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놀이터 전투

by RAPO

중학교 3학년 시절.

난 친구들과 검도장을 다녔다.

검도장 근처에는 작은 공원이 하나 있었는데,

운동 마치고 아쉬우니 친구들과 그 공원에서 자주 놀았다.

여느 날과 같이 친구 두 명과 공원 벤치에 앉아 수다를 맛있게 떨고 있는데

“조용히 해라!”

소리와 함께 누군가 우리 뒤쪽에서 모래를 던지는 게 아닌가.

머리카락이 길어 사이사이에 모래 알갱이가 껴서 아주 기분이 더러웠다.

“어떤 새끼야!”

"나다"

초 6학년 남자아이 한 명이 나왔고, 그 뒤엔 친구로 보이는 아이들 8명 정도.

순간 생각보다 많은 머리수에 쫄았지만, 우린 센 척을 해야만 했다.

그래야만 이것들을 이길 수 있겠다고 싶었기 때문이다.

“죽고 싶냐?”

그것들은 죽여보라며 낄낄... 우릴 더욱 자극했다.

"야 우리 검도하거든? 우리 검도장 바로 옆이거든?"

걔들은 콧방귀를 뀌며 더 약 올렸다.

정말 열받았지만 무서운 마음도 공존했다. 근데 또 지기는 싫었다.

"여기 가만있어라 너거들"

가오가 내 정신을 살짝 지배했던 중3 병 걸린 검도소녀는

친구들을 놔두고 검도장으로 바바박 뛰어갔다.

아프진 않지만 길고 위협적인 죽도를 놔두고,

그 초딩들을 죽여놓을 심산이었는지 목검을 빼들었다.

사범님께 잠시만 쓰겠다고 급하게 말하고, 친구들이 기다리는 공원으로 향했다.

영화에서 보면 정글에 우연히 떨어진 주인공이 가방을 잃어버리고

여기저기서 우끼끼 거리며 가방들고 농락하는 원숭이들 마냥

골목 사이사이에서 초등학생들이 튀어나오며 우리를 놀렸다.

이에 또 열받은 우리는 내가 챙겨온 목검을 하나씩 들고 각개전투를 실시.

초딩새키들에게 인생의 무서운 맛을 보여주기 위해서 열심히 뛰어다녔지만

이 원숭이 같은 초등학생들이 하도 빨라 잡진 못하고 목에서 쇠 맛만 볼 때쯤

한 놈이 또 내 머리에 모래를 뿌리고 푸드득 거리며 도망간다.

순간 매우 열받은 나는,

육상 꿈나무 시절 기록 단축을 하기 위해 뛰었던 것처럼

혼신의 힘을 다해 뛰었고 결국 그놈을 잡았다.

근데 너무 빨랐던 탓인지 친구들이 따라오지 못했고

골목엔 나와 목덜미 잡힌 초등학생, 둘뿐이었다.

아무리 초등학생이라도 덩치도 크고 남자아이였고...

솔직히 말하면 쫄았다.

“다.. 다신 공원에 얼쩡거리지 마라!”

겨우 잡은 옷을 허무하게 놔주었다.

그리곤 혹시나 그 녀석이 쫓아올까 싶어, 친구들에게 뛰어갔다.

아무것도 모르는 친구들에게도 센 척을 하고 싶었던 지라,

이제 집에 가면 된다고, 마치 사건을 멋지게 해결한 듯 이야기했다.

그래도 혹시 몰라 집까지 목검을 가지고 갔다.

그리고 고3이 될 때까지 그 공원 근처로는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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