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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모두 저마다의 가치를 지닌다(2)

청소년을 위한 골 때리는 인문학

by 웅숭깊은 라쌤

무도실무관, 2024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시야를 넓히자!


해마다 빠지지 않고 찾아보는 시리즈가 있습니다. <트렌드 코리아>는 매년 달라지는 트렌드를 분석 및 전망하여 일반 독자들에게 전해주는 그야말로 인문학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책이랍니다. 2024년 9월에 출간된 <트렌드 코리아 2025>에선 새로운 10대 소비 트렌드 중 첫 번째로 ‘옴니보어’라는 용어를 제시했습니다. 원래는 ‘잡식 동물’을 뜻하는 말이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다양한 경험과 선택을 자유롭게 행하는 소비자 경향’이라는 의미로 활용된다고 합니다. 집단의 차이보다 개인의 차이가 중시되고 있으며 고정관념이 사라지고 ―나이, 성별, 인종과 같은― 경계가 무너진 현대 사회의 특성이 반영된 표현이겠죠?

옴니보어는 그저 소비 경향에만 국한된 표현은 아닙니다. 직업의 세계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고정관념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과감한 선택을 하셔도 된다는 겁니다.


고등학교에서 대입을 위해 생활기록부 내용을 충실히 작성하고자 애쓰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주로 자기 진로에 맞는 활동에 참여하고, 관련 내용을 기록하는 데에 중점을 두죠. 그런데 정말이지 애석하게도, 학생들의 꿈과 목표가 ―마치 고정관념인 것처럼― 대부분 비슷비슷합니다. 이과 성향은 의사, 문과 성향은 전문 경영인(CEO)? 우리나라에 의사와 CEO가 이렇게 많았다니! 그런데 여러분, 이 세상엔 의사와 CEO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말 직업의 세계는 넓디넓고 그 개수는 헤아리지 못할 정도라니까요? 2020년에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발표한 <한국직업사전>에는 무려 10,000개가 넘는 직업이 수록되었습니다. 물론 유사성을 띤 것들도 있긴 하지만 우리가 생각지 못한 다양한 직업이 존재한다는 사실엔 틀림이 없겠죠? 게다가 인공지능, 로봇, 빅데이터 등 기술 개발로 인해 새로운 직업 리스트도 계속해서 업데이트되는 실정이죠. (물론 사라지는 직업도 있긴 합니다)


그래서, 시야를 넓히자는 겁니다! 내 적성과 진로에 맞으며 누구보다 능히 해낼 수 있는 직업은 무엇일지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단 거죠. 몇 가지 직업을 소개해드려 볼게요.


‘퍼스널 브랜드 매니저’라는 직업에 관해 들어본 적 있나요? 퍼스널 브랜딩은 말 그대로 ‘개인의 브랜드화’라 해석됩니다. 개개인이 스스로를 하나의 상품으로, 판매 가능한 무언가로 전환시킨다는 의미이죠. 그렇게 자신이 가진 능력을 바탕으로 가치를 평가받게 되고, 마치 하나의 기업처럼 활동하며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은 점차 사회 전반으로 퍼지고 있으며 이에 다들 변화된 삶을 위하여 새로운 시도를 추구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패를 거듭하는 이들을 위해, 개인의 가치를 제대로 실현해줄 멘토라 할 수 있는 ‘퍼스널 브랜드 매니저’가 필요한 것입니다.

퍼스널 브랜드 매니저는 한 개인이 지닌 재능이나 성향 ―필요에 따라 역사와 스토리까지― 등을 면밀히 파악해냅니다. 브랜드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서죠. 브랜드에는 전문성도 필요하지만 ‘정체성’도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퍼스널 브랜드 매니저는 개개인이 가진 강점을 부각시키고 약점을 보완하게 하며 이를 유지하고 관리해주는, ‘코칭’의 업무를 주로 삼습니다. 그 외에도 마케팅 방법을 훈련시켜 주거나 직업 정보를 제공하고 취업전략을 수립해주는 등 개인의 역량을 최고조로 끌어올려 주는 다양한 역할도 해내고 있습니다.


또 소개해드리고 싶은 직업 중엔 ‘비주얼 머천다이저’라는 것도 있습니다. 실제 비주얼 머천다이저로 활동하고 있는 ‘이랑주’ 작가님의 <살아남은 것들의 비밀>에는 생선가게 진열에 대한 해답이 실려있습니다. 생선을 사선으로 진열하면 율동감에 의해 더욱 신선해 보일 수 있다는 것이었죠. 이를 실제 동네 마트에 적용했더니 그날 생선이 완판되었다고 합니다.

비주얼 머천다이저(Visual Merchandiser, VMD)의 역할이 바로 이것입니다. 좋은 걸, 더 좋아 보이게 만드는 존재랄까요? 구체적으로 비주얼 머천다이저는 상품의 구매, 전시 및 판매와 관련하여 계획 및 전략을 수립하고 무엇보다 시각적 연출을 통해 소비자의 구매욕을 끌어내는 업무를 합니다. 비주얼 머천다이징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는 ‘시몬스 테라스 스토어’인데, 그곳에선 매트리스나 침대 프레임을 그저 전시만 하지 않습니다. 시몬스 테라스는 ―조금 엉뚱하게 여겨질 정도로― 기존 침대 쇼룸과는 다른 독특한 공간 연출을 선보이고 있죠. 그렇게 하는 이유는 그들의 본질이 ‘수면을 연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수면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오직 침대 위에 누워있는, 잠자는 시간만을 판단해선 안 되죠. 침대 너머의 시간, 인간이 하루를 시작해서 마무리하는 모든 시간을 탐색해야 합니다. 그리고 시몬스는 그들이 그렇게 하고 있음을 비주얼 머천다이징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확실히 전달하고 있으며 덕분에 더욱 신뢰가 쌓이게 되는 것이고요.

시몬스 테라스 스토어 (월간 디자인 포스트).png 시몬스 테라스 스토어 (월간 디자인 포스트)

사실 제가 학생들의 진로 상담을 위해 미래 직업에 대해 미친 듯 연구했던 적이 있어서, 여기서 쏟아내고 싶은 이야기가 한둘이 아니긴 합니다. 어쨌든 이야기의 골자는 보편화된 직업군에만 눈을 둘 게 아니란 것, 앞으로 변화될 세계를 예측하여 미래 직업을 스스로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딱 한 가지 직업만으로 살아갈 필요는 없다는 것, 뭐 이런 겁니다.



미래엔 이런 직업들도 생긴다고요?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특히 과학기술 분야의 신직업들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노동연구원이나 한국직업능력개발원, 한국고용정보원과 같은 기관에서 계속해서 관련 자료를 제공해주고 있죠.

AI 개발 및 메타버스 분야에선 이미 수많은 직업이 새롭게 등장했습니다. 암호화폐와 관련하여 암호화 코치, 탈중앙화 관리자 등이 새로 생긴 직업들이고, 드론 산업 분야에서도 무인항공기 조종사와 엔지니어 같은 직업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더불어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기억증강 치료사나 유전 문제 해결 전문가, 인공지능 건강 관리사 같은 다소 낯선 직업들도 생겨날 것으로 예상되며 그밖에 우주 산업, 빅데이터, 3D프린트 등의 분야에서도 새로운 직업들이 우후죽순 쏟아져나오고 있습니다.

미래 기술이 현재 존재하는 직업에 접목되어 신직업으로 탄생하는 결과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특히 농업 분야에선 토양분석 전문가나 미래 식량 개발자 등 변화하는 지구 환경에 대비하여 관련 전문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농업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더라고요. 4차산업혁명 시대, 로봇과 우주라는 새로운 분야의 개척 등 미래라는 키워드가 기존 산업에 연결되면 수많은 일자리가 새로이 창출될 것으로 전망할 수 있겠습니다.

스마트팜 기술(2023 스마트팜 선도 사례집, 농림축산식품부).png 스마트팜 기술(2023 스마트팜 선도 사례집, 농림축산식품부)

가장 크게 달라지는 점은 과거엔 기존에 존재하는 직업의 틀에 ‘나’라는 존재를 끼워 맞추려 했다면, 앞으로의 세계에선 스스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여 그걸 자기 나름의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더불어 이를 바탕으로 자기 능력을 다양한 측면에 활용하여 동시에 여러 직업을 수행하는 이들도 늘어나게 되겠죠.



그나저나 이 작품, 더 재미있게 즐기려면?


무도실무관이란 직업적 특성을 생각하면 영화가 다소 무겁게 느껴지진 않을까, 우려가 되기도 하지만 사실 영화 자체는 매우 유쾌하게 전개됩니다. 거기에 화려한 액션은 덤! 전 여기서 주인공 이정도의 ‘직업을 대하는 자세’에 매우 크게 감명받았습니다. 우린 특정 직업을 평가할 때 단연 ‘얼마 벌어?’와 같은 질문을 먼저 던지는데, 이정도는 이 직업이 지니는 사회적 가치로 자신을 평가하더라고요. 세상 모든 직업이 저마다의 가치를 지니고, 그 직업을 살아내는 이들 역시도 소중한 그리고 엄청난 가치를 지닌 존재라는 걸 다시금 일깨울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앞서 말한 것처럼 ‘이런 직업도 있었어?’라는 생각과 함께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희생하고 배려하는 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느껴봅시다!



*더 생각해보기

Q. 몇 가지 직업을 선정하여 그 직업이 지니는 사회적 가치를 평가하여 새롭게 보수를 책정해보자.

Q. 내가 갖고 싶은 직업은 미래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

Q. 꼭 생겨나야 하는 미래 직업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무도실무관 명대사.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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