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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숭깊은 라쌤 Nov 27. 2023

떡갈비를 향한 무한, 도전!

가장 보통의 레시피 - 소박한 식탁 위 발칙한 잡담들

 대한민국 평균 이하 남성들이 매주 새로운 상황 속에서 펼치는 좌충우돌 도전기. 무한, 도전!

10년 넘게 대한민국 최고 예능 프로그램으로 머물던 <무한도전>은 어느 순간 우리 곁에서 사라졌다. 사라졌으나, 여전히 곳곳에서 회자되며 그 위대한 명성의 맥이 이어지고 있음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 대단했고, 즐거웠고, 그리운 프로그램이다. 지금도 어디선가 갑자기 ‘무한’이라는 외침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손을 벌리고 ‘도전!’이라 외칠 사람, 정말 많을걸?     

 <무한도전>에 대한 첫 기억은 군대에 있을 때이다. 훈련소를 마치고 갓 중대에 배치받은 이병 시절이었는데, 그땐 여기저기 눈치 보느라 온종일 완전히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야간 순찰을 나가기 직전 시간, 약간의 짬이 있어 최고선임이던 임 모 병장은 자연스럽게 TV를 틀었다. 그리고 TV 화면 속에선 세계 최고 축구 스타 티에리 앙리가 무한도전 멤버들과 각종 게임을 펼치고 있었다. 속으로든 겉으로든 다들 같은 소리를 내뱉었을 것이다.      


 “이런 미친, 앙리가 무도에?”     


 정말 그랬다. 티에리 앙리라는 슈퍼스타가 우리나라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도 놀랄 노 자인데, 거기서 온갖 망가지는 모습을 다 보여주고 있었으니 정말 믿기 힘들 지경이었다. 그땐 갓 들어온 이병이고 뭐고 없었다. 미친 듯이 배꼽을 부여잡고 웃었고, 다들 그때만큼은 그 흐트러짐을 용인해주었다. 그럴 수밖에 없을 정도로 정말 웃겼으니까.

 이때처럼 배꼽을 부여잡고 드러누울 수밖에 없는 특집들이 많았다. 노홍철의 진가를 알게 된 ‘돈 가방을 갖고 튀어라’ 특집, 마라도까지 가서 짜장면 먹기에 실패한 정형돈이 안타까웠던 ‘Yes or No’ 특집, 박명수의 오호츠크 노래에 중독되어 버렸던 ‘오호츠크해’ 특집 등. 그런데 재미뿐이었다면 이 프로그램이 이만큼 사랑받진 못했을 거다. 시청자들의 눈물을 쏙 빼는 감동 특집들도 정말 많았다. 봅슬레이 도전기, 배달의 무도, 군함도 이야기처럼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이야기를 전하는 고맙고 소중한 역할도 <무한도전>은 언제나 능히 해내었던 것이다. 


 다들 다르겠지만, 나에게 최고의 순간은 ‘식객’특집이었다. 위생 관념도 없고 계량은 말할 것도 없는 요리 젬병들이 심지어 해외에 우리 한식을 알리기 위해 도전하는 특집이었는데, 멤버들이 직접 우리나라 음식 명인들을 찾아가 요리를 배우고 완성하는 모습에서 대단한 열정과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들이 완성한 떡갈비는 정말이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먹음직스러웠고, ―참 식상한 표현이지만― 진짜 TV 브라운관 속으로 뛰어 들어가고 싶은 지경이었다. 


 이상하게 떡갈비만 보면 무도, 그러니까 <무한도전> 멤버들이 떠오른다. 나에게 떡갈비는 무도 멤버들을 추억할 강력한 매개체로 작용하고 있다. 솔직히 처음엔 그들도 만들었는데 내가 못할까, 하는 자신감도 있었다. 

 마트에서 목심을 사다가 온갖 스트레스를 다 담아 잔인하게 다져주고, 양파와 마늘, 각종 양념까지 넣어 버무려 준다. 돼지고기나 오리고기를 같이 섞어주면 아주 부드럽고 기름진 맛이 난다. 그러고는 별것 없다. 적당히 소분해서 팬에 구워주면 되는 것이다. 참, 어울리는 가니쉬를 함께 올려주면 더욱 맛깔나는 플레이트가 완성된다. 좀, 있어 보이지 않아?     

그러니까 이건 고급 떡갈비!!!

 

 실제로는 사라졌지만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강력한 것들이 있다. 물론 누군가에게 ―당연히 당신에게― 그런 임팩트 있는 위대한 존재가 되는 것도 좋겠지만, 살다 보면 분명 나에게 강한 충격과 감동, 기쁨과 슬픔을 주는 사소하면서도 커다란 존재들이 있음을 먼저 기억해야 한다. 가만히 앉아 지나간 시간들을 훑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들이 보일 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그들이 그리워질 것이다. 


 그리움은 절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는다. 그리워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행복한 사람이다. 그러니 그 그리움을, 절대 하찮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 난 지금 <무한도전> 다시 보기를 찾아 헤매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함께 무도를 나눴던 당신을 찾아 헤맬 것이다. 나의 헤맴을 외면하지 말아 주길, 간절히 부탁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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