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살, 적당한 완벽주의로 시작하는 사업 생존기
앞으로는 사회초년생 신입 마케터로 살아남기에 이어, 사업 생존기로 시리즈를 써보고자 한다.
2022년 하반기는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가장 힘들었고 주변 지인들도 걱정할 만큼 상태가 많이 안좋았을 시기였다.
천성이 가면을 잘 못쓰다보니 기분이 표정에 그대로 들어나고 반드시 해야할 말이라면 그게 누구든 내 생각을 확실하게 말하는 타입이었다. 그래도 일이나 성장에 대한 욕심은 있어서 어느정도 무마되었다고 생각은 하지만 번아웃을 겪은 뒤 확실하게 수 많은 양 사이에서 혼자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검은 양과 같았다. 과장일 수도 있지만 돌연변이라는 생각이 최고조에 달았고 내가 열심히 만든 무언가가 가볍게 넘겨지는 그런 상황을 보면서 내 가치는 내가 직접 찾아야겠다라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다만 저 생각이 확고해지기까지 내 기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만두기까지 현실과 타협? 결판짓는 과정에서 퇴근하면 일어나지도 못하는 몸이 되버리고 말았다. 그 증세가 심해지기 전까진 단순 스트레스로 치부했고 자꾸 현실과 타협하려는 모습 속에서 괴리감도 느껴지고 이게 과연 맞는가? 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수습을 마치기 전 퇴사를 선언하고 아무런 계획이 없었지만 이것만큼은 다짐하였다. 일을 할 때 내가 온전히 즐길 수 있고 몰입할 수 있는 환경으로 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2달 동안 질리도록 '로스트아크'만 웬 종일했다. (다행히 지금은 게임에 눈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게 게임을 한창 몰입하던 2월 어느 날, 슬슬 취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원티드, 잡플래닛, 잡코리아, 사람인, 링크드인 등 여러 공고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웃긴건 이 2달 사이에 아픈게 다 나았는지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연봉 기준으로 회사를 고르고 있는 내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또 다시 갈등의 시간이 생기기 시작했다.
연봉과 자유
나는 이 2개를 포기할 수 있을까? 그래... 자유를 포기하더라도 돈이 있어야 여유도 오는 법이라는 생각으로 다시 알아봤지만 쉽사리 고민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전에 크게 아팠던 경험이 또 다시 그 결정을 하게끔 만들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이후 일주일을 넘게 꽤 깊은 고민을 했다. 부모님께도 돌려서 조언을 구하면서 나름대로 방향성을 찾아가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나는 내 것. 내 사업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성격 상, 고민은 오래하는 편이지만 결정을 내린 후엔 웬만한 변수가 아닌 이상 쭉 밀고 나가기 때문에 가장 먼저 현 시점 내가 하고 있는 부업과 내가 업계에서 그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영역, 내가 믿고 협업을 요청하거나 질문을 구할 수 있는 사람들을 정리했다. 그리고 확실하게 잘할 수 있는 영역과 잘하지 못하는 영역, 지금은 못하나 연습하면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긴가민가한 영역을 나눠 로드맵을 구성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1. 내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누구이고
2.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으며
3. 무엇보다 초반에 내 시간과 인건비로 자본을 얻을 수 있는 것
이 3가지를 기준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미 온라인 강의를 하고 있었던 만큼 경력과 실제 테스트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보니 웹사이트 만드는 것은 살짝 뒤로하고 먼저 업체 하나 계약하는 것을 목표하였고 그 전에 머리 속에 쉽게 각인되게 하면서 의미있는 1인 기업명을 짓는 게 최우선이었다.
1인 기업 명을 지을 때 여러 대행사의 네이밍 레퍼런스를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각 대행사는 본인들 만의 네이밍 스토리가 있을까? 난 대행사로 시작하지만 대행사 네이밍이 아닌 브랜드처럼 의미가 담긴 네이밍을 원했고 고객이 쉽게 발음할 수 있으며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명칭으로 사업명을 짓는 것을 조건으로 잡았다. 그렇게 만든 네이밍은 6~8시간씩 3일을 꼬박 고민하면서 만들어낸 만큼 나에게 스토리적으로도 가치가 있고 발음도 쉬우며 상표출헌 기준으로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3가지 조건에 모두 충족하였다.
그리고 이때 감사하게도 지인의 소개로 SEO를 필요로 하는 업체를 하나 소개받게 되어 계약을 한 뒤 컨설팅 서비스를 꾸준히 진행해가고 있는 중이다.
회사에서 SEO 컨설턴트로 있었을 때보다 지금 공부하는 지식이 양으로나 질적으로나 더 값어치있고 더 의미있는 테스트도 도출이 되는 만큼 내가 잘하는 만큼 내 가치를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내 사업 쪽에서 활동을 하는 것에 더할나위없이 만족하고 있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