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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성공한 삶을 꿈꾸기 마련(1)

청소년을 위한 골 때리는 인문학

by 웅숭깊은 라쌤

헝거, 2023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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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이 뭐예요?


이 챕터의 제목처럼, 세상 누구나 성공한 삶을 꿈꾸기 마련입니다. 대충 살면 어떻게 되겠지, 하며 사는 이들이 몇이나 되겠어요. 그런데 말이죠, 대체 성공이 뭐죠? 조금 추상적이라 생각되지 않나요? 어쩌면 이 질문에 관하여 ‘돈을 많이 버는 것’이라 답하는 이들도 있을 테고, ‘길을 나서면 사람들이 누구나 알아볼 수 있을 정도’를 성공이라 부르는 이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린 절대 함부로 단정 지어선 안 되죠! 앞에서 언젠가 말씀드렸던 것 같은데요? 인문학은 뭐다? 물음표를 던지는 것이다! 우린 ‘과연 진정한 의미의 성공이란 무엇인가?’에 관해 질문을 던져야만 합니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성공이라면, 왜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성공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물음표를 던져야 하는 것이고요. 깊이 있는 사유를 반복하며 우린 진정한 성공의 의미를 되새기고 이를 계기로 더 나은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인문학을 공부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자, 함께 고민해보도록 하죠. 이번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헝거>라는 작품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쿡방 전성시대, 전문 셰프를 꿈꾸는 이들이 늘어난다고?


<헝거>는 태국 영화로 아버지 가업을 이어 가게를 운영하던 주인공 '이오'가 유명 파인 다이닝 레스트랑 '헝거'에 스카웃 제의를 받아 폴 셰프 밑에서 일하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말 들어보셨죠? 저는 이 영화를 보며 이 격언이 떠오름과 동시에 개천에 머물러 있더라도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른다는 걸 생각하며 늘 정진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어쨌거나, 주연을 맡은 ‘추띠몬 쯩짜런쑥잉’은 <배드 지니어스>란 작품으로 이미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친 유명 배우입니다. <헝거>에서는 허름한 동네 식당 주방장에서 유명 레스토랑 셰프까지 다채로운 연기를 어색함 없이 완벽하게 소화해 냈죠.

연기도 연기지만 요리 과정이나 정갈하게 담긴 음식들을 보며 내내 군침을 흘린 기억이 납니다. 저도 워낙 요리를 좋아하고 또 요리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 터라 그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볼 가치가 있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언제부턴가 우리나라에 소위 ‘쿡방’이라 불리는 요리 전문 프로그램들이 정말 많아졌습니다. <냉장고를 부탁해>로 시작되어 <흑백요리사>에서 정점을 찍었달까요? 심지어 <흑백요리사>는 백상예술대상이란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영향을 받은 탓인지 전문 셰프를 꿈꾸는 청소년들도 정말 많아졌다고 하네요.

셰프 Chef라는 말은 프랑스어로 ‘지휘자’ 혹은 ‘대표’를 뜻합니다. 공식적으로는 ‘셰프 드 퀴진’에서 온 명칭인데, 직역하면 ‘주방의 지휘자’, ‘총괄 셰프’라고 할 수 있겠네요. TV에서 많이 보셨을 거예요. 프랑스의 식당에서는 우리네 어머님들이 홀로 주방에서 고군분투하는 환경과는 다른, 주로 팀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지 않았나요? 이러한 체계를 확고히 다진 인물은 19세기 프랑스의 전설적인 요리사, ‘오귀스트 에스코피에’라는 분입니다.

에스코피에는 주방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브리가드 시스템’을 도입하는데, 이는 주방을 여러 역할로 구분하고 각 담당자가 맡은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이었죠. 앞서 언급한 총괄 셰프, 그 아래 ‘수셰프’라고 하는 부주방장이 있고요, ‘셰프 드 파티’라 하여 각 파트를 담당하는 요리사들이 존재합니다. 소스 담당, 메인 육류 요리 담당, 해산물 조리 담당, 디저트 담당 같은 역할이죠. 이들을 보좌하는 데미 셰프 demi chef, 또 그 아래 가장 기본적인 주방 업무를 담당하는 꼬미 셰프 commis chef도 이 체계에 속합니다.

오귀스트 에스코피에.jpg 오귀스트 에스코피에

오귀스트 에스코피에는 1846년 프랑스의 뷜뇌브 루베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대장장이였던 아버지 덕에 일찍부터 불을 다루는 법을 익힐 수 있었고, 열두 살엔 아예 학교를 그만 두고 니스에 있는 삼촌의 레스토랑으로 가 견습생 생활을 했다고 하네요. 물론 온전히 그의 선택은 아니었을 겁니다. 견습생으로 일하는 동안 작은 체구로 인해 괴롭힘을 당하는 일이 잦았고, 요리를 하다가 다치는 일도 비일비재했습니다. 정말 버티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는 꿈과 재능이 있었고, 어떻게든 기초 지식을 쌓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습니다. 새로운 요리 기술이나 재료를 알게 되면 끊임없이 되뇌며 외우기를 반복했다고 하네요. 덕분에 19살이 되던 해에 인근 호텔의 꼬미 셰프직을 받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프랑스-프러시아 전쟁이 발발하여 현역 군복무를 하게 되었지만 말이죠.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곳에서도 그는 요리 열정을 불태울 수 있었습니다. 육군 요리사가 되어 여러 병영에서 자기 실력을 뽐냈으며, 식품 보존에 대한 지식들도 익힐 수 있었죠. 무엇보다 지위가 높은 이들과의 교류가 생겼고, 전쟁 종료 후에는 프랑스 사교계 거물들이 드나드는 유명 레스토랑의 요리사가 되어 상류층의 문화를 익히는 기회로 삼기도 합니다. 이러한 경험들을 발판으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주방 내 구성원들의 완벽한 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고, 화려하고 고급스러우며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프랑스식 ‘파인 다이닝’의 정수까지 완성할 수 있었던 거죠.


에스코피에는 프랑스의 요리계의 전설이자 요리사들의 왕이라고 불리는데, 그러한 명성과 지위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아주 어릴 적부터 쌓은 수많은 요리 지식과 경험, 끊임없이 이어진 탐구가 그를 세계적인 위치로 올려놓았던 것이죠. 여러분도 혹시 에스코피에와 같은 전문 셰프를 꿈꾸고 계신다면, 그의 발자취를 차근차근 따라가 보심이 어떨까요? 앗, 전쟁에 참전하라는 말은 아니에요! 오해 금지!


(2)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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