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아아트쇼 2023>에 다녀왔다. 그림을 보는 거는 좋아하지만 열심히 전시회를 찾아다니는 정도는 아닌데 누이가 작품을 출품한다고 하여 동생 부부와 함께 인사차 다녀왔다.
전날 건강검진을 받고 몽롱해진 몸 상태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는데 동생이 직접 차를 몰고 와서 픽업을 한다고 하여 좋다고 하였다. 아내와 나는 성당에서 미사에 참례하고 와서 준비를 하고 기다리다 함께 전시회로 출발하였다.
인천아시아아트쇼는 인천 컨벤시아에서 열렸는데 입구에 도착하니 차량이 많아 주차가 힘든 상태였다. 우리는 이면 도로에 차들이 주차되어 있는 거를 발견하고 그곳으로 가서 주차를 하였다. 주차를 하고 컨벤시아 안으로 들어가니 많은 사람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입구에서 누이에게 연락하였더니 잠시 후에 누이가 무료입장권을 가지고 마중을 나왔다. 우리는 누이의 안내를 받아 전시회장 안으로 들어갔다. 전시회장은 생각보다 엄청나게 큰 규모로 열렸다. 누이는 거의 매년 작품 전시회를 하여 참관하였는데 올해에 가장 큰 규모의 전시회 일원으로 참가하는 듯했다.
우리는 누이의 전시부스로 안내받아 작가가 직접 하는 설명과 함께 작품을 감상하였다. 전시회에서 그냥 그림만 보는 것과 작가의 설명을 들으며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커다란 차이가 있음을 느꼈다. 누이의 자세한 설명과 함께 그림을 감상하니 누이의 그림이 정말로 대단해 보였다.
누이의 그림은 그림 자체로도 대단하였지만 사람의 마음을 끄는 부분은 작품에 담긴 이야기이다. 다시 말하자면 이야기가 있는 그림이다. 그래서 누이의 이번 작품전시회의 명칭이 <수묵화의 서사>이다. 특히 누이가 전시회 안내 엽서에 적어 놓은 시가 나의 마음을 빼앗았다.
수묵화의 서사 - 규미 안귀옥
화선지 위에
그저
먹물 한 줄 그었을 뿐인데
숲과 마을과 사람 사는 이야기가
번지고 있습니다.
과거 같으나
미래가 있고
단아하나
심오한
수묵화의 서사에 매료됩니다.
작품 중에 <대숲을 거닐다(walk through a bamboo forest)>를 보면 대나무가 주는 여유가 느껴지지만 누이는 오른쪽 하단에 있는 작은 죽순이 주는 의미를 깊이 있게 생각하였다고 한다. 죽순은 땅에 묻혀서 약 7-8년간 죽은 듯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죽순이 싹이 나오기 시작하면 하루에 30cm에서 60cm를 자라서 몇 개월이면 지붕을 뚫을 정도로 자란다고 한다. 그러면 죽순이 땅 속에 있으면서 무엇을 하였냐 하면, 깊은 뿌리를 내린다고 한다. 죽순의 깊은 뿌리로 인해 대나무가 유연하게 삶을 영위해 갈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나는 이 작품을 보면서 누이의 삶을 보는 것 같아 울컥하는 느낌을 느꼈다. 어려운 시절을 굳세게 보내고 오늘에 이른 누이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작품이다. 아마도 누이는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그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야화 [flowers shining at night]
소망 [wish]
아래 링크 주소에는 누이가 직접 작품을 설명하는 동영상이 들어 있다. 링크 주소를 클릭하면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이전에 쓴 글에서 종종 등장한 그 누이가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