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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ntrea May 26. 2019

6. 사진은 그냥 사진이 아니다.

4년 차 캄보디아 NGO 현장활동가의 솔직한 이야기.

몇 해전부터 빈곤 포르노가 우리나라에서도 이슈였고,
이 곳 캄보디아에서도 이슈였다.
 
유니세프와 NGO가 함께 ‘Children are not tourist attraction ‘이라는 캐치 프래즈 안에서
캠페인이 펼쳐졌다.
아이들을 마치 동물원에 갇힌 대상으로 보지 말자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컴패션이라는 단체를 비롯해 몇몇 단체들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들 사진을 팔아서 장사하는 곳들이 여전히 여럿 있다.
지금도 컴패션의 맨 첫 화면을 들어가 보면 아이들의 사진이 대문짝만 하게 먼저 뜨고
아이들을 진열대에 놓은 상품인 양 일대일 후원(이제는 일대일 양육이라 바꾸었다..)을 하라며 진열해놓았다.
NGO가 아니라 아이들을 상품화해서
팔아넘기고 있는 느낌이라 정말 보기가 불편하다.
게다가 일대일 후원을 한 금액은 과연 모두 그 아이들에게 쓰이는지도 정확히 모른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단순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 수준의 문제인 것일까?


현장에 있다 보면 종종 사진에 대한 고민이 들 때가 있다.
얼마 전 세이브 더 칠드런 등 몇몇 NGO에서 협력해서 펴낸 미디어가이드라인을 보면
사진을 찍기 전에는 반드시 그들의 의사를 물어보라는 규정이 있다.
나 역시도 단기봉사팀이 올 때면
이 점을 꽤 중요하게 공지했지만 나 역시 이 부분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캄보디아 아이들을 비롯해 현지 사람들에게
‘사진 같이 찍을래?’라고 물었을 때 처음 보는 이에게 ‘싫어요’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단순히 내 마음 편하자고 이런 질문을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게다가 대부분 ‘사진 같이 찍을래’에서 끝날뿐 이 사진이 어디에 쓰일지는 말해주지도 않는다.
 
단순히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사진을 찍고 대부분 카카오톡 배경화면에 두거나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린다.
당사자는 모른 채 말이다.
고백하건대 나 역시도 여전히 아이들과 사진을 찍고, 종종 페이스북에 업데이트를 한다.
이런 문제를 자각하고 난 후로는
계속 고민 고민하다가 아이들이 너무 이쁘게 나온 사진은 올리고
최대한 아이들의 얼굴이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은 것들로만 올린다.
물론 그것도 죄책감을 느끼면서 말이다.
물론 여태까지 이 사진을 올렸을 때 문제가 된 적은 한 번도 없다.

하지만 종종 정말 문제가 일어나는 일들도 있다.
얼마 전, 이전 직장에서 일하던 직원이 한국인들의 교민지에 나왔길래 나온 것을 보내주었더니
자기는 전혀 모르는 내용이라고 했다.
나는 순간 정말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
당연히 인터뷰를 진행하고, 사진을 보냈겠거니 했는데
상사가 아무렇지 않게 직원이 나온 사진을 신문에 보냈었나 보다.
그 친구도 꽤나 당황했지만 상사 앞에서 어찌 싫은 내색을 할 수 있을까.
특히나 캄보디아 분들 대부분은 상대방에게 싫은 소리를 참 못하는데 말이다.
이런 일이 정말 발생하지 않을 것 같지만 주변에 정말 흔히 일어난다.
 
또 대부분 내가 캄보디아에 산다고 하면 여전히 여기가 깡촌인 줄 아는 이들이 80%다.
심지어 캄보디아도 아프리카인 줄 아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게다가 아프리카는 또 어떤가.
매일같이 아픈 아이들 사진만 본 우리는 그저 아프리카는 가난한 줄로만 안다.
이것들 모두 미디어의 탓이다.

캄보디아에 있으면서 나에게 누가 던졌던 질문 중 아직도 잊히지 않는 질문 하나는
이 곳 아이들은 전부 코코넛 나무를 탈 줄 아느냐는 것이었다. 어이가 없는 질문이 아닐 수 없다..
또 어쩌면 나도 이전에 그랬던 사람 중 하나였지만
미디어의 탓이라는 것을 인지하고서부터는
그러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에 대해서는 여전히 가보지 않은 대륙이라 신비롭게 쌓인 곳 중 하나지만
그 자연의 매력을 더욱 느끼는 중이다.

어쨌든 이 미디어가이드라인의 효용이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어떤 방법이 좋을지 현지분들의 사진을 찍을 때면 마음이 불편할 뿐이다.
우리가 찍는 사진 한 장이, 어딘가에 올리는 사진 한 장이,
또 그냥 내거는 캐치 프래즈가 부메랑이 되어 다른 이의 가슴에 꽂힐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늘 주의를 기울인다지만 내가 놓치는 것은 없는지 다시 돌아보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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