도는 수업을 듣지 않고 운동을 했으니 육상꿈나무였던 것 같다.
담당 선생님이 매우 무서웠고 몇 번 맞은 기억만 날뿐 훈련 기억은 선명하지 않다.
다만 나는 단거리 선수였고,
아무리 열심히 훈련받고 노력해 봤자 동 학년 사이에선 만년 2등이었다는 것이 생각난다.
여기서도 1등을 못하는데 미래가 있을까 하며 육상을 그만둔 기억은 선명하다.
총소리….
늘 내 앞에서 뛰는 1등….
사실 좀 훈련보다는 심적인 압박에 힘들었다.
기록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늘 내 앞에서 뛰는 1등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현실이
오히려 차이가 컸다면 덜 괴로웠을까?
그럼에도 나는 뛰는 걸 좋아했다.
뛸 때는 자유로움을 느꼈다.
내가 육상부 여서 좋았던 것은 지루한 수업을 듣지 않아도 됨이었고,
상대적으로 운동부가 주는 강한 이미지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굉장히 내성적이었던 나는 운동한다는 이유로 친구들이 멋있게 봐주며 관심 가져주는 것도 좋았고
남자아이들이 나에게 함부로 하지 않았다는 것도 좋았던 것 같다.
난 등하교를 뛰어서 했다.
당시 EBS에서는 아침에 네모네모 스펀지송을 해주었는데,
지금은 네모바지 스폰지밥이 된 그 만화를 매우 좋아했고,
우리 집과 학교의 거리는 그 방송을 다 보고 등교하여도 전혀 지각하지 않는 정도였다.
만화를 보고 싶어서 뛰었냐고? 절대 아니다.
내가 뛰어서 등하교를 했던 이유는 단 하나,
내가 육상부임을 자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집에서 신발끈 묶고 출발해서 교실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뛰어서 등교하는 기분.
생각보다 큰 기쁨이었고, 나중엔 루틴이 되었다.
헥헥거리면서 교실문을 열고 들어오면 오늘도 성공했다는 작은 성취감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수업이 마치면 또 뛰어서 집에 간다.
그렇게 뛴다. 그래서 뛴다.
참 웃기고, 건강한 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