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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앤글 Nov 05. 2023

전집육아 성공기(2)

전집은 죄가 없다.

https://brunch.co.kr/@lovelyrara/17




"엄마, TV가 안 켜져요~"

"어머? 왜 그러지? 고장 났나 보다"

일단 아이들이 책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TV가 사라져야 했다. 그렇다고 아까운 TV를 버릴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아이들이 오기 전 작업 착수. 수많은 TV 연결선 중에서 하나를 뽑았다. 서서히 TV시청 시간을 줄이는 건 없다. 나는 조금은 극단적인 여자가 분명하다.


순수한 아이들은 주도면밀한 엄마의 연기에 속아 이제나 저제나 오지 않을 AS 기사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TV가 켜지지 않자 아이들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도 하고 투닥거리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지는 않았다. 그저 노는 아이들 옆에서 책을 읽고 있을 뿐이었다. 놀다 지루해진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엄마 옆으로 왔고 엄마가 무슨 책을 읽는지 궁금해 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주고 싶어서 읽기 시작한 책인데, 요즘 아이들 책 꽤나 재미있다. 내가 더 빠져 들었다.


tv가 고장(?)났어요


저녁을 먹은 후, 씻고 9시 불 끄기 전까지는 자유시간이다. 아직 도서관을 OPEN 하지 않았어도 아이들은 TV가 고장(?) 나자 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7세 1호는 떠듬떠듬 아는 글자를 읽어 나갔고, 3세 2호는 책 속 그림에 빠져 들기 시작했다. 10월, 입학을 앞두고 있는 1호에게 한글 공부도 시키지 않던 무심하고 게으른 엄마였다.


라라도서관


책이 도착하고 아이들이 하원하기 전까지 주제별로 넣었다, 시리즈별로 넣었다, 위칸으로 갔다가 아래칸으로 갔다가 난리법석을 폈다. 알록달록하고 번쩍번쩍한 책 기둥이 내가 봐도 퍽 맘에 든다. 다들 실패한다는 전집인데 우리 집에서 성공스토리 한번 써 보지 않으련?

"우와~~~~"

"엄마, 우리 집 아닌 거 같아요"

감탄사로 모든 의사표현을 하는 2호와 우리 집 같지 않다는 1호에게 우리 집 도서관 오픈을 알렸다. 아이들은 처음 보는 신세계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러나 바로 꺼내서 읽어보는 마법 같은 일어나지 않았다. 알록달록 책 기둥에 정말 마음만 빼앗겼다. 엄마는 또 조용히 아이들 신경 쓰지 않는 척 책을 꺼내 읽는다.


책으로 지은 집


고장(?) 난 TV덕분에 아이들은 서서히 책과 친해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책을 꺼내와 읽어 달라고 한다. 열과 성을 다해 성우 뺨 칠 정도로 연기를 했다. 엄마의 노력이 가상한지 아이들은 엄마가 읽어주는 책을 좋아했고 서로 경쟁하듯 책을 뽑아오기 시작했다. 평일에는 10~20권, 주말에는 내가 지쳐 나가떨어지기까지 책을 읽어줘야 했다. 목에서 피맛이 느껴져도 힘든 줄 모르고 열과 성을 다했다.

"엄마~ 이리 와 보세요"

<아기돼지 삼 형제>를 읽어 준 날 1호는 아기돼지 넷째가 된냥 책으로 집을 만들고 엄마에게 자랑했다.

"우와~늑대가 와서 바람 불어도 안 넘어질 거 같아"

1호의 어깨가 으쓱했다. 독서 후 책으로 집을 짓다니. 이 보다 더 훌륭한 독후 활동이 있으랴. 집에 책이 많아서 가능한 일이라 셀프칭찬을 해 본다.


책과 친해진 아이들


아이들은 어느덧 책과 친해졌다. 엄마가 읽어주지 않을 때도 2호는 그림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고, 떠듬떠듬 읽던 1호는 자연스럽게 읽는 속도가 빨라졌다. 장난감 보다 책이 많은 집에서는 자연스럽게 책을 접할 수밖에 없다. 거실에서 놀다 방에 들어가도 책, 방에서 놀다 거실에 나와도 책. 눈길 닿는 곳은 온통 책 천지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전집만 읽힌 것은 아니다. 집 근처 도서관에 가서 읽고 싶은 책을 맘껏 골라, 집에서 읽어보지 못한 책을 재미있게 읽어주었다. 어느 정도 우리 집 도서관에서 책과 친해진 아이들에게 주말 도서관 나들이는 주식(主食)에서 벗어나 외식(外食)하러 나가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었다.


둘째는 날 닮아 외식을 좋아한다.


1호와 2호는 확실하게 성향이 다르다. 야외 나들이를 가더라도 식사 때가 되면 남편과 1호는 집에 가서 밥을 먹자 하고, 나와 2호는 외식을 하고 들어가자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1호는 집에 있는 전집 위주의 독서를 좋아하고 2호는 도서관에서 다양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몰입독서시간


1호는 하나의 전집도 다독을 하는 편이다. <삼국유사 삼국사기>는 열 번도 더 읽은 듯하다. 사촌형아에게 물려받은 마법천자문도 가끔 1권부터 쌓아놓고 읽는다. 요즘에는 <우리 역사>와 <그리스로마신화> 전집에 푹 빠져 있다. 책에 몰입하게 되면 밖에서 불러도 잘 못 알아듣는다. 역사책을 많이 읽어서 그런지 5학년 2학기 사회시간이 재미있다고 한다. 몰래 사진을 찍어 남편에게 보내기도 한다. 투자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사진을 본 투자자는 대 만족.






아이를 낳고 책을 많이 읽어주리라, 책으로 키우리라 많은 다짐을 했었지만 생각보다 육아는 만만치가 않았다. 무기력은 날 갉아먹었고 자존감은 무너진 채 아이들은 방치되었다. 영업을 당했건 어쨌건 나는 정신이 번쩍 들어 생각에 머물렀던 독서육아를 시작했다. 그 출발점이 전집이었고 환경의 변화였다. 다행히 아이들은 엄마의 노력에 잘 따라 주었고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로 성장 중이다.

전집은 독서육아의 시작에 불과했다. 전집 읽기로 잡힌 독서습관은 더 많은 책 세계로 아이들을 이끌었다. 초기투자 성공이 기뻤는지 투자자는 그 후에도 책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워킹맘이 된 후로 나 또한 아이들에게 책투자를 꾸준히 하고 있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학교에서 1등을 한다거나 서울대를 간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나는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책을 늘 가까이했으면 좋겠다. 성인이 되어 힘든 순간에 어릴 때 읽은 동화책 한 권이 동심을 찾아 줬으면 좋겠다. 책 속에서 위로를 얻고 나아갈 길을 발견했으면 좋겠다. 인생의 수많은 갈림길에서 책이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줬으면 좋겠다.


전집은 죄가 없다. 단지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우리 집 전집 도서관에서 난 아직도 독서육아를 만끽하고 있다.




라라의 독서육아팁

1. 미디어를 멀리하라.

독서육아 5년째. 초기에는 TV를 아예 안 보다가 요즘은 토, 일요일에만 켭니다. 월~금요일에는 저녁 먹고, 공부하고 책 읽고 자는 루틴이 자리 잡았습니다. 5학년 1호도 아직까지는 토/일 엄마 휴대폰으로 하루 게임 40분 하고 유튜브는 따로 시청하지 않습니다.


2. 책 읽으라고 말하지 않는다.

아이는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고 했습니다. 아이에게 "책 읽어"라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내가 읽으면 됩니다. 아이는 공부하거나 책을 읽는데 부모가 TV를 본다거나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면 책육아는 포기하시면 됩니다. 그러나 이것도 케바케/애바애, 나는 읽는데 아이가 읽지 않는다고 쉽게 포기하지 마세요. 내 아이는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으니 내 아이가 책에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찾아보세요. 책을 읽기가 어렵다 하시면 책 읽는 연기라도 해 보자고요~^^


3. 책을 모시지 마라.

아이를 위해 전집을 샀다면 돈 생각해서 벌벌 떨지 마세요. 책으로 집을 짓던 도미노를 하건 책과 친해지게 해 주세요. 물론 책을 아끼고 소중하게 다루어야 하는 것도 가르치지만 장난감 못지않게 책도 재미있다는 걸 알게 해 주세요. <제목에 "홍"자 들어 있는 책 찾아와서 탑 높이 쌓기> 게임등 할게 많습니다. 도로 제자리에 가져다 꽂으며 2호는 숫자 익혔습니다.


4. 순서에 집착하지 마라.

전집을 사면 1권부터 읽히려고 하는데, 관심 없는 책은 아이가 재미없어합니다. 아이가 읽고 싶은 책부터 읽게 해 주세요. "이건 재미없네" 하고 덮어도 기다려 주세요. 읽다가 읽을 책 없으면 다시 열어 봅니다.


5. 무슨 내용이니 확인하지 마라.

"오늘 읽은 책은 무슨 내용이니?" 물어보지 마세요. 재미있게 읽었던 책도 검사받기 위해 머리를 굴리는 순간 검사받아야 하는 숙제가 돼서 흐르듯 읽지 못하고 한 페이지의 내용을 외우려고 해서 독서에 방해가 됩니다. 먼저 읽고 넌지시 질문하는 거 추천합니다. "아 그거 뭐더라? 그 주인공이 어디에 갔었는데 왜 갔는지 기억이 안 나" 아이는 엄마에게 책 줄거리를 줄줄 읊어줍니다.


6. 독후활동에 연연하지 마라.

독서록 작성하기, 마인드맵 그리기 등 책 내용이 아이 머리에 더 잘 남을 거 같아서 책 읽고 "이거 꼭 해" 하는 순간 이 과제를 하기 위해 책을 읽는 주객전도현상이 발생합니다. 독후활동은 책과 친해진 후 아이가 원하는 스타일부터 차차 늘려 주세요. 아이 안에 독서가 많이 쌓이면 쓰고 싶어 합니다.


7. 도서관이나 서점 나들이를 하라.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서 이 세상에 수많은 책이 있다는 것도 구경시켜 주시고, 원하는 책은 구매도 해 주세요. 스스로 고른 책은 더 애착을 가집니다. 이렇게 책을 좋아하고 책 읽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보여주세요. 주변에 책 읽는 사람 아무도 없다는 말이 쏙 들어갑니다.


8. 중고를 잘 활용하라.

요즘은 당근이나 중고서점에서 미개봉 새책이나 특 A급 전집도 많이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새 책이 좋아 구매를 시작했지만, 요즘에는 적절히 구분해서 구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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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쓰고 싶어 할 때 쉽게 쓸 수 있는 교재 추천합니다. 1호가 재미있게 잘 활용했어요.


엄마 곁에 다닥다닥 붙어 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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