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했습니다 / 이나가키 에미코
요즘 퇴사, 창업, 1인기업이 열풍이다. 나도 대세를 따르는데는 일가견이 있는지 어느덧 퇴사한지 4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아마도 난 이 책을 읽고 내 결정에 확신을 하며 회사를 그만뒀다.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많이 부딪히고 깨지며 나름 성장도 했다. 그러나 아닌 상황에서 '아니요'라고 말 할 수 없는 '을'의 입장은 나다운 삶이 불가능했다. 만약 '아니요'라고 말했을 때 돌아오는 부당한 처우에 대한 불안감도 어마어마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경제적인 자유로움(퇴사 후 창업)이지만 이것은 또 불안을 따르기 때문에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과연 나는 돈이 없어도 살 수 있는 것인가.' '내가 나 스스로 돈벌이를 할 수 있는 사람인가. ' 에 대한 질문은 반드시 필요했다. 그래서 이런 퇴사 관련 책을 통해 내 의사결정에 대한 확신이 필요했다. 다행이도 능동적인 설득을 당해 실행에 옮겼다.
아폴로 머리를 한 이 작가는 일본 아사히 신문사 기자 출신이다. 그녀는 퇴사를 위해 10여년간 준비를 했다. 남들처럼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회사를 들어가기 위해 쉼없이 달려왔고 20년 정도 일중독에 빠져 혼신의 힘을 다해 일을 한다. 그러나 회사가 돌려주는건 아무도 가고 싶어하지 않는 지사로 가라는 발령이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녀는 독신 여성이라는 것 밖에 지레짐작할 수 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그 아무것도 없는 시골에서 지내며 조용히 지낸다. 위기가 기회가 되는 순간이듯 거기에 있는 동안 회사에 대한 생각의 전환이 바뀐다. 그녀는 그때부터 10년동안 퇴사 준비를 한다.
그 준비는 이렇다. 퇴사를 하면 돈줄이 사라지니깐 돈 없이도 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다. 돈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구축해나간다. 약간 극단적이긴 해도 그녀는 전기세를 아끼기 위해 에어컨, 전기밥솥, 심지어 냉장고까지 버린다. 냉동식품이 먹고 싶을 때는 집 앞에 있는 슈퍼마켓에 가서 사오면 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슈퍼마켓에 냉장고가 따로 있는 셈이다. 이건 누구에게나 해당된다. 왜 우리는 다 먹지도 못하는 걸 사서 하루종일 전기세를 켜가면서 냉장고에 보관할까 라는 의구심을 누가 해보았겠느냐 말이다. 가스도 차단한다. 따뜻한 물로 씻고 싶을 때는 집앞에 목욕탕을 가는 식이다.
아끼는 걸로 퇴사 준비가 다는 아니다. 그녀가 할 줄 아는 무기는 글쓰는 것이었기 때문에 글로 밥벌이를 해나간다. 이게 근데 굳이 돈을 위해서만이 아니다. 퇴사 이후 여행을 다녀와서 열심히 SNS에 글을 올리고 다른 사람들이 재밌게 읽는 것에 대한 소소한 즐거움을 알게 된다. 진정한 글 쓰기(일하기)에 대한 즐거움을 깨닫는 순간이 되는 것이다. 아마도 나도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도 즐겁기 때문에 일 것이다. 만약 회사에서 시키는 거라면 절대 안썼을 것이다.
내가 회사 다닐 때 불행했던 것은 왜였을까. 분명히 꼬박 꼬박 일정한 돈이 내 수중에 생기는데도 말이다. 사고 싶은 것을 다 살 수 있었는데 왜 행복하지 않았냐는 것이다. 돈으로 무언가를 소비하는 행복이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일하는 것에 대한 의미를 찾았다면 행복했을 것 같다. 내 마음에서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내겐 행복이다. 지금은 어떻게든 부딪치니 스스로 연명할 힘을 갖추게 되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이 정도로 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회사라는 곳은 결코 나쁜 곳이 아니다. 내가 추구하는 방향과 일치하면 더할나위 없이 좋다. 그러나 대부분 그럴리가 없다. 모두 '자유'라는 단어를 말로만 하지말고 행동으로 실천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어쩌면 '없으면 못 사는 것' 따위, 아무것도 없는 게 아닐까. 그걸 깨닫자, 나는 무척 자유로워졌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현대인은 물건을 손에 넣음으로써
풍요로움을 구하려 합니다. 그러나 '있으면 편리한 것'들은 '없으면 불편한 것'으로 곧장 바뀌곤 합니다. 그리고 어느덧 '없으면 못사는 것'들이 점점 늘어납니다. 106p
분명 이 회사에 붙어 있으면 엄청난 실수를 하지 않는 한, 정년까지 상당한 월급을 받을 수 있기야 합니다. 그러니 받을 수 있는 월급을 못받게 된다 는 뜻에서 아까울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 '아깝다'는 말의 용법이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받을 수 있는 월급'이란 게 엄밀하게 따지면 있을 리 없습니다. 월급이란 회사에 공헌한 대가로 비로소 받는 것입니다. 나에 한해 말하자면, 더 이상 회사에 공헌 할 수 없게 되어 그만둘 수 밖에 없었던 거고, ~ 얼마남지 않은 내 인생의 시간이 '아까워' 그만두는 것인데... 119p
회사란 무엇인가. 사원을 움직이는 동기로는 '돈'과 '인사'만 남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자기가 더 뛰어나다고 믿고 싶은 마음. 조금이라도 풍요로운 생활을 하고 싶다는 마음. 지금의 생활 수준을 낮추고 싶지 않다는 마음. 그건 사람이면 누구나 본질적으로 갖고 있는 나약함이며 욕망입니다. 170p
일이란 무엇인가. 결국 무엇을 했는가 하면 인도 리조트 기행문을 열심히 쓰고, 사진을 찍고, 부지런히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물론 돈이 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체험한 것을 글로 쓰고 다른 사람들에게 재미있게 전달하고, 그 글이 읽히고, 기쁨을 주고, 반응이 되돌아옵니다. 그게 너무나 재미있고 즐거워 잠 잘 시간을 쪼개가며 썼습니다. 모처럼 회사로부터 자유로워져서 꿈에 그리던 여행을 떠나와써는데, 왠지 회사에서 근무하던 때의 몇 배나 더 미친듯이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18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