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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이 Oct 24. 2022

슬럼프 일기2

심심타파 라이벌

예전에는 심심하면 책을 펼쳤다. 그런데 요즘엔 심심하면 핸드폰을 집어 든다. 뉴스를 훑어보고 카페 글들을 읽어보고 유튜브에 들어가 봐도 보지 않아도 상관없는 영상들을 멍하니 본다. 소리를 듣지 않고 화면만 그것도 작은 화면으로만 본다. 어쩌면 멍하니 유튜브 보는 일에 대한 죄책감을 희석시키려 그러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그런데 오히려 소리는 듣지 않고 자막만 보니 더 집중하게 되고, 작은 화면으로 보니 또 집중하게 되고. 결론적으로는 조금이라도 멀리하려던 행동은 더 집중해서 보게 만드는 부작용을 일으킨다. 먹방도 조금, 여행 가는 브이로그도 보고, 압축하여 설명해주는 영화도 가끔 본다. 관심 있는 뜨개질이나 요리나 베이킹 영상도 본다. 투병하는 사람들 영상도 본다. 그것들을 몇 시간이나 본다.

독서와 점점 멀어지고 책을 들어도 집중력이 떨어진다. 산만한 정신을 그러모아서 간신히 읽어낸다. 의식적으로 독서의 시간을 가지지 않는 이상 며칠 동안 책을 읽지 않는다. 글을 쓰는 사람도 이렇게 책을 읽지 않는데 과연 대중들은, 아이들은 책을 얼마큼 읽을 것인가. 책의 미래는 점점 어두워지는 게 사실이다.

나는 항상 창작은 심심에서부터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심심해서 즐거운 것을 찾다가, 나를 타인을 즐겁게 해 줄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 나에게 글쓰기는 그렇게 시작되었고 또 그러한 글쓰기를 추구했다. 나에겐 글쓰기는 심심을 천천히 부드럽게 달래주는 즐거운 일이어야만 한다. 그런데 심심을 순식간에 빠르게 잊게 하는 강력한 라이벌이 그 자리를 차지해버렸다. 글 쓰는 일도 책을 읽는 일도 그 라이벌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그래서 또 고민이 시작된다. 동화는 과연 아이들 세계에서 살아남을 것인가. 혹은 살아남기 위해선 어떻게 변해야 할 것인가. 동화작가가 디지털 세상에서 살아남기가 가능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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