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는 어디에서 오는가
슬럼프인가 번아웃인가 잘 모르겠지만 요즘 쓰고 싶은 글이 없다. 쓰고 싶지도 않고 생각하기도 싫다. 쓰는 에너지가 말하는 에너지로 다 빠져버려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내가 하는 말이 공허하게 들린다. 책을 읽어도 재미보다는 뭔가 흠집을 찾아내려고만 한다.
생각해보니 가르치는 일과 쓰는 일이 같이 잘 되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나의 슬럼프의 원인은 이번 학기에 힘들게 시작한 강의가 맞는 거 같다. 그렇다면 이번 하반기는 창작은 포기해야겠다. 코로나 팬더믹이 마무리되고 나서 조금 기운을 차려 뭔가를 끄적였는데 다시 주저앉은 기분이다.
이 시기가 지나면, 말라버린 샘에 물이 차면 또다시 뭔가를 시작할 수 있겠지. 당분간은 이런 넋두리라도 하면서 이 공백을 메워볼 생각이다. 아님 이참에 동화창작 이론서나 동화 관련 에세이라도 끄적여볼까 라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여하튼 이렇게 창작이 안 될 때는, 슬럼프에 빠질 때는 어김없이 또 이 질문이 슬슬 시작된다. 마치 뱀이 피리소리를 듣고 머리를 들듯이... 나는 왜 동화를 쓰나? 무엇 때문에? 무엇을 위하여? 나는 도대체 무얼 쓰고 싶은 거지?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지? 이런 근본적인 질문들. 깊은 곳에 똬리를 틀고 있던 이런 답도 없고 결론도 없는 질문들이 다시 또 슬금슬금 들기 시작한다. 이것이 뭔가 위험 신호처럼 느껴진다.
이럴 땐 잠시 생각을 멈추고 고요하고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자. 깊이 내려가거나 맴돌지 말자. 오늘의 나는 오늘의 일에 충실했으니 내일은 내일의 나에게 맡기고 편안히 잠자리에 들어야지. 이걸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