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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합리적인걸 Nov 22. 2022

언제 썼던가...영화 감상문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감상문을 써본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자발적으로 감상문을 쓴 적이 있었을까 싶다. 어릴 적 독후감을 쓰라하면, 말 그대로 독서 후 감상을 담아야 하는 것일진대, 줄거리 요약문이었다. 독후감을 어떻게 써야 한다고 배운 기억이 사실 없다. 책 읽은 것을 검사하기 위해 쓰는 줄거리 요약문을 제출하는 건가 싶었나 보다.


하지만 부모가 되어 아이에게는 '독서록, 독서감상문에는 내용 요약이 아닌 감상을 쓰는 거야', '<재밌었다> 말고 다른 느낀 점은 없을까?'를 반복하는 나를 발견한다.


이런 나에게 영화 감상이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감상문을 제출하라는 것까진 아니었지만, 이 참에 뭐라도 남겨보자.


<스포주의>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감독: 스티븐 달드리)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45298


로켓 배송을 애용하기에 가입되어 있던 쿠팡 플레이에 있는 영화라서 다행히 볼 수 있었다. 언젠가 포스터를 본 기억이 있었는데, 2009.03.26 개봉 후 2017.01.18 재개봉을 한 적이 있더라. 


독일 1950년대 배경으로 시작한 첫 영화 인상은 한국전쟁 당시와 사회문화적 차이부터 오버랩하며 보게 되었다. 영화 시작 부분 남 주인공 데이비드 크로스(어린 마이클)/랄프 파인즈(마이클)의 앞뒤 설명 없는 전염병은 이해가 안 가던 부분이다. 


제목과 달리 앞부분부터 나오는 감사 마음을 표하러 갔다가 중년 여성을 훔쳐보고 마음을 뺏겼다는 전개, 그리고 노골적인 영화적 표현은 낯 뜨거운 부분이었다. 케이트 윈슬렛(한나)은 타이타닉에서도 나체 연기를 그리고 이번 영화에서도 나체로 열연한다. 


The Reader, 2008


여인 입장에서는 사랑을 나누었다기보다는 대가성으로 책 읽기를 구하고, 꼬마(?)는 그 의미가 반반이라 생각했다. 나중에 꼬마는 그것이 인생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으로 남은 것이었기에 다른 사람을 만나지 못한 것으로 표현된 거 같다. 하지만 여인에게 그 꼬마가 그만큼 소중하진 않았으리라 본다. 


제목과 달리 홀로코스트 영화였다. 영화 후반부에 법정에 선 한나의 풀 네임이 한나 아렌트였고, 재판 과정이 나오면서 독일 나치 전범의 과거청산 문제로 갑자기 부각된 전개는 뜬금없이 느껴졌다. 영화 내용 중 내가 뭔가 놓친 단서들이 있었을까 싶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제목과의 연결성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혼동이 생겼다. 내가 알고 있는 정치 이론가 한나 아렌트와 동명이인이라는 점도 작가의 의도가 어떤 것인지 어리둥절한 대목이었다. 


홀로코스트(Holocaust, 1933~1945): 나치 독일 정권이 동맹국들과 협력자들과 함께 600만 유럽계 유대인들을 제도적으로 탄압하고 조직적으로 학살한 사건


* Hannah Arendt (한나 아렌트)는 독일 출신의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작가, 정치 이론가이다. 미국의 정치철학자로 평가되지만, 아렌트 자신은 항상 철학은 "단독자인 인간"에 관심을 갖는다는 이유로 그러한 호칭을 거절한다.


검표원이었던  한나가 사무직으로 승진하게 되었는데, 마이클에게는 한마디 말도 남기지 않고 이사를 간다. 뚜렷한 이별의 원인결과가 없이 갑작스럽게 헤어짐을 당한 연인은 더욱 답답하고 아련함이 남는 건 동서양을 막론하고 같겠지? 마이클은 그로 인해 더욱 애절함이 남은 분위기이다. 첫 사랑에 대한 순수한 청년이라 볼 수 있지만, 새로운 사랑으로 가정을 꾸린 마이클의 심리와 행동 또한 이해가 가지 않고, 이해하고 싶지 않다.


'그건 내 업무였다', '감시원에 지원한 게 죄인가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한나였다는 것은 알겠지만, 법정에서 증언하던 한나로부터 지멘스에서 감시자로 일했던 평범한 한 인간에 대해선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이 글을 쓰는 때마침 아이가 옆에 와서 '엄마가 알던 지멘스가 나치 전범기업이었다.'라 하니, '그렇게 따지면 독일 대부분 기업이 전범기업이지. '라이히스 아우토반' 검색해 봐. 나치 정권에서 진행한 가장 중요한 정부 프로젝트였어. 아이의 말에 '그렇네~'. 많은 군수물자를 만들고 수송하고, 자금을 대고... 모두 그 기업들이었고, 그 기업체에서 일하던 평범한 이들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다.


https://namu.wiki/w/%EC%A7%80%EB%A9%98%EC%8A%A4


오스트리아 아우토반 첫 삽을 뜨는 히틀러, 1938 (https://en.wikipedia.org/)


라이히스 아우토반 (Reichs Autobahn; 독일제국 자동차도로): 제2차 세계대전 중 군사 목적으로 만들어져 현재는 독일을 대표하는 고속도로. 최초로 고속도로 건설이 논의된 건 1924년부터지만, 실제 건설에 착수된 건 나치정권 시절이던 1933년부터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일제 강점기에 유사했던 상황이 개개인에게 펼쳐졌다. 그 중엔 목숨 바쳐 의를 지킨 이와 자신과 가족의 안위만을 위해 의를 외면한 이, 앞잡이 노릇을 하며 그 혼란의 시기를 이용해 부귀 영화를 노린 이 등 다양했다. 얼마전 종영한 KBS<선을 넘은 녀석들: 마스터-X>에서 친일 경찰 김태석과 노덕술,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에서 홀로코스트 실행 촉진 및 관리자였던 아돌프 아이히만에 대한 심리를 평했던 기억은 <더 리더: 책을 ...>의 여주인공 한나와 오버랩된다. 


세상 뻔뻔한 1세대 친일 경찰이 된 조선 청년 김태석의 소름 끼치는 심리는 '성실한 기회주의자'였고, 일제 강점기 고문 기술의 70%를 직접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친일 경찰 노덕술은 출세를 위해 맡은 바를 위해 열심히 산 '극도의 자기애'를 지닌 이였다. (영화의 여주인공이 아닌 실존인물)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은 선과 악을 구분할 줄 모르며 관료제적 타성과 인습적 관례를 따른 ‘명령수행자’ 내지 ‘거대한 기계의 한 톱니바퀴’에 불과했다고 평한다. 그들은 자신의 죄를 재판하는 곳에서도 모두를 경악할 정도로 평온하고 당당했다. 거짓이 아닌 본인이 한 일이 정의였다는 굳은 믿음, 혹은 자기 자신도 속여야 가능한 정도의 진심 어린 그들의 심리를 살펴보면서 선과 악의 잣대라는 것에 대한 회의마저 들었던 적이 있다. 


<더 리더: 책을 ...>의 한나 역시 자신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믿고, 그에 대한 반성은 끝끝내 없었다. 다만, 문맹이라는 자신의 치부를 숨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다. 이런 그녀의 자존심을 끝까지 지켜주고 싶었던 마이클에 대해는 물론, 마이클이 딸에게 한나를 소개하는 마지막 장면에 대해서도 이 영화를 통해 무엇을 생각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평점이 매우 높은 영화였는데, 다른 이들은 어떻게 평을 내린 결과였을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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