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앞에서

일상

by 사적인 끄적임

연휴가 시작된 주말 아침, 생각지도 못한 부고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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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도 있고, 명절의 시작을 앞두고 있다 보니 찾아뵙지 못하고 부의금만 전달했어요.


작년 봄엔 중학교 친구 아버님의 부고 소식, 올 가을엔 사회에서 만난 지인의 아버님 부고 소식.

결혼식이나 돌잔치보다 부고 소식을 더 많이 접하지만 먹먹한 마음은 쉽게 나아지지 않네요.


하지만 장례식장의 모습은 많이 익숙해졌어요. 소식을 접하면 주변에 알리며 함께 할 지인과 일정을 맞추고, 부의금을 찾고, 방명록에 이름을 올리며 시작하는 순서는 이제 몸에 익었습니다. 가족들과의 인사까지 마치면 간단히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지요. 돌아가신 부모님 이야기로 시작해 서로가 살아온 이야기까지. 사는 게 바쁘니 이렇게라도 만나지 않으면 소식 듣기도 어려워지는 사이가 되었어요.


'어떻게 돌아가셨어?'

'너는 어떻게 지내?'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지는 것이 장례식장의 모습입니다.


그러다 문득 두어 달 전에 읽었던 책의 구절이 떠올랐어요.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셨어요?"


김유나 작가의 책 '내일의 엔딩'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마음에 닿아서 필사해 둔 문장이에요.

주인공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장례를 치르고 있던 상황입니다. 친구가 가족과 함께 장례식장에 찾아와요. 친구의 남편은 러시아 사람이었는데 그가 주인공에게 묻습니다.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셨어요?' 이 질문에 주인공은 당황했지만 차분히 말을 이어갔습니다.


장례식장에서는 어떻게 돌아가셨는지만 물었지 어떤 분이었는지는 물었던 적이... 아니, 궁금해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었던 것이라 생각됩니다. 왜 한 번도 돌아가신 분의 삶을 궁금해하지 않았을까요... 왜 말년에 어디가 불편하셨는지, 얼마나 아팠는지만 물었던 걸까요?


떠나보낸 사람들의 마음이 아플까 봐 그런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아있을 때의 이야기를 꺼내면 마음이 무거워질 테니까요. 그런데 이런 생각도 들어요. 내가 죽어서 누워있다면 어떻게 죽었는지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를 해주면 좋겠다고 말입니다.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주변에 얼마나 나눴는지, 얼마나 재미나게 살았는지를 이야기하면 나의 마지막이 외롭고 힘들지 않을 것 같아요. 아직 이승에 머물고 있을지 모를 혼이 따뜻함과 행복을 가득 채우고 떠날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부모님의 장례식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오갈 수 있게 자주 만나고, 함께 여행 다니며 추억을 많이 만들어야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부모님은 이런 분이셨어~'라고 먼저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이렇게 멋진 분이셨고 덕분에 내가 이렇게 살고 있다고 그래서 너무 감사하다고-


슬픈 소식과 종일 내리는 빗소리가 마음을 심난하게 하는 밤입니다.

내일은 더 많이 이야기 나누고 꼭 고맙다는 말을 전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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