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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숭깊은 라쌤 May 17. 2022

선.제.소,
선생님의 제자를 소개해볼까요?

아흔한 번째 이야기

학부모님께 들려주고픈 자녀 교육의 비밀 

- 아흔한 번째 이야기 

<선.제.소, 선생님의 제자를 소개해볼까요?>   

  

오늘은 저의 사랑스러운 수많은 제자 중 

키가 가장 컸던 녀석을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모델 준비를 하다가

코로나 직격탄을 맞아,

어쩔 수 없이 군대로 도피한 상태입니다.


지금은 군대에 있어서 연락이 잘 안 되지만,

그래도, 아니 그래서 더 그리운

기특한 친구입니다.


당시 아이들에게 전해주었던 

학급 종례신문에서 발췌합니다.          


“곽별똥별”     

초등학교 3학년 때 그의 키는 130.5cm였다. 

그는 10년 간 50cm가 넘게 성장했다. 

뭘 먹은 거지 대체. 

나 하루에 우유 1000ml씩 먹는데. 지금도 먹는데.      


여튼, 

그는 그냥 키가 큰 게 아니라 멋있게 크다. 

다리도 길고, 호리호리하다. 

나쁘게 말하면 ‘기생 오라비’ 스타일이지만, 

나쁘게 말할 이유가 없다. 

그는 모두가 인정하는 ‘안법 탑 모델’이기 때문이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사실 올해의 첫 합격생은 곽○하가 아니다. 

(곽○하는 전통문화대학교에 일찌감치 합격한 상태였습니다.)

곽별똥별이다!      


교복모델대회에서 

당당히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그 순간을, 

난 절대 잊을 수가 없다. 

언젠가 종례신문에 썼었지만, 

대학합격만큼이나 기뻤기 때문이다. 

정말, 많이 기뻤다. 

그리고 많이 반성했다. 

대학 합격만이 전부가 아니란 걸 알게 해줬기에. 


그런데,  

오늘 이야기의 핵심은 곽별똥별군의 다리길이가 아니다. 

논하고자 하는 건, 

다름 아닌 그의 ‘인성’이다. 


인성이란 단어를 보자마자 그대가 떠올린 생각은 무엇인가? 

정말 솔직하게. 

흔한 고3 학생들의 장난이 아닌, 

진정성을 바탕으로 생각해보자. 

그의 인성은 어떠한가?      


그의 인성과 관련하여 

가장 먼저 떠올린 단어는 정말 쉬운 단어다. 

"착함." 

이 녀석 꽤 착하다.      

가끔 순진무구한 바보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아 가끔이 아닌가) 

이건 단순한 순진함이 아니다. 

‘순수함’이다.      


1학년 때, 

이 녀석이 길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는 것을 보았다. 

기억난다. 

그의 행동을 보고 주변 아이들이 했던 말. 

“착한 척 오지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녀석이 얼마 전 자기소개서에 그 이야기를 쓴 것이 아닌가? 

진짜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난 2년 전 그 순간을 회상할 수 있었다. 

알고 보니 그는 일죽(안성의 시골동네) 출신이었는데, 

그 동네에선 쓰레기 줍는 일이 당연한 것이라고 한다. 

아니, 

길바닥에 쓰레기를 버리는 것 자체를 

절대 상상할 수 없는 곳이라고 한다. 


가끔은 순수하고 맑고 깨끗한 그의 영혼이 

안법에 와서 더럽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한다.      


더럽히지 말자. 

하얀 백지 같은 그의 마음을 

더러운 도시의 회색빛으로 물들이진 말자. 


물들자. 

그의 순수함으로 우릴 물들이자! 


아, 가끔 밥도 사주자. 

로우킥 한 방 맞으면 부러질 지도 모른다. 

살을 찌워주자.          

      


착하고 순수한 아이가

바보 취급당하며

철저히 무시당하는

이상한 논리가 적용되는 이 세계에서,

여전히 착하고 순수한

그때 그 시절 그 아이가

문득 그리워지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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