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의 7일은 단지 축제일뿐이다

by 라트

이제 가을인가 보다. 아침에 매미가 울지 않는다. 아니 매미가 축제의 소리를 더 이상 내지 않는다. 축제의 시간은 끝났다.


매미! 생각할수록 참으로 애잔한 이름이다. 7일을 살기 위해 7년을 땅속에서 준비했다는 매미의 일생을 생각하며 많은 사람들이 많은 생각과 이야기를 해 왔다.


그런데 이것은 사람들이 매미가 성충이 되어 사는 기간에만 관심을 집중하여 생기는 사고의 오류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바로 현세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삶의 자세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도 할 수 있다.


매미는 결코 7일을 살기 위해 7년을 땅 속에서 살지 않았다. 매미는 자신의 삶의 터전인 땅 속에서 7년이라는 세월을 다양한 모습으로 변해가며 살았으며 이제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축제를 즐기기 위하여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성충의 모습으로 땅 위로 올라와 마음껏 소리를 지르고 사랑을 하며 축제의 시간을 즐기는 것이다.


매미가 땅 속에서 보낸 7년이라는 세월을 단지 성충이 되어 살아가는 단 7일을 위한 것이었다고 치부한다면 매미의 땅 속 7년이 너무나 허무하고 애잔하다. 그렇다면 땅 속에서만 살다가 죽어가는 수많은 생명들, 사람들이 말하는 일명 벌레들은 삶 자체가 없는 것인가.


세상에 알려지고 눈에 띄는 사람들에게만 모든 관심을 쏟고 추앙하는 경향이 이 사회에는 만연되어 있다. 4년에 한 번 씩 하는 올림픽이나 월드컵에서도 메달을 따고 골을 넣은 선수들에게 모든 관심이 집중된다. 일부 방송사에서 노메달 선수들에 대해서도 간혹 보도하고는 있지만 그 정도가 메달을 딴 선수들과 비교하여 현저히 적은 것이 사실이다.


나는 여기서 메달을 따지 않은 노메달 선수들에게도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메달을 따고 안 따고 와 관계없이 선수들이 마치 올림픽이나 월드컵 만을 위하여 존재하는 듯이 생각하는 잘못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선수들은 운동이 좋아 운동을 하는 것이 되어야 하고 나는 선수들이 그렇게 하였다고 믿고 싶다. 그러고 나서 올림픽이나 월드컵이라는 축제의 시간을 즐기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지금이 올림픽이나 월드컵 시즌도 아닌데 뜬금없이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들고 나온 것은 단순히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적절한 예가 될 것 같아서 이다.


나는 우리의 삶과 삶에 대한 생각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성과주의에 익숙해진 인간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위하여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무엇을 위하여 살아가고자 한다. 무엇을 위하여 살아간다는 것은 삶의 목표를 갖는 것이고 삶의 목표를 갖음으로써 살아가는 데에 방황을 하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 문제이다. 분명 방황하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하여 삶의 목표를 세우는 것인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삶은 건강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경우가 많다. 목표를 위하여 현재는 인내해야 하고 고통을 참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바른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왜 목표를 세우는 것인가에 대한 본질을 잊어버리고 목표를 향하여 살아가는 것이 목표가 되어 버리는 세상이다. 목표가 현재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동기부여나 방향의 설정이 아니라 어떤 고통도 이겨내야 하고 어떤 방법도 불사하고 이루어야 하는 삶의 굴레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브런치를 비유하여 말하자면 글을 쓰는 것이 좋아서 글을 쓰기 시작했고 글을 통하여 나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어서 보람이 있었던 것이 출간을 목표로 글을 쓰게 되면 본질이 바뀌게 되어 글을 쓰는 현재는 고통을 인내해야 하고 나의 가치관이나 철학과는 상관없는 타인에게 관심을 끌기 위한 글 만을 쓰게 된다. 그리고 그리고 처음 글을 쓰고 싶어 했을 때의 즐거운 마음은 사라지게 된다.


매미는 알에서 애벌레로 애벌레에서 성충으로 변태를 하며 생을 이어간다. 사람도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변태를 한다. 처음 태어나서는 타인의 보살핌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매미의 알과 같은 어린 시절을 보낸다. 다음은 타인의 도움을 받으며 자신이 스스로 학습을 하고 삶을 영위해 가는 매미의 애벌레 같은 학생 시절을 보낸다. 다음에야 매미의 성충에 해당하는 성인이 되어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사회의 일원이 되었다고 하여 매미의 성충 시기처럼 자신을 마음껏 드러내고 사랑하고 축제를 지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학습과 훈련의 시기가 필요하다.


아무리 노력을 하여도 매미의 성충과 같은 축제의 시기를 맞이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이들에게는 삶이 없는 것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다. 그들은 이미 어린 시절의 삶을 마음껏 누리고 살아왔다.


내년 여름에 다시 매미를 보게 되면 다시는 애잔한 마음으로 바라보지 않겠다. 단지 매미와 함께 축제를 보내며 매미의 사랑을 응원하겠다.


지금 매미가 울지 않는다고 매미가 사라진 것이 아니다. 매미는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삶 속에서 희로애락을 살아가고 있다. 지금이 진정한 매미의 삶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나도 매미처럼 꾸준히 다양한 모습으로 변해 가면서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나에게도 축제의 순간이 올 수도 있다고 믿는다.



* 커버 이미지 출처: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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