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원고는 출판사의 색깔이나 방향과 맞지 않다.’
‘저희 출판사의 출간 방향과는 거리가 다소 멀어 출간이 어렵다.’
‘이번년도 원고 출간 기획이 끝이 났다.’
가끔은 긍정적인 피드백도 있었다.
'내공이 느껴지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다만 경영 사정이 녹록지 않아, 소설 분야는 특히 도전하기가 어렵습니다.'
어제는 몇 개의 출판사를 운영한다는 회장님께서 직접 전화를 주셨다.
“소설을 읽다가 눈물이 나서 전화를 했다.”
로 시작한 통화에서 그는 10% 인세와 계약금을 이야기했다. 그땐 내 꿈이 실현되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결국 작가가 70% 가격으로 100권에서 350권을 사는 방법을 제안했는데 왠지 들으면 들을수록 '사짜'같다는 생각.
자비 출판과 무엇이 다른가.
뭐 얼마나 재능있고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고...
처음부터 잘 될 거라고 생각했을까.
처음엔 ‘소설을 쓰는 나’가 그저 신기하고 대단했다.
밥 먹는 것도, 잠자는 것도 잊고 머릿속에서 왔다 갔다 하는 인물들을 그리며 쓰는 시간이 즐거웠다.
온전한 몰입의 순간이었다.
생각보다 재능이 있는 것 같아 은근히 기대도 했다.
오랫동안 품은, 내 아이 같은 원고를 날마다 읽고 또 읽으며 퇴고를 했다.
그리고 출판사 이곳저곳에 투고 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투고를 준비하면서 나는 한없이 작아졌다.
그럼에도 보냈다. 내 글이 세상에 나올 수 있기를 바랐다.
누군가, 정말로 내 글을 읽는다면 감동하며 재미있게 읽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출판 시장은 좋지 않았다. 이름 있는 작가들도 글로 먹고살기 어려워 다시 공모전에 도전한다.
신입 작가는 더더욱 책을 내기 어려웠고 그중 소설은 더욱 외면받고 있었다.
어제, 자려고 누워서 둘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엄마가 투고 거절 메일을 받으면서 좀 좌절 중이야.”
그러자 둘째가 말했다.
“엄마는 파도 같아. 파도가 출렁출렁할 때는 잔잔해 보이잖아. 그런데 모래사장 가까이에 오면 엄청 세차게 몰아치면서 부서지잖아? 엄마도 나중에 그러지 않을까?”
그 말을 듣는데 고등학교 2학년 때가 떠올랐다.
그때 나는 글로 먹고 살 재능이 없다고 스스로 인정하며 그 길을 포기하기로 했었다.
그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썼더라면, 꾸준히 읽었더라면, 지금보다는 훨씬 낫지 않았을까?
지금쯤 무엇이라도 되어있지 않았을까?
글을 쓸 때마다 부족함을 느낀다. 내 언어가 참 비루함을 느낀다.
그러다가 먼 길을 돌고 돌아 결국에는 나이 마흔이 넘어 다시 제대로 글을 써보고 싶다는 마음을 세상에 꺼내 보인 나를 다시 또 외면하지는 말아야겠다, 싶었다.
어찌보면 늦은 것도 같지만 지금부터라도 꾸준히 읽고 쓴다면 뭐라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응, 엄마. 꾸준히만 한다면!"
라고 대답해 주는 둘째 녀석.
그러곤 얼마간 글쓰느라 사람답게 살기를 포기했던 엄마의 순간들을 기억하는 아들이
"나는 엄마가 힘들지 않을 정도로만 썼으면 좋겠어."
라고 덧붙였다.
전업 작가가 되서 직장의 하루살이를 초월해 사는 것이 꿈이었는데 그 꿈은 잠시 접어두어야 할 것 같다.
대신, 쏟아지는 거절 메일에 상처만 받지 말고 꿋꿋하게 내 안의 우물에 신선한 물들이 고이도록 꾸준히 읽고 써가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