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엄마도 괜찮아-3
'정신과 약을 왜 먹어?
그거 나약한 사람들이나 먹는거 아냐?
마음만 제대로 잘 먹으면 되는걸 가지고!'
이런 생각, 흔히 한다.
나도 그랬다.
약을 먹기 시작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마음이 좀 편해졌다. 넉넉해졌다.
평온해졌다.
불같이 화가 났을 일들에 화가 나지 않았다.
작은 일에도 마음에 긴장이 차올라
잠을 못자고 힘들어 했는데 좀 더 의연해 졌다.
사소한 일로도 아이들에게 화를 내고
다그치고 혼내고 결국 스스로를 나쁜 엄마라며
자책하던 일이 잦았는데
약을 먹으면서는 아이들에 대한 화가 줄었다.
아이들에 대한 화가 줄었다는 것.
그동안 애들이 문제라고 생각했었는데
엄마가 문제였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라도 아이들에게 상처를 덜 줄수 있게 된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마음 상태가
보통 사람의 기본 마음 상태라는 것에
놀라고 있는 중이다.
그동안의 나는
얼마나 널뛰는 마음을 가지고 불안해 하며
긴장상태로 살아왔다는것인지.
늘 성취하고자 노력하며 살아왔다.
뭔가를 성취해야만
살아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친듯이 운동을 할때도 있었고
공부를 할 때도 있었다.
누군가는 그것을 열정이라고 했는데
나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이었다.
내가 먹고 있는 우울증 약은
세로토닌과 도파민을 조절해 주는 약이다.
이 약을 먹으니 뭔가를 성취하지 않아도
나에게 행복호르몬이 남아 있다는게 느껴진다.
그동안 나는 그 행복 호르몬을 찾기 위해
미친듯이 뛰고 달리며 운동하고 책 읽으며
빼곡한 체크리스트에 성취를 위한
동그라미를 쳐대며 살아갔는데
지금은 새벽에 일어나지도 못하고
낮에는 약기운에 잠이 무진장 쏟아질 때도 있고
운동을 안해도 죽을 것 같지는 않아
좀 게을러 졌더니 몸무게는 5kg 쯤 늘었지만
마음은 좀 편해졌으니 됐다.
인생의 굴곡이 덜 느껴져
그 극도의 단맛 쓴맛은 안느껴지는 삶이지만
은은하게 살아가는 요즘 마음이
평온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