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예찬론

by 라스파거스

아무래도 요가가 내 마음속에 들어온 것 같다.


한 덩치 하는 내게 요가라는 운동은 보기에 어울리는 운동은 아니었다.

점심시간에 요가를 한다 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네가 왜? 이런 표정으로 묻곤 한다.

"요가요?"

그래 나 사실 요가 꽤나 좋아한다.


처음 요가를 접하게 된 곳은 짝꿍과 함께 살았던 신길동에 위치한 요가원이었다.

그곳에는 요가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듯한 원장 선생님, 내가 처음 접한 남자 요가선생님 K,

그리고 이게 되는 동작인가? 엄청난 자세를 보여주시던 D 요가선생님이 있었다.


우린 주로 퇴근하고 바로 갈 수 있던 6시 30분 K의 수업을 들었다.

6시 30분 수업은 하타 베이직, 빈야사 베이직, 테라피로 구성되어 처음 접하는 내게 적합했다.


처음 요가원에 들어가기 전, 이 공간과 이 운동이 내게 어울리는 운동일까?라는 두려움이 있었다.

이전에 내게 요가란, 엄청 유연한 사람들이 하는 운동이며 동시에 여성들의 운동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각목 같은 내 몸뚱이와 XY 염색체가 과연 맞을까라는 고민을 하고 들어갔을 때, K 선생님을 마주 보며

이 선입견이 얼마나 잘못된 건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만약, 처음 선생님이 K가 아니고 내 선입견 속 선생님이었다면 지금도 요가를 좋아하게 되었을까?

우린 경험의 동물이고 동시에 선입견의 동물이라 생각한다.

최근 도파민 중독 세대의 일원으로서 경험 대신 선입견만 자꾸 늘어가는 내게 경험의 소중함을 느끼게 한

계기라고 해야 하나? K와의 만남은 나의 요가의 첫 번째, 그리고 아주 좋은 경험이 되어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


K와의 첫 수업에서 느낀 것은 요가는 단순히 유연성을 기르는 아름다운 운동이 아니라는 점이다.

1시간의 수업시간 동안 내 다리는 갈 곳 잃은 망아지처럼 끝없이 흔들렸고, 숨은 어떻게 쉬었던 건지 까먹어서 K의 큐잉에 맞춰서 간신히 헐떡이는 정도였다.


요가는 전신 근력 운동이다. 땀에 절어버린 내 모습과 불쌍하게 고여있는 매트 위 내 땀을 보며 내가 깨달은 요가의 첫 번째 느낀 점이었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헤어밴드하고 와야겠다.


금요일 저녁 요가에 갔던 날이다. 테라피 수업은 처음이어서 스트레칭 조지고 와야지 하며 짝꿍과 요가원에 출석하고 들어가니, 대타로 오신 A 선생님이 오렌지색 따뜻한 조명과 함께 계셨다. 그 선생님이 수업 처음 들어갈 때 하셨던 말은 내겐 요가의 두 번째 느낀 점이 되었다.


"오늘 내게 친절해본 적 있으실까요? 없으시다면 지금 이 시간 친절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렇다. 요가는 내게 친절한 운동이다. 동일한 자세라도 나의 오늘 컨디션, 식사 유무, 생각하고 있는 것 등에 따라 느껴지는 감각이 조금씩 다르다. 요가를 하며 오늘 내가 컨디션이 좋은지, 뭐를 생각하고 고민하고 있는지 등을 스스로 돌이켜볼 수 있다. 하다못해 내 발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정도라도.


직장을 다니며 내게 집중하기보다는 건너편 전화기를 들고 있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그리고 직장 내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만 집중할 뿐, 정작 중요한 나를 놓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들의 감정과 행동에는 민첩하게 반응했지만, 정작 내게는 한없이 무디게 반응하고 무시하기도 했다.

참 친절하지 못한 내 사랑이었다.


A 선생님의 말을 듣고 시퀀스를 진행할 때, 심지어 지금도 요가를 할 때 내 몸 구석구석과 내 안의 또 다른 나와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눈다.


"와 다운독할때 뒤꿈치가 닿았잖아? 개쩌는데?"


그 대화가 아름답지 않고 생각보다 별 거 없고 심지어 경박하지만 나와 이야기를 계속하는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


신길동에서 이사를 하고 직장을 옮기고 결혼을 하는 동안 바쁘다는 이유로 이렇게 예찬하던 요가를 꽤 오래 놓고 있었다. 하고 싶다는 마음만 가득했지만 집 근처에 비싼 거 같은 곳 밖에 없어서, 시간이 없어서 등등 갖은 이유를 만들어내며 미뤘다. 마음의 여유가 계속 없었던 탓인가?


요가를 다시 시작한 것은 5개월 전이다. 직장 주변에 중구청에서 운영하는 점심요가가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되었다. 직장인 시간에 맞춰 시간도 11:50~12:50 딱 나의 점심시간과 일치했다. 게다가 가격도 6만 원(주 2회)


안 할 이유가 없었다. 그 후 화목 점심시간만 되면 종이백에 티셔츠와 츄리닝 바지를 챙겨 요가원을 오갔다.

테라피 정도의 스트레칭이 주를 이뤘지만(점심시간 직장인들에게 땀을 흘리게는 할 수 없기에) 내 몸을 한 번 돌아보는 시간을 근무시간 중간에 갖는 것은 매우 소중한 시간이다.


또다시 요가의 매력을 느끼게 되니 저녁에도 요가를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11월 어느 저녁 짝꿍과 속초에 놀러 가서 회를 포장하러 가는 길에 내년 계획에 대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던 중 나온 내년 목표가 같이 요가하기라는 짝꿍의 말을 듣자마자 "왜 내년에 해? 바로 하자"라고

나답지 않게 박력 있게 이야기했다.


속초여행을 다녀온 후 바로 등록을 했고, 집 앞 요가원에 등록해서 다닌 지 이제 1개월 차.


경험의 축적인가? 새로운 도파민이 도는 걸까? 자꾸 더 깊이 있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전굴도 머리서기도 심지어 다운독도 제대로 못하면서, 괜히 TTC 과정에 대해 유튜브를 검색하고 찾아본다.


아마 이런 게 심각한 요가 중독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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