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나는 의료보험공단에서 제공하는 건강검진만을 받아왔다. 반면에 윗집 아저씨는 부부가 모두 초등학교 교사여서 교육청과 협약이 되어 있는 대학병원에서 할인된 비용에 종합검진을 받고 있었고, 나는 은근히 윗집 아저씨를 부러워했다.
그러던 와중에 올해 고등학교 교사인 딸이 자신도 교육청과 협약된 병원에서 종합검진을 받을 수 있으며, 직계가족도 동등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기뻤다. 나는 협약된 병원 중에서 윗집 아저씨가 종합검진을 받는다는 대학병원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병원에 전화를 하여 종합검진에 대해 문의하였다.
나는 교육청과 협약이 되어 있으면, 일반인이 받는 종합검진을 똑 같이 받으면서 검진료만 할인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협약된 종합검진은 검진항목이 특별히 구성되어 있었다. 검진항목의 구성은 두 가지로 되어 있는데, 검진료를 기준으로 하면 30만 원대와 50만 원대가 있었다.
본래 공단에서 제공하는 건강검진만 받던 점을 고려하여, 이번에는 비교적 간단한 30만 원대 종합검진을 예약하였다. 그런데 잠시 후에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교사 본인은 30만 원대 검진이 가능한데, 교사 가족은 50만 원대 검진부터 가능하다는 것이다. 50만 원대 검진 항목을 살펴보니, 일반인들의 종합검진 항목과 비교하여 100만 원대 검진을 받는 격이었다.
평일에는 회사일로 자리를 비우기가 부담스러워 토요일 예약을 부탁하였더니, 토요일 예약은 자리가 없어서' 11월 25일 예약만 가능하다고 한다. 나는 11월 25일로 예약을 하고 종합검진을 받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마치 수능시험을 보듯이 종합검진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하여 운동도 열심히 하고 식이요법도 병행하며 나름 준비를 철저히 해 나갔다.
드디어 종합검진을 받는 날이 되었다. 병원에서 8시 15분까지 오라는 메시지를 받은 터라 아침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준비하며 아내를 재촉하여 자동차에 타서 내비게이션을 켜서 보니 도착시간이 7시 20분으로 나온다.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차가 막히지 않아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 거 같았다. 이 지점에서 아내는 짜증이 폭발하였다. 왜 이렇게 일찍 출발하냐는 것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병원에 도착하니 아직 직원들도 출근 전이었다. 우리는 대기실에 앉아서 각자 스마트폰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직원들이 하나둘 출근하기 시작했다. 나는 스마트폰에서 브런치스토리 글을 찾아 읽다 보니 기다리는 시간이 그다지 지겹지는 않았다. 직원이 우리에게 다가와 번호표를 뽑으라고 한다. 이제 잠시 후부터 진료가 시작된다는 안내를 해 주었다. 아내가 잠시 화장실에 간 사이에 나는 번호표 1번과 2번을 뽑았다. 어느 곳에서든 살면서 대기번호표 1번을 뽑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가 일찍 오기는 일찍 왔나 보다.
잠시 후 진료가 시작되어 우리는 가운(검사복)으로 환복하고 나왔고 처음 한 검진항목은 혈압 체크였다. 그런데 혈압계가 고장이 났나? 이제까지 살면서 본 적이 없는 숫자가 혈압계에 찍히는 것이 아닌가. 166에 89, 이것이 나의 혈압이었다. 평상시에 저혈압을 걱정해 오던 아내의 혈압도 134에 96이었으니, 스트레스가 혈압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제대로 입증하는 날이었다. 불과 2주 전에 동네 의원에서 혈압을 체크할 때는 120에 80으로 정상이라는 소견을 들었었는데 말이다.
아무튼 병원에서 종합검진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다음 날에 나는 혈압계를 하나 주문하였다. 좀 더 정확한 검진을 위하여 인터넷에서 가장(?) 비싼 기종인 오므론 JPN616 T 기종을 구매하였다. JPN616 T 기종은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이 되어 체크한 혈압을 다양한 양식으로 분석해 주고 PC와도 호환이 되어 컴퓨터에서 분석 결과를 A4 용지 몇 장 분량으로 출력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다음에 병원에 방문할 때에 이 분석표를 출력하여 가지고 갈 예정이다.
다음은 나의 혈압 일기이다.
2023년 11월 29일 23시 34분: 142/82mmHg
혈압계가 택배로 배송되어 첫 번째 체크한 결과이다. 병원에서 체크할 때보다는 낮게 나왔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이다. 혈압계 매뉴얼을 보니 하루에 두 번 체크를 하는데 아침에는 일어나서 한 시간 이내에 체크를 하고, 소변을 보고 체크하라고 되어 있고, 저녁에는 잠자기 전에 체크를 하는데 체크하기 30분 전에는 운동이나 샤워, 음식 섭취를 하지 말라고 되어 있다. 앞으로 하루에 두 번 꾸준히 체크하여 점검해 볼 예정이다.
2023년 11월 30일 07시 55분: 145/76mmHg
어제저녁에 체크할 때보다 최고혈압은 약간 높게 나오고 최저혈압은 약간 낮게 나왔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나는 아침에 눈을 뜨면 침대에서 일어나기 전에 30분 정도 스트레칭을 겸한 요통예방운동을 한다. 아마도 혈압을 체크하기 30분 전에는 운동을 하지 말라는 규칙을 어겨서 최고혈압이 높게 나온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2023년 11월 30일 23시 36분: 129/84mmHg
2023년 11월 30일 23시 38분: 127/83mmHg
2023년 11월 30일 23시 39분: 126/81mmHg
평균 수치 : 127/82mmHg
달리기가 혈압을 낮추는 데에 확실한 효과가 있음을 입증하는 날이었다. 아침에 측정할 때만 해도 최고혈압이 145였는데 저녁에 피트니스에서 1시간 달리고 와서 잠을 자기 전에 체크하였더니 평균최고혈압 127로 떨어졌다. 내가 사용하는 스마트워치에도 혈압 체크 기능이 있는데 이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커프혈압계를 이용하여 보정을 해 주어야 한다. 스마트워치 혈압기능 보정을 위하여 3번 체크하였다.
2023년 12월 01일 07시 03분: 123/82mmHg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소변보고 스트레칭과 요통예방운동도 하지 않고 바로 측정하였다. 어제저녁 측정치보다 최고혈압이 약간 떨어졌다.
2023년 12월 01일 23시 45분: 123/80mmHg
오늘도 피트니스에서 1시간 달리고 잠을 자기 전에 체크하였다. 어젯밤에 체크한 수치보다 약간 더 떨어졌다. 달리기가 혈압을 낮추는 데에 효과가 있는 것은 확실히 사실인 듯하다.
2023년 12월 02일 07시 05분: 115/73mmHg
혈압을 측정하기 시작한 후에 가장 낮은 수치이다. 밤에 측정할 때보다 아침에 측정하는 혈압이 낮음을 알 수 있다.
2023년 12월 02일 20시 35분: 140/82mmHg
2023년 12월 02일 22시 20분: 133/75mmHg
오늘은 달리기를 하지 않고 낮에 1시간 정도 등산만 한 상태에서 저녁 8시 35분에 측정했는데 혈압이 확 높아졌다. 위층 아저씨 말이 달리기 하고 떨어진 혈압이 24시간 간다고 했는데 그 말이 맞는 거 같다. 혈압을 체크한 시간이 좀 일렀나 하여 밤 10시 20분에 다시 체크해 보았다. 약간 떨어졌지만 아직도 많이 높은 상황이다.
2023년 12월 03일 06시 33분: 118/76mmHg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비몽사몽 간에 측정을 했다. 아침 혈압이 확실히 낮게 나타났다. 잠을 자면서 안정된 거 같다. 이 정도면 정상 수치에 들어왔다. 수축기 혈압이 120 미만이고 이완기 혈압이 80 미만이면 정상 범주이다.
2018년에 발표한 대한고혈압학회 자료에 따르면 고혈압 진단기준은 다음과 같다.
정상혈압: 수축기 혈압 120 미만이고 이완기 혈압 80 미만
주의혈압: 수축기 혈압 120~129이고 이완기 혈압 80 미만
고혈압 전 단계: 수축기 혈압 130~139이거나 이완기 혈압 80~89
고혈압 1기: 수축기 혈압 140~159이거나 이완기 혈압 90~99
고혈압 2기: 수축기 혈압 160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 100 이상
수축기 단독 고혈압: 수축기 혈압 140 이상이고 이완기 혈압 90 이하
* 정상혈압이 심뇌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이 가장 낮은 최적혈압이다.
그런데 혈압이란 무엇인가?
혈압이란 혈액이 동맥혈관 벽에 부딪치는 압력을 말한다. 심장은 혈액순환을 위하여 지속적으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한다. 이때 심장의 좌심실 근육이 강력하게 수축하여 혈액이 혈관벽에 부딪치는 힘을 <수축기 혈압(최고혈압)>이라 하고 심장이 다시 혈액을 채우기 위해 확장할 때 형성되는 압력을 <이완기 혈압(최저혈압)>이라고 한다.
심장이 혈액을 채우기 위해 확장되는 시기(이완기)에는 전신으로 내보낸 혈액이 심장으로 다시 흘러 들어오는 현상을 막기 위해 대동맥 입구에 있는 판막이 닫히므로 혈압이 0으로 측정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대동맥 혈관의 탄력성으로 인해 수축기 때 형성된 압력이 이완기까지 남아 어느 정도의 힘을 유지하며 그 힘은 수축기 혈압의 2/3 정도가 되는데, 이를 <이완기 혈압>이라고 한다.
두 청춘남녀가 만나 경쟁자의 방해와 부모님의 반대를 극복하고 결혼이라는 허니문을 통과하는 해피앤딩으로 끝나는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는 울고 웃고 격려하며 주인공의 행복을 축하해 준다. 그러나 엔딩 시점에 이루어진 해피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드라마가 종결된 이후가 더욱 중요하다.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감사하며 지속하여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결혼지옥>에 빠질 수도 있고, 이혼이라는 출구로 빠져나올 수도 있다.
나의 <혈압 일기>는 118에 76이라는 해피한 숫자로 종결하지만, 이 해피한 숫자를 지속적으로 보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혈압은 남녀 관계와 같이 항상 변덕스러워 아침에 재는 혈압과 저녁에 재는 혈압이 다르고, 그날에 무엇을 먹었고 어떻게 활동하였고 어떠한 정신적 환경에 처해 있었냐에 따라 수시로 변화한다.
해피한 혈압 수치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혈압 검사를 받으며 관리해 나가야 한다. 콜레스테롤, 포화지방, 염분이 적은 음식을 섭취하는 올바른 식습관을 유지하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술과 담배를 자제하고 스트레스 관리 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나의 경우에는 땀을 흠뻑 흘리는 운동을 하는 것이 혈압을 낮추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