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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성공한 삶을 꿈꾸기 마련(2)

청소년을 위한 골 때리는 인문학

by 웅숭깊은 라쌤

헝거, 2023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보편적인 성공 비결이 있긴 하지만


영화 <헝거>의 제목, 이 ‘헝거’라는 말은 영어로 ‘hunger’라 표기하죠. 이 단어엔 굶주림, 배고픔이란 의미가 있지만 더 나아가 ‘어떤 무언가에 대한 갈망’이란 의미도 있습니다. 그저 음식으로 허기를 달래는 것은 생존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거기서 머무르지 않고 성공과 명예 등에 대한 끊임없는 허기를 느끼며 살아가죠. 그래서 다들 찾곤 합니다. ‘성공 비결’ 혹은 ‘성공한 이들의 습관’ 따위를 말입니다.

저도 이래저래 많이 찾아보고 들어봤는데, 정말 성공한 분들은 괜히 성공한 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커비 리더십 센터’의 창립자인 스티븐 커비가 쓴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란 책이 있습니다. 자기 삶을 주도하기, 끝을 생각하며 시작하기, 소중한 걸 먼저 생각하기 등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가 담긴, 무려 1,500만 부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입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png 스티븐 커비,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그런데 최근 들어 서점가에 제목과 내용이 비슷한 책들이 물밀듯 쏟아져 나오고 있더라고요. 인터넷 서점에서 ‘성공 습관’이라고 검색했을 뿐인데, 어마어마한 목록이 펼쳐져서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문득 이런 궁금증이 생겼죠. 성공한 이들의 성공 전략과 비결이 이렇게 모조리 다 알려지면 전 세계인들 모두가 억만장자가 되고 손쉽게 성공을 만끽하게 되는 거 아닌가? 네, 아니죠. 쓸데없는 생각이었습니다. 절대 그럴 리 없습니다. 성공한 이들의 습관을 안다 한들 그걸 그대로 똑같이 답습할 수도 없고, 그렇게 다 따라 하는 것도 애초에 불가능할 테니까요.

왜 불가능하냐고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들이 말하는 성공 비결이 그다지 대단한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이미 다 알고 있는 것들이라니까요? 놀고 싶어도 잘 참기, 해야 할 일 잘 하기,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은 하지 않기, 이런 식입니다. 보세요, 제가 말했죠? 못 따라 한다니까요! 우린 놀고 싶을 때 놀아야 하고 해야 할 일은 하기 싫으며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서 하고 싶은 사람들이잖아요! 여러분 스스로 자기 자신을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난,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인가, 아닌가.



성공이란 상대적인 것


동양철학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아무래도 공자의 유학이겠죠? 이와 자웅을 겨룰 만한 학문이 있다면, 아마 노자의 ‘도가사상’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노자는 <도덕경>을 통해 삶을 올곧게 살아갈 수 있는 참된 지혜를 전해줍니다. 논란의 여지가 생길까 봐 미리 말씀드리면, 이러한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알기 쉽게 전달한 것은 아닙니다. <도덕경>의 분량은 5,000자 정도밖에 되지 않거든요. 주나라의 쇠망을 안타까워하며 길을 나서는데, 진나라로 들어서는 함곡관이란 관문에서 윤희라는 관문지기의 부탁으로 노자가 순식간에 뚝딱, 하고 써 준 책이 바로 이 <도덕경>이란 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내용은 대부분 비유로 이뤄져 있어서 후대 사람들이 각자의 견해를 담아 해석해 낸 것이죠. 심지어는 정말 노자가 쓴 것이 맞는지 여부에 대한 논란도 있더라고요. 저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와 관련한 진위를 따지기보단 책에 담긴 메시지에 더 주목하고 싶습니다. 이 책엔 성공에 관한 핵심 비결이 담겨 있거든요!


세상 사람 모두가 아름답다고 여기는 것을

(나도) 아름답다고 아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세상 사람 모두가 착하다고 여기는 것을

(나도) 착하다고 아는데 이는 좋지 않다.

본디부터 있음과 없음은 서로 생겨나고,

어려움과 쉬움은 서로 이루어지고,

길음과 짧음은 서로 견주어지고,

높음과 낮음은 서로 기울어지고,

인위적인 소리 음과 자연적인 소리 성은 서로 조화를 이루고,

앞과 뒤는 서로 따른다.

이 때문에 성인은 무위로서 일을 처리하며,

말 없는 행동으로 가르침을 행한다.

(그러니) 성인은 만물을 자라게 하고도 이를 드러내어 말하지 않고,

만물을 낳고도 소유하지 않고, 만물을 가꾸고도 의지하지 않고,

공을 이루고도 공에 머물지 않는다.

오로지 공에 머물지 아니함으로 떠나지 않는다.

-노자, <도덕경> 2장


본문만 읽으면 어떤 내용인지 감이 잘 안 오시죠? 말씀드렸지만 <도덕경>은 비유, 그러니까 내용이 죄다 추상적이어서 각자 나름의 해석이 이뤄져야만 그 참된 의미를 받아들일 수 있거든요. 선생님의 짧은 식견을 이용한 해석을 보시고, 여러분도 나름의 의미를 판단해 보도록 하시죠!


다섯째 줄을 보면 ‘있음’과 ‘없음’이 서로 생겨난다고 하죠? 있으면 있는 것이고 없으면 없는 것이지 서로 생겨난다는 건 당최 무슨 말인가! 쉽게 생각하면 이런 겁니다. 어느 날 같은 학급 친구가 값비싼 운동화를 신고 등교를 한 거예요.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 브랜드 제품이었죠. 자랑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고개를 떨구고 가만히 내 신발을 바라봅니다. 그래도 나름 대중적인 브랜드의 그다지 나쁘지 않은 제품이지만, 왜인지 모르게 신발을 숨기고 싶어지는 나. 얼른 실내화로 갈아 신게 됩니다.

친구가 그 신발을 신고 오기 전날까지는 나에게 그 신발은 어쩌면 세계에 존재하는 물건조차 아니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친구에게 그 신발이 생겼고, 동시에 난 ‘명품 신발이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린 것이죠. 그래서 ‘있음’과 ‘없음’이 서로 생겨났다는 것입니다.

자꾸 친구와 같은 신발을 갖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면, 해결책이 있기는 합니다. 수십만 원 명품 브랜드 제품을 혼자서 감당하기 힘들겠죠? 그렇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리기도 부담스러울 테고요. 자, 여기서 방법은 뭐다? 다시 그 신발을 알기 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앗, 여러분의 헛웃음이 여기까지 들리는데요? 그렇지만 잘 생각해 보세요. 그 신발을 몰랐던 우리의 하루엔 아무런 문제도 없었습니다. 갑자기 ‘명품 브랜드 신발을 가져야만 행복하다’라는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되었을 뿐. 그 친구에겐 그게 행복이고, 그걸 틀렸다고 할 수 없습니다. 다만 나에게는 또 내 나름의 행복의 기준이 설정되는 것이 맞다는 겁니다. 신발 살 돈으로 떡볶이를 백 번 사 먹는 게 나을 수도 있고, 그 돈으로 부모님 선물을 사드리며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다 상대적인 것이므로, 어느 하나도 틀리지 않았거든요.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의 행복이 그저 다른 친구의 신발에 좌우되면 안 됩니다. 세상에, 절대적이란 건 없는 법이니까요.


노자.jpg 노자


성공의 기준도 마찬가지입니다. 남들처럼 대학에 진학해야만, 대기업에 취직해야만 행복한 건 아닙니다. ―여러분껜 정말 나중의 일이긴 하지만― 월급이 얼마인지 배우자가 누구인지도 다른 이들의 기준을 내 것으로 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대신, 나만의 인생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따른 설계를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고작 하루 이틀짜리가 아니라 10년, 20년을 넘어서는 방대한 목표 말이죠. 언젠가 그 목표가 성취되었을 때, 그 순간 여러분이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올릴 단어가 바로 ‘성공’입니다.



그나저나 이 작품, 더 재미있게 즐기려면?


사람들은 성공이란 가치를 조금 편협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는 듯합니다. 물론, 저도 마찬가지였죠. 이 영화를 통해 성공을 판단하기 위해선 그 안에 반드시 ‘행복의 여부’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여러분도 그걸 꼭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그저 메시지만으로 영화가 좋다는 건 아닙니다. 이전까지 지니고 있던 아시아 국가의 영화들은 질적으로 다소 떨어질 거라는 편협한 시각마저 깨끗이 지워 주었거든요. 탄탄한 스토리는 물론 배우들의 연기, 다양한 영화적 연출 역시도 이 영화의 매력입니다. 특히나 요리 대결을 펼치는 장면들은 이미 채워진 허기마저 불러일으킬 정도로 깊이 빠져들게 만들곤 했답니다. 저도 모르게 ‘헝거’가 되어 버리더라니까요?



*더 생각해보기

Q. 여러분이 생각하는 성공한 인물, 누가 있을까요?

Q. 여러분의 인생 최대의 목표 3가지를 선정해 볼까요? 인생이 조금 과하다면 올 한 해 목표로 정해봅시다.


헝거 명대사.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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