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겐 독서클럽

by ratatouille

일요일의 독서 클럽이 시작되면

사람들은 물 밀듯 사라지고

라스무스 메이어에서 본 뭉크 그림같이


그대로, 그대로

외딴 말로 된 시집을 부여잡고

다 식은 필터 커피를 마시고


누가 훔쳐볼 걱정 없이

이방인의 자유를 만끽하며

외딴 말로

야이 헤이테르, 잌 헤이트

노르웨이어와 네덜란드어를

일부러 헷갈려보고


이장욱의 여행자들을 읽다가

서고의 가지런한

빨간 책들만 세어보고

깊지 않은 정열에 실망하고

끓지 않은 사랑과 소원해지고

갈피 없는 연인들을 질투하는 척도 했다가

딱딱한 문자를 그리워한다


첫 문장만 읽을 수 있는 책이 있다면

그곳에 이름을 바꿔 써보자

좀 텁텁한 종이 위에

촉촉한 잉크로 적셔내면

적당히 삼킬만할 것이며

서고의 보라책처럼

듬성듬성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사실 세 사람 밖에 없어서

빈자리를 두려워하며

그들이 책을 빼낸 자리를 격려하고

다시 넣어논 자리를 비웃으며

제일 좋아하는 단어를 외운다


이크 하우트 판,

잌 하우트 판 여

내 인연은 어디 있나

어눌한 발음으로

초라한 사랑을 고백하고

커피잔에 입 맞추고

누구도 몰랐으면 좋겠다


너무 큰 귀걸이를 달아서

무거워서 귀가 축 쳐져서

못 들었을걸

해가 곧 떨어져

못생긴 트롤에게 잡아먹히면

아무도 못 볼걸

무책임한 구절을

보라색 책에서 많이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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