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님께 들려주고픈 자녀 교육의 비밀
- 아흔 번째 이야기
<고등학교에 체육 한마당, 축제가 필요한 이유는?>
무려 3년 만에,
학교에서 체육한마당이라는 큰 행사를 치렀습니다.
학급마다 반티를 갖춰 입고,
양갈래 머리를 땋은 여학생들과
문신 팔토시를 하고 나온 남학생들이
운동장에서 물총 싸움을 하며 뛰노는 모습!
실로 오랜만이었습니다.
너무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사실,
원래 이랬었는데 말이죠.
아이들 중에는
‘이런 걸 왜 해 귀찮게’라는 생각을
겉으로 드러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실 저도,
하기 전엔 조금 귀찮기도 했지요.
수업이나 하지, 하는 생각.
막상 하고 보니,
체육 한마당, 축제, 기타 다른 행사들 모두
학교에 정말 필요한 것 같습니다.
아니, 꼭 필요합니다.
우선,
교사들에게 필요합니다.
아이들 말고, 교사?
다소 의외라고 느껴지시죠?
이런 큰 행사가 끝나고 나면
비로소 담임 교사들은
아이의 ‘참모습’을 확인하게 됩니다.
적극적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대인관계는 어떠한지,
면밀한 관찰이 가능하게 되죠.
그래서 행사 후 생활지도나 상담에 있어
더욱 깊이 있는 관계 형성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무언가를
전할 기회가 되는 것이죠.
저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제가 담임을 맡았던 학급에
행사 때마다 장기자랑에 참가하는 아주 멋진 춤꾼이 있었습니다.
동아리도 풍물부 활동을 해서 장기자랑에, 풍물부 공연에,
늘 바쁜 시기를 보내곤 했죠.
이 녀석의 문제 아닌 문제점은
명확한 목표와 꿈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만들어줬습니다!
‘춤’과 ‘풍물’이라는 키워드를
‘문화’라는 개념으로 승화시켰습니다.
우리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한국 문화 예술 콘텐츠 크리에이터’라는,
새로운 직업을 함께 만들어낸 것이죠.
학과는 ‘불어불문학과’로 진학했는데,
프랑스가 문화적으로는 세계 최강국이기에,
선진 문화를 습득하여 우리 문화 전파를 위한 기폭제로 삼겠다는
나름의 포부를 설정했습니다.
체육 한마당은 학급 아이들마다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외부에 경쟁이 생기면
내부에는 협력이라는 가치가 솟아납니다.
(사회문화 시간에 배우는 개념이죠)
여하튼 ‘우리’라는 개념이 생기면서
아이들은 학급 안에서 친밀함을 느끼게 됩니다.
이때 생성된 ‘함께 하는 힘’은
단순히 체육 활동을 넘어
학업과 관련하여,
친구 관계와 관련하여,
늘 활용되는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혼자만 잘하려고 숨겨놓았던 것들을
자신도 모르게 끄집어 냅니다.
구체적으로는 이런 것이죠.
반톡에 글을 씁니다.
“얘들아, 국어 수행 내일까지야~”
이런 사소해 보일 수 있는 한마디 한마디가,
아이들에겐 큰 영향을 주게 됩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아이들 간의 미묘한 기류가
밝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형성되는 것이죠.
공부는 중요하지만,
공부만 중요하진 않습니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선
공부만 잘해선 안 됩니다.
사실 이건,
어른들도 알고 있는 것이죠.
고등학생이라고 해서
세상을 경험할 기회를 박탈하고
공부만 시켜선 안 됩니다.
공부만 해서, 공부를 잘하나요?
다른 무언가를 함께하는 시간도 나눠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