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꿈을 꿨다. 꿈속에서 나는 꽤 오랫동안 매일같이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날. 그러니까 꿈속 오늘에서야 깨달은 것이다. 내가 매번 똑같은 문장으로 글을 시작했다는 것을. 그 문장은 다음과 같다. '사람들은 말한다. ㅇㅇ은 ㅇㅇ이라고.' 나는 그 사실을 깨닫고 부끄러워졌다. 그걸 이제 알았다는 점이 내 정신건강에 의심을 품게 했다. 더불어 그걸 지적하는 방문객이 없었다는 것 또한 내 수치심을 더욱 자극했다. 분명히 조회수는 꽤 되었는데. 사람들은 내가 매번 강박적으로 똑같은 문장을 쓰고 똑같은 논고를 똑같은 어조로 똑같은 형식으로 전개해 나가는데도 아무도 지적하지 않고 구경해 왔던 거다. 그것이 마치 재능 없음의 발로이자 정신병력적 토로와 같이 느껴져 부끄러웠던 것이다.
깨어나서 보니 오늘까지는 글을 쓰기로 약속했다는 점을 깨달았다. 은연중에 압박을 느꼈던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서 스스로 생각했을 것이다. 나는 또 똑같은 글을 쓸 수밖에 없을 거야. 사람들이 익명의 댓글에서조차 동일인임을 간파하듯 나라는 인간은 나라는 인간이 쓰는 매냥 그 모양 그 꼴인 글을 쓸 거야. 지금도 마찬가지야. 분명 나는 여기서 또 긍정적인 면을 찾아내고 교훈적인 내용으로 끝을 맺을 것이 분명해. 그것이 나이고 그것이 나의 한계야. 나는 그 점에 대해 적나라하게 폭로하는 꿈을 꾼 것이다.
그렇지만 꿈속의 내게 부러운 점은 분명 있었다. 남이 읽든 읽지 않든 매일 똑같은 글을 썼다는 것. 방점을 '똑같은'에 찍지 말고 '매일'에 찍어 본다. 물론 나는 밥을 먹지. 매냥 쌀을 먹거나 밀을 먹지. 그래도 그게 항상 같아? 그게 언제나 같은 맛이고 그게 언제나 같은 의미야? 게다가 글쓰기는 밥 먹기보다는 훨씬 사치스러운 행위이다. 안 쓴다고 죽지는 않으니. 그런데도 매일 쓸 수 있었던 내가 멋지다. 그 점을 인정하고 싶다. 꿈 밖의 나는 꿈속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네가 그것이 똑같다는 것을 느낄 때까지 매일 썼다는 게 멋지다. 그래서 너는 꿈을 깰 수 있었던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