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아홉 번째 이야기
학부모님께 들려주고픈 자녀 교육의 비밀
- 여든아홉 번째 이야기
저는 86년생이고,
7차 교육과정의 첫 세대였습니다.
문과 학생들은 수능에서 과학시험을 치르지 않았고,
그래서 고등학교 2학년부터는
한 번도 과학 수업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교사가 되어,
비문학 과학 지문은 너무 어렵고 생소해서
수업 준비를 할 때마다
여기저기 자문을 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자문을 전해주시는 분들은
조금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곤 하시죠.
‘이, 이것도 몰라?’
너무 쉬운 개념조차도
너무 낯설게 여기고 있는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기도 합니다.
왜 부끄러워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그렇습니다.
수시 모집,
특히 학생부 종합전형의 역사는
사실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노무현 정권 때부터 조금씩 몸집을 불렸고,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수시의 비중이 더 커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했죠.
이 수시의 역사를 온몸으로 접하고 있는
지금 우리 아이들,
전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분명 밝을 것이라 믿습니다.
저도 어른이지만,
가끔 어른들의 모습을 보며
가여움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동네 수재로 불리며
대한민국 최고 대학에 입학했던 그들.
그들 중에는 세계와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하는
다양한 성과를 낸 이들도 있지만,
기득권이 되어
나라를 좀먹는 이들도 분명, 있습니다.
제가 주목한 부분은,
‘말’입니다.
그리고 ‘토론’입니다.
정치인들의 발언을 살펴보면
참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아니,
학창 시절 한가락 했던 분들이
어찌 저렇게 말을 못 하는 것인지!
박박 우기면 무조건 옳은 줄 아는 것인지!
한숨이 팍팍 나옵니다.
저는 이것이
대한민국 교육과정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학교라는 현장에서
살아있는 지식과 경험을 배우지 못하고,
오직 문제만 주구장창 풀어댔던
안타까운 과거를 보냈기에
세상에 나와서도
몇십 년째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의, 앞으로의 아이들은
그렇게 키워서 내보지 않을 겁니다.
요즘 저는 국어 수업 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토론을 하고,
자기 생각을 정리하여
한 편의 글을 씁니다.
(저도 함께 씁니다.)
고등학교 수업이 입시와 곧장 연결되어 있기에
마냥 이런 수업이 달갑지 않을 수 있겠지만,
이게 수능 공부에도 굉장히 큰 도움이 됩니다.
제 주관적 견해가 아니라,
전문가들이 늘 얘기하는 부분입니다.
정시가 무작정 확대되면,
학교 수업이 오직 문제 풀이로만 이어지면,
아이들은
말도 못 하고
박박 우기기만 하는
그런 어른이 될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의 미래는 결국
어른들의 몫입니다.
전 세상 모든 어른들이
아이들의 ‘교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사가 될 수도,
반면교사가 될 수도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