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엄마의 도라지무침

by RAPO

엄마의 집 반찬 베스트는 단연 도라지 무침이다.

새콤달콤한 엄마표 도라지무침.

평소 집에서 밥을 잘 안 먹던 나 지만,

엄마가 도라지무침만 해 놓으면

별맛 없어 싫어하던 뭇국에도 밥을 말아 도라지무침과 한 그릇 뚝딱하니

엄마는 날 식탁에 앉히는 요령을 안다.

도라지만 무치더라도 그만인데, 오이랑 함께 무친다면 어떨까?

아삭함이야 이미 도라지도 한몫하겠지만,

도라지와는 다른 아삭함 그리고 시원함이 더해져 무침의 퀄리티를 높여준다.

또 하나 절대적으로 반가운 재료로는 오징어도 있다.

맥주 한 모금을 마시고 도라지를 먹을까, 오이를 먹을까, 아니야 오징어를 먹어야겠다 하다 결국은 오징어 한 입에 적당한 크기의 도라지와 오이를 찾아 입에 쑤셔 넣게 만드는 완벽한 삼합.

그냥 도라지무침을 좋아하는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다.

사실 다른 데서 먹은 도라지무침은 감흥이 없다.

자박하게 양념 국물이 있는 울 엄마의 도라지무침이 최고다.

시집가면 엄마의 도라지무침을 꼭 전수받겠다고 다짐했는데

결혼 7년 차에도 엄마에게 도라지무침을 얻어먹는 요알못이 되어버렸네.

일어나서 밥을 먹으려고 냉장고를 열어보니

도라지무침이 없어서 우울했던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전수는 무슨...

그냥 오래도록 엄마의 도라지 무침이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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