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때 드라마에 굉장히 빠져 지냈다.
드라마를 좋아하는 걸 넘어서서,
인상 깊은 장면을 보면 거울 보고 따라 하고 대사 연습도 하고 그랬다.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게 된 것의 수순인가 싶다.
또, 드라마틱한 연출들에 매료되어 있었다.
극적인... 아주 지루한 내 일상과는 다른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어느 날, 우리 집에 도둑이 들었다.
이불장, 서랍 등 다 뒤져서 물건들을 해쳐 놓고 집안 꼴이 아주 개판이었다.
아직까지도 궁금한 건, 우리 집을 오랫동안 타깃으로 삼은것일까?
아니면 늘 도둑질을 염두에 두며 소지하고 다니는 건지...
집안 곳곳에 개똥 선물을 뿌려놓고 갔다.
내가 학교에 마쳐서 집에 가니, 우리 빌라 앞엔 경찰차가 있었고
어리벙벙하며 집에 들어가니, 이웃에 사는 아줌마들이 와서
결혼반지를 도둑질 당하고 우는 우리 엄마를 위로해 주고 있었다.
그제야 강아지도 키우지 않는 우리 집에 대뜸 있는 개똥이 이해되었다.
엄마한테 갔다.
이보다 절망적일 수가
충격받은 듯 매고 있던 가방을 바닥에 '쿵' 떨어뜨려주고
엄마에게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걸어갔다.
그 모습이 슬로우로 느껴졌다.
그 공간엔 울고 있는 엄마와 충격받은 나, 둘뿐이었다.
엄마 팔뚝 근처를 살짝 팡팡 때리며 '거짓말! 거짓말!'이라고 했다.
살짝 눈물도 고였을까. 굉장히 드라마 한 장면 같았다.
봤다. 나 이거 드라마에서 봤다.
그때 등짝 팍!!!!!
201호 아줌마의 스매싱이었다.
“거짓말은 무슨 거짓말! 진짜라니까!”
“어, 엄마 괜찮아?“
진한 개똥 냄새만 집안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도둑은 끝내 잡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