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열흘째 되는 날

by 라라


ChatGPT Image 2025년 12월 25일 오전 01_51_29.png


‘열흘’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엄마는 어두컴컴한 새벽에 나갔고 한밤중이 되어서야 들어왔다. 여기저기로 돈을 꾸러 다니는 것을, 별 소득이 없다는 것도 엄마의 지친 표정과 긴 한숨으로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이 잠이 든 깊은 밤이었다. 정순이는 엄마를 기다리다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화들짝 잠이 깬 정순이 부엌으로 나갔다. 엄마는 어두컴컴한 부엌 한켠에서 짠지 하나만 꺼내 놓고 찬물에 말은 밥을 후루룩 들이마시고 있었다.


“엄니는, 내가 밥 차려 준단께는, 꼭 그렇게, 밥을.”


울컥, 목울대가 뜨거워졌다.


“아이, 됐다 됐어. 입맛도 없어야. 그냥 배만 채우면 되제, 뭔 이 늦은 밤에 밥을 차린다고.”


밥 한술을 겨우 말아 뜬 엄마는 앞치마를 벗어 놓고 고단함에 절은 양말도 벗었다.

씻고 들어와 눕고도 한참을 끙끙거렸다. 그 소리에 정순이 부스럭, 일어나 엄마를 들여다보았다.


“엄니― 어디가 안 좋은디 그라요?”


“에구구… 뭘 좀 들다가 삐끗 했는가봐, 허리가 좀 안 좋다야.”


정순이는 찬장에서 파스를 꺼내왔다.


“그란께 뭣 한디 이라고 무리를 한다요.”


돌아누운 엄마의 허리에 파스를 붙이며 긴 한숨이 절로 나왔다.


“엄니, 인제 우리는… 엄니까지 없으믄… 천애 고아요. 건강을 제일 먼저로 생각해야 된디, 이러다 쓰러지기라도 하믄 어짠다요? 지발 몸 좀 생각하란 말이오.”


목덜미로도 파스를 붙이는데 엄마의 굽은 등이 왜 그리도 아팠는지, 기어코 뜨끈뜨끈한 눈물이 차올랐다.


“아이고― 니는, 뭣이 어짠다고 그라냐. 이라고 짱짱하게 있는디. 걱정하덜 말어. 하나도 안 아픈께. 느그들 두고 어디 못간다. 잉?”


엄마는 정순의 등을 어루만지며 다독였다. 엄마의 부르트고 갈라진 손이 등으로도 느껴졌다.


다음날, 밤새 앓던 것이 꿈이었냐는 듯, 엄마는 새벽같이 나가고 없었다. 정순이는 엄마의 빈 자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밥을 안치고 동생들을 깨웠다. 모두가 밥상머리에 앉자, 큰 결심이라도 한 듯 말을 꺼냈다.


“느그들, 잘 들어. 오늘부터는 어디 싸돌아 댕기지 말고 학교 끝나믄 바로 집으로 와라. 엄니가 빚 갚는다고 혼자서 일하고 계신디, 이러다가는 아무래도 큰일 나게 생겼어야. 나라도 뭘 하든 해야 쓰겄어. 알았지야? 그라고 동석이는 학교 끝나믄 바로 엄니한테로 와. 엄니랑 같이 밥 묵자.”


만석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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