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심장이 튀어나올 거 같아요"
영하 3도의 추운 아침이다. 날씨가 추운 탓인지, 시험으로 인한 초조함 때문인지 초등학교 1학년 둘째가 덜덜 떨고 있다.
"저는 지난번 시험보다 1점만 더 올려 볼게요"
스스로의 목표점수를 세운 초등학교 5학년 첫째의 얼굴에는 비장함이 묻어 있다.
초1, 초5 두 아이가 보는 두 번째 KMA한국수학학력평가 시험날이다. 지난번 시험에 첫째는 28점, 둘째는 38점을 받았다. 토요일 학원에서 치르는 간단한 시험이라 생각했는데 꽤나 어려웠던 모양이다. 풀이 죽은 아이들에게 처음 본 시험이니 긴장해서 그럴 수 있다고, 이런 시험이다 경험을 한 것이니 충분하다고 나름의 위로를 전했다. 점수는 상관없다는 엄마의 마음도 몰라주고 아이들은 본인의 점수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깟 시험이 뭐라고.
그깟 시험이 뭐라고 하기엔 우리네 인생은 시험의 연속이다. 초등학교를 입학하면 받아쓰기 시험을 보고 단원 평가를 본다. 성적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요즘이라고 하지만 시험은 아이들에게 긴장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고작 다섯 문제의 받아쓰기 시험을 보는 둘째도 시험 전날에는 떨려서 잠이 안 온다고 하니 말이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그리고 대학을 진학한다면 2~4년 우리는 학생으로서 수많은 시험을 치르게 된다. 시험은 그동안 내가 공부한 것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테스트해 볼 수 있고, 또한 고등학문으로 가기 위한 기본 함량을 갖추었는지 알아보는 중요한 지표가 되기도 한다.
이번주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었다. 그 시험을 위해 아이들은 얼마나 많은 시험을 치르고 자기와의 싸움에 힘들어했을까. 대학만 진학하면 모든 시험이 끝일 거라 생각했지만 그 후에도 입사시험, 승진시험, 자격증시험등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시험과 마주하게 된다. 이렇게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기 위해서도 작가지원이라는 일종의 시험을 치렀으니 말이다.
아이들에게 시험의 점수로 인한 스트레스는 주고 싶지 않다. 그 누구보다 고득점을 원하는 건 본인들일 텐데 왜 문제를 똑바로 읽지 않았냐, 그동안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았냐 잔소리를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이들 성적에 무관심한 엄마는 아니다. 시험을 보기 위해 어떠한 준비와 노력을 했는지 그 과정을 좀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과정에 충실하면 원하는 점수가 아니더라도 크게 실망할 필요는 없다. 결과를 인정하고 다음 목표를 향해 다시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분명히 성장할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고득점을 가져오든 그렇지 못하든 말이다.
"엄마, 드디어 끝났어요." 시험을 보고 둘째의 얼굴이 한결 밝아졌다. 시험 보기 전의 긴장감은 싹 사라진 모습이다.
"엄마, 1번부터 14번 문제까지는 너무 쉬웠는데, 15번 문제부터 갑자기 어려워졌어요." 어려운 수학문제와 씨름한 첫째의 볼이 발그레하다. 어려운 문제는 놔두고 쉽게 풀었다는 14번 문제까지의 정답행진을 기대해 보자고 하니 나름 자신 있어하는 표정이다.
"오늘 시험 잘 봤어? 100점 맞을 거 같아?" 저녁에 들어오는 남편은 필히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질 것이다. 점수에 연연하지 말고 절대 물어보지 말라는 나의 충고에도 꿋꿋하게 질문을 던지는 남편이다.
"긴장해서 시험 봤을 아이들한테 수고했다, 잘했다 해주라고 몇 번을 말해" 복화술로 옆구리를 쿡쿡 찔러도 남편은 꼭 한소리 더 한다 "왜~ 물어보지도 못해?" 참 쓸데없이 해맑은 남자다.
시험장 앞 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아이들을 기다린다.
나의 글쓰기 점수는 몇 점일까 고심이 되는 요즘이다. 어제 줌 수업을 통해서 선생님께서는 누군가 나의 글을 읽고 첨삭을 해 준다고 하여 글이 나아지지 않는다고 하셨다. 내 글을 읽으며 고심하고 고쳐 나가는 과정 속에 글쓰기의 발전이 가능하다 말씀하셨다. 지당하신 말씀이다.
공부하는 학생이나 글을 쓰는 작가나 나의 발전을 위해 얼마나 고민하고 연습하고 실행하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물론 아직 초등학생인 아이들이 알아듣기에는 어려운 말이다. 앞으로 수없이 마주할 시험에 점수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하는 엄마의 바람이자 작가로서의 다짐이다.
오늘 나의 글은 독자들에게 몇 점을 받을 수 있을까? 발행을 누르기 전 떨리는 마음을 쓰다듬어 본다. 세상에 떨리지 않는 시험은 없다. 그것이 글쓰기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러나 글쓰기는 일반 시험과 다르게 시간제한이 없다. 출판계약을 하신 전문 작가들을 제외하곤 말이다. 그러기에 내가 쓴 글에 대해 충분히 읽어보고 고민하며 마음에 들 때까지 퇴고를 반복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글쓰기는 시험 치고는 제법 해볼 만한 일이 아니겠는가. 내가 글쓰기 수험생이라 다행이다.
다음 시험을 준비하는 아이들처럼 좀 더 나은 글을 발행하기 위해 꾸준히 쓰고, 가다듬기를 멈추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