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이쁜 여자애들은 앞머리가 있었다.
육상부에 앞머리 한 친구가 없었지만
운동 마치고 반에 가서 애들 노는 걸 보고 있자니...
이쁜 애들은 다 앞머리가 있더라.
나도 갖고 싶었다.
나도 앞머리가 있으면 이뻐질 수도?
엄마에게 앞머리를 자르고 싶다고 말했는데
관리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앞머리가 아닌 내 요구만 단칼에 자르셨다.
하지만 내 마음은 더더욱 앞머리를 외치고 있었다.
그러곤 엄마가 시장에 가신다길래 삐진척하고 따라가지 않았다.
엄마는 동생만 데리고 시장에 가셨고, 난 혼자였다.
부엌으로 가 가위를 찾아 들고 안방 거울 앞에 무릎 꿇고 앉았다.
앞머리는... 보기만 봤지 어떻게 만드는지 잘 몰랐다.
살짝 당황했지만, 엄마가 오기 전에 해치워야 했기에 마음이 급했던 것 같다.
뭐, 일단 보이는 대로 자르면 되겠지
앞 옆머리들을 한 손에 움켜쥐고 천천히 잘랐다.
잘....
되겠냐아!!!
순식간에 썩둑 잘려나간 내 앞머리...
짧고 삐쭉삐쭉 모양도 길이도 다 이상해.
안 그랬던척하고 옆으로 넘기기도 불가능할 정도로 짧았다.
아씨 큰일 났다... 엄마가 보면 백 퍼센트 혼나겠다 싶었다.
그때 좋은 생각이 났다.
그냥 처음부터 앞머리의 존재는 없었던 것처럼 아~~주 짧게 자르면?
텔레비전에 나오는 빡빡이 아저씨들처럼 맨들맨들 해지도록 짧게 자르면???
생각해낸 해결 방법은 그거뿐이어서 난 가위로 앞머리를 정말 바짝 짧게 잘랐다.
오우, 근데 자르면 자를 수록 맨들맨들해지지는 않고... 까까머리가 되는 것이다.
울었다.
앞머리도 앞머린데 너무 못생겨서...
난 단지 이뻐지고 싶었을 뿐이라고오!
우는 건 우는 거고 어쨌든 엄마가 오기 전에 이걸 수습해야 했다.
일단 2:8 가르마 타서 덮어 가렸다.
그리고 삔으로 머리카락이 돌아가지 않게 고정시켰다.
엄마가 집에 왔다.
보자마자 머리를 왜 그러고 있냐고 물으셨다.
등줄기로 땀이 흐른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지나치는데 엄마가 머리를 살짝 만지셨다.
그러자 가르마를 고정하던 삔이 떨어지고, 애석하게도 가르마는 제 자리로 돌아갔다.
엄마의 눈앞엔
앞머리 잘라달라 조르던 딸이, 지금은 이마가 엄청 넓어진 까까머리가 되어 서 있었다.
방학이었기에 망정이지.
뒤지게 혼나고 집에서 은둔해야만 했다.
근데 하필 방학숙제가 공원 가서 사진 찍어오기였다.
예측하셨겠지만 위 사진이 바로 그때의 나다.
한동안 가르마를 정갈하게 2:8로 타고, 고개도 똑바로 못 세우고 살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 까까머리였던 것들이 자라서 삐쭉 삐죽 가르마를 뚫고 나오기도 했다.
그것도 엄청 웃겼는데...
아니 안 웃겼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