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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건축가 Aug 20. 2020

벽돌(BRICK)에 대하여

벽돌(BRICK)에 대하여


‘벽돌아 너는 무엇이 되고 싶니?’ ‘저는 아치(ARCH)가 되고 싶어요’

선문답같은 위의 대화는 20세기 미국의 건축거장 루이스 칸이 남긴 어록 중 하나이다. 건축의 본질을 찾고자 했던 그의 행적으로 미루어보아 저 대화에는 다음과 같은 의미가 담겨있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벽돌이 압축력에 저항하는 ‘압축재’의 성질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벽돌시공은 일정크기의 벽돌 사이에 몰탈을 바르면서 쌓아 올라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잡아 늘리는 힘에 저항하는 인장력을 가질 수가 없다. 따라서 본질적으로 벽돌로 된 벽체에 큰 개구부를 뚫기 어렵다. 하지만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발명된 아치(ARCH)라는 공법은 벽돌만으로 큰 개구부를 만들어내는 것을 가능하게 하였다. 즉, 압축력만으로 상부에서 전달되는 하중을 견디면서 큰 개구부를 형성한 것이다. 흔히 사용하는 개구부 위에 인방(창호나 출입구 등 개구부 상하부에 가로지르는 형태로 설치되어 지지해주는 역할을 하는 부재)을 얹는 방식은 개구부 상부의 하중에 인장력으로 저항하는 방식이다. 이에 반해 아치는 개구부의 상부를 둥글게 만들어서 압축력으로 상부의 하중에 저항하는 방식이다. 인방은 벽돌로는 만들어질 수 없고 돌이나 나무 등 기타 다른 재료를 사용해야 하는 것에 비해(사실 시공현장에서 벽돌로 인방을 만드는 방식도 존재한다. 하지만 몰탈을 채워 넣어 억지로 만들어내는 것으로 벽돌의 성질과는 맞지 않는다. 이는 후에 다시 설명하기로 한다), 아치는 압축력만을 요구하기 때문에 순수하게 벽돌만으로 개구부를 만들어낼 수 있다. 따라서 아치가 좀 더 벽돌이라는 재료의 본질에 더 어울리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 1). 

그림1 인방과 아치의 비교

이것이 내가 칸이 벽돌에게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물었을 때 아치가 되고 싶다고 대답한 이유를 생각해본 것이다. (누군가는 비슷한 주장을 했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아직 본 기억은 없다. 아님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아무도 말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즉 벽돌이라는 재료의 본질과 물성에 대해 깊이 고민한 결과 나온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유명한 대화는 위의 두 문장이지만 이어지는 대화가 더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치는 너무 비싸단다.’ ‘그래도 아치가 되고 싶어요.’ ‘ 그래, 그럼 널 아치로 만들어 주마.’ 즉, 아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빈틈없이 반원 형태를 채워나가야 하는데 그에 따라 많은 로스(LOSS,쓰지 못하고 버려지는 부분) 분량이 발생하며, 특수한 형태이다 보니 인건비도 많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벽돌이 아치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은 벽돌만으로 큰 개구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아치가 벽돌의 본질을 반영하는 벽돌공법의 정수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키스톤(KEY STONE)이라고 불리는 아치 최상단의 벽돌이 되는 것이 벽돌에게 주어지는 최대한의 영광이 될 것이다.

 벽돌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료이고, 그만큼 많이 사용되고 있긴 하지만 우리는 생각만큼 그 성질이나 공법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 나 또한 아직 건축가로서 완전히 벽돌이라는 재료를 파악하지 못했고 공부해야 할 점들도 많다. 하지만 글로 써봄으로서 알고 있던 것들을 확인, 정리하고 몰랐던 것들을 공부해가면서 지식을 확장시키기 위해 설계자의 입장에서 벽돌에 관한 글을 써보고자 한다. 


1. 벽돌의 크기

우선 벽돌의 크기부터 살펴보자.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취급하는 벽돌은 가로길이 190mm, 깊이 90cm, 높이 57mm정도의 크기이다. 여기에 벽돌과 벽돌을 연결하는 모르타르(시멘트와 모래, 물을 섞어 만든 고착재)가 10~15mm정도 채워지기 때문에 실제 쌓였을 때 길이는 200mm, 높이는 70mm정도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깊이가 중요한데, 콘크리트 골조(내단열시) 또는 단열재(외단열시)로부터 최소 100mm(부재깊이 90mm+ 추가공간 10mm)정도 깊이를 확보해주는 것이 좋다. 벽돌은 사람의 손으로 쌓는 것이기 때문에 손가락이 들어갈 여유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110mm정도의 공간을 요구하기도 하고, 도면상의 치수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튀어나가게 된다 (그림 2). 최근엔 타일처럼 가공된 타일벽돌이나 파벽돌, 길쭉하게 생산된 와이드벽돌 등이 생산되어 규격이 다양해지고 있다. 와이드벽돌은 380mm, 500mm 정도의 길이로 생산되고 있다. 지하 방습벽 등에 주로 사용되는 시멘트블록은 가로 390mm, 깊이 100mm(4인치) 또는 150mm(6인치), 높이 190mm 정도의 크기다. 지하층의 높이가 높기 때문에 타공된 구멍 안에 철근을 인입하여 보강하는 방식으로 시공되고 있다.

그림2 벽돌의 최소작업공간

이렇게 정해진 벽돌의 크기를 가지고 입면상의 치수들을 맞추어가는 방법은 보통 몰탈 두께를 조정하는 것이다. 500mm 높이의 벽을 만든다고 한다면 벽돌 한 장의 높이가 57mm, 몰탈 높이가 10~15mm 정도이기 때문에 7장을 쌓는다고 하면 490mm 정도이지만 10mm 정도 모자라는 부분은 몰탈 높이를 조금씩 조정하여 맞춘다. 보통 엇쌓기(하부와 상부 벽돌을 교차해서 쌓는 방식)로 쌓기 때문에 창호 주변에서 일자로 맞춰야 하는 경우 현장에서 망치로 깨서 반도막을 만들거나 반도막 제품을 따로 가공해서 받기도 한다. 

최근의 벽돌은 내부의 흙량과 무게를 줄이기 위해 구멍이 뚫린 형태로 많이 제작된다. 시멘트 벽돌이나 고벽돌 등 기타벽돌은 채워진 형태로 제작되고 있다.  


2. 벽돌의 종류 


그림3 점토벽돌, 시멘트벽돌, 시멘트블록

벽돌은 크게 점토벽돌과 콘크리트벽돌로 나뉜다. 점토벽돌은 흔히 ‘빨간벽돌’이라고 불리우는 외장재로 쓰이는 벽돌이고, 콘크리트 벽돌은 흔히 ‘시멘트벽돌’로 불리며 건축물의 내부 칸막이벽(비내력벽)에 주로 사용된다. 콘크리트 벽돌은 표면이 균질하지 못하고 거칠기 때문에 석고보드 등의 마감재를 붙이는 것이 보통이지만, 최근에는 조직을 좀 더 치밀하게 하고 색상을 다양화한 제품들이 생산되어 외장재로 사용되기도 한다.  

점토벽돌은 다시 일반점토벽돌과 고벽돌, 전벽돌 등으로 나뉜다. 일반 점토벽돌은 우리들이 가장 자주 보는 ‘빨간 벽돌’ 계열로 생각하면 된다. 점토, 백토, 황토, 고령토 등을 조합하여 1200°c 온도로 구워서 만들어내는데 흙이 주성분이기 때문인지 노란 계열 ~ 붉은 계열 ~ 갈색 계열 ~ 검은 계열 정도의 색을 띈다. 최근의 연구개발로 상당히 다양한 종류의 벽돌들이 만들어지긴 하지만 위의 색깔 계열 정도로 종류가 한정된다. 쉽게 말해 ‘파란 벽돌’이나 ‘녹색벽돌’은 만들어지기 힘들다는 얘기다. ‘우성벽돌’ 제품의 예를 들어보면 프리마 화이트, 고갱 화이트라고 불리는 아이보리 계열, 고갱 / 피카소라고 불리는 붉은 계열, 고갱 그레이라고 불리는 갈색계열, 로만블랙이라고 불리는 검은 계열이 있다

(우성벽돌 홈페이지:www.wsbrick.co.kr).

 완전히 채도가 없는 회색 계열은 이어서 설명할 전벽돌 계열에서 찾아야 한다. 점토벽돌 안에서도 미장벽돌이라고 하여 광택이 있는 것, 토담벽돌이라고 하여 다소간의 거친 질감이 있는 것으로 미세하게 구분된다. 그 밖에 형태를 둥글게 하거나 표면을 조형적으로 다듬은 이형벽돌도 있다. 이형벽돌은 특이한 느낌을 내고자 할 때 사용되긴 하지만 주로 균질한 표면을 선호하는 건축가들의 건물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고벽돌은 이름 그대로 오래된 벽돌이다. 주로 중국에서 수입되는데 오래된 건물에서 철거된 잔해에서 수집되는 것으로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붉은 색 계열을 이름 그대로 고벽돌, 회색 계열을 청고벽돌이라고 한다. 특히 청고벽돌이 특유의 색감으로 유행을 타고 있다.

전벽돌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진 벽돌로, 궁궐이나 사찰의 담장, 굴뚝 등에 사용되었으며 짙은 회색 빛깔을 띈다. 특유의 전통적인 감성을 자아내기 때문에 최근에 인기를 끌고 있다. WISE 건축의 ABC 사옥, 뮤엠 사옥 등에 적용되면서 유명해졌다 (그림4). 파벽돌은 고벽돌과 비슷하게 기존의 건물을 철거하면서 생긴 잔해에서 수집하는 벽돌로, 모서리가 깨지면서 요철이 드러나 낡은 느낌을 내는 벽돌이다. 현장에서는 흔히 타일 형태로 얇게 가공된 벽돌을 지칭한다.

그림4 WISE 건축의 ABC 사옥, 뮤엠 사옥

벽돌의 가격은 장당 300원대부터 2000원대까지 천차만별인데, 시멘트벽돌은 100원대 미만, 일반 점토벽돌은 300원대, 전벽돌이 600~700원대, 수입벽돌이 1000~2000원대 정도이다. 가격은 이렇게 다양하지만, 보통 500~600원대가 넘어가면 비싸다고 여겨진다. 형태나 표면이 특수하면 아무래도 가격이 올라가는데, 재료비 뿐만 아니라 벽돌을 쌓는 작업자의 노무비도 동반해서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일반 사이즈 (190X90X57)벽돌의 경우 제곱미터당 70~75장 정도가 소요되며, 벽돌의 크기에 따라 소요량은 달라진다. 


3. 벽돌을 쌓는 방법


다음은 벽돌을 쌓는 방법이다. 벽돌을 쌓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기는 하다. 시공책을 보면 영식 쌓기, 불식 쌓기, 미식 쌓기 등 여러 가지가 언급되기는 하지만 내가 본 현장에서 적용되는 방식은 거의 대부분이 ‘엇줄눈 쌓기’ 하나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벽돌을 한 장 놓고 다음 단의 벽돌을 절반씩 겹쳐서 쌓는 방식이다. 이와 대조되는 개념의 쌓는 방식이 ‘통줄눈 쌓기’이다. 아랫단의 벽돌과 윗단의 벽돌을 위치변화 없이 똑바로 쌓아 올라가는 방식이다. 가뜩이나 좌우로 흔드는 횡하중에 약한 벽돌인데 그나마 서로 맞물려서 좌우로 하중을 분산시키는 엇줄눈 쌓기보다 통줄눈 쌓기가 안전상 좋을 리가 없다. 그래서 통줄눈 쌓기는 의장적인 의도가 아니면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그림5). 

그림5 엇줄눈 쌓기와 통줄눈 쌓기


또 하나 쌓기 방식을 구분하는 방법은 두께에 따른 구분이다. 크게 90mm 두께의 벽돌을 한 켜 두께로 쌓는 0.5B 쌓기와 두 켜 두께로 쌓는 1B 쌓기(두께 약 200mm)가 있다. 실내의 비내력벽을 쌓을 때는 주로 0.5B 쌓기를, 실외의 담장 등 구조적 역할을 고려할 때는 1.0B 쌓기로 진행할 때가 많다 (그림6). 

그림6   0.5B 쌓기와 1.0B 쌓기


벽돌은 하루에 일정 높이 이상 쌓을 수 없다. 벽돌 사이의 모르타르가 양생되기 전에 무리하게 쌓아올리면 안정성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하루에 1.2m 정도 쌓는 것이 표준이며, 1.5m 이상 쌓아서는 안된다. 

이밖에 의장적인 효과를 내기 위한 쌓기 방식들이 존재한다. 최근의 벽돌은 구조적인 의미보다는 외장재의 의미가 훨씬 강하기 때문에 이러한 의장적, 미적 측면을 부각시키기 위한 방법들이 발전되고 있다.

가장 쉽다고 할 수 있는 방식이 ‘내어쌓기’이다. 벽체를 이루는 벽돌 중 일부 벽돌을 1.5~2cm 정도 돌출시켜서 쌓는 것이다. 벽돌벽은 기본적으로 전체가 모르타르로 일체화되고 콘크리트 벽체 내지는 기타 구조체에 매달리는 방식이기 때문에 일부 벽돌이 조금씩 튀어나가도 구조적으로 문제가 없다. 이러한 성질을 활용하여 일부 벽돌들을 내밀어 의장적 효과를 내는 것이다. 건축가 김수근의 아르코미술관처럼 1개씩 튀어나가는 방법, 1줄씩 튀어나가는 방법, 일부 면이 튀어나가게 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 시공방법들이 있다 (그림7). 

그림 7 아르코 미술관의 내어쌓기 모습

다음으로 최근에 유행하는 ‘영롱 쌓기’ 또는 ‘엇쌓기’, ‘공간 쌓기’라고 불리는 방식이다 (그림8). 벽돌을 빈틈없이 밀실하게 쌓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틈을 내어 쌓는 것이다. 보기에도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내외부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어 특수한 공간감을 만드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영롱 쌓기는 아무데나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적용할 때 신중을 기해야 한다. 우선 벽돌 사이사이의 뚫린 부분으로 뒷부분이 바로 보이기 때문에 영롱 쌓기의 뒷부분은 테라스나 창호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단열재나 콘크리트 골재가 외부에 노출되어 버린다. 그리고 영롱 쌓기는 벽돌 전체로 지지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정성 측면에서 불안하다. 그래서 벽돌 중간의 구멍 부분으로 철근을 삽입하여 보강하여 시공하는 것이 안전하다.

그림8 황두진 건축가의 더 웨스트 빌리지(영롱쌓기)


그 밖에도 직각이 아닌 각도로 비틀어 쌓아서 마치 비늘같은 효과를 주는 방법 등 여러 가지 쌓기 방법들이 있다 (그림9). 하지만 막상 현장에서 이러한 새로운 방법들을 적용하고자 하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작업자들이나 현장관리자들이 해오던 방식 이외의 다른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을 꺼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안정성이나 비용, 작업진행 속도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자주 해오던 방식이 유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건축가들이 새로운 방식을 개발하여 제시하고, 현장 시공자들이 지속적으로 도전하여 실현하려고 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때 새로운 벽돌쌓기 방식이 개발되고 활성화 될 것이다.    

    

그림 9  벽돌 틀어쌓기


4. 벽돌을 향한 질문들: 

구조재인가 치장재인가? 내단열이냐 외단열이냐? 부속철물은 무엇인가?


과거의 벽돌은 건물의 하중을 직접 지탱하는 구조재에 가까웠다. 최근까지도 이러한 경향은 이어졌는데, 80년대 이전에 지어진 소규모 주택의 건축물 대장을 보면 흔히 나오는 ‘연와조’라고 불리는 구조형식을 가진 건물들이 이러한 벽돌구조의 건물들이다. 벽 부분은 벽돌로, 슬라브와 보는 콘크리트로 타설하여 건물을 만드는 방식이다 (그림10).

그림10  연와조와 RC조(치장벽돌개념) 비교

개인적인 짐작으로는 예전에는 벽돌을 쌓는 비용이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비용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했기 때문에 이런 공법을 사용했으리라고 본다. 콘크리트 골조의 강성이 강해지고 벽돌 쌓는 비용이 비싸게 된 요즘엔 연와조로 시공하는 건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벽돌과 콘크리트를 교대로 시공하는 것보다 콘크리트로 통채로 올려버리는 것이 상대적으로 편하고 저렴하기 때문이다. 

많이 알려졌듯이 벽돌 건물은 지진에 취약하다. 압축력에만 견딜 수 있는 벽돌의 특성상 좌우로 흔드는 횡하중은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벽돌은 구조재로서의 운명은 다했고 치장재로 역할을 전환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벽돌을 ‘치장재’로 볼 경우, 이제 벽돌을 콘크리트 또는 기타 골조에 어떻게 붙잡아 놓느냐가 문제가 된다. 현재 일반적인 건물 구조가 콘크리트이기 때문에 콘크리트 위주로 설명을 해보도록 하겠다. 


여기서 내단열이냐 외단열이냐가 중요한 문제가 된다. 내단열일 경우 벽돌이 골조와 바로 맞닿을 수 있기 때문에 연결이 상대적으로 쉽지만, 외단열일 경우 단열재를 뚫고 골조와 연결해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어렵다.

여기서 벽돌을 골조에 긴결(골조 등 구조적 힘을 받은 물체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잡아놓는 것)하는 방식이 중요해진다. 주로 부속 철물을 적용하는 방식이 사용된다. 


흔히 사용되는 것이 C형 철물과 L형 철물이다 (그림11,12). 각각 단면으로 볼 때 C자, L자 형상을 가지고 있으며 단열재를 뚫고(외단열일 경우) 골조에 정착하도록 되어있다. 이러한 철물들은 600 x 600 또는 900 x 400 정도 간격으로 부착하고, 철물 사이에 지정된 와이어 철선을 놓아서 벽돌 사이 모르타르에 정착시키는 방법으로 쌓아 올라간다. 철물은 위 아래로 엇갈리도록 지그재그로 설치되어야 한다. 여기서 이 철물의 역할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결국 벽돌을 골조에서 탈락되지 않도록 하는 것, 벽돌이 건물 바깥쪽으로 떨어져 나가려는 힘에 저항하도록 만들어진 것이다(인장력). 누차 이야기 했듯이 벽돌은 압축력에 저항하는 부재이기 때문에 스스로의 하중을 지면까지 전달할 수 있다. 그 옛날 콘크리트가 없던 시절에 지어진 벽돌 건물들이 멀쩡히 잘 서있는 것을 보면 (지진이라도 나지 않는 이상에는) 벽돌은 스스로의 하중을 견디는 힘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보강철물의 주요 역할은 벽돌의 하중을 지탱하는 것이 아니라 골조로부터의 이탈을 막는 것이다.


그림11 C형 철물 설치 개념도 - 출처: 삼원세라믹

 


문제는 최근의 건물들은 예전처럼 지면에서 똑바로 지붕까지 올라가거나 탑처럼 상층부로 갈수록 줄어드는 형태로만 지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켄틸레버처럼 건물 중간부터 내민 구조도 많고, 창이 커서 거기서 끊어져서 새로 올라가는 건물들도 많다. 벽돌이 상부의 하중을 지면까지 순조롭게 전달할 수 있는 형태라면 큰 문제가 안 된다. 도중에 끊어질 경우가 문제가 된다.

이럴 때 등장하는 것이 L형 앵글이다 (그림13). 골조에 셋 앙카로 정착시켜 벽돌의 하중을 골조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사실 비교적 자유로운 메스 형태의 건물에도 벽돌을 일반 마감재처럼 적용할 수 있게 된 데에는 이러한 부속철물들의 역할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예전에 지어진 주택이나 학교 건물들은 ‘눈썹’이라고 하여 콘크리트 인방을 거의 매 층마다 내밀어서 벽돌을 받치곤 했었다 (그림14). 하지만 전체적으로 벽돌이 일관적으로 적용된 모습을 보여주기 어렵기 때문에 최근에는 많은 벽돌 건물에 앵글이 적용되고 있다.  

그림13 L형 앵글의 모습
그림14 일반적인 학교건물의 벽돌눈썹 설치


현장에서는 앵글의 탈락으로 인한 사고사례 때문에 콘크리트 인방을 선호하는 분들도 볼 수 있었다. 골조 하단부에 앵글을 설치할 경우 최소한의 여유 치수를 남기고 설치하여 탈락을 방지해야하고, 최소 매층 설치하여 벽돌의 하중을 분산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최하단 앵글이 상부 벽돌의 하중을 모조리 부담하는 사태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일반 건물에서 지표면까지 하중을 전달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지면에 벽돌이 닿는 부분에는 조적턱을 만들어 받쳐주어야 한다. 이것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벽돌이 주저 않는 하자가 발생할 수 있다. 

사실 이러한 철물들을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 정석이고 그렇게 하는 것이 맞지만 많은 현장들에서 자재가 비싸다는 이유로, 인건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정식 철물 대신 속칭 ‘반생이(굵은 공사용 철사)’를 이용한 공법으로 대체하고 있다. 이 공법은 콘크리트 거푸집을 고정하는 폼타이를 제거하지 않고 남겨두었다가 그 구멍에 반생이를 엮고 벽돌 사이 모르타르에 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폼타이가 콘크리트 양생 때부터 단열재와 함께 고정되어있기 때문에(단열재와 함께 타설할 경우) 양생 후에 단열재를 뚫고 골조에 긴결하는 C형, L형 철물보다 일체성이 나을 수도 있겠지만 정식공법이 아니기 때문에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수직하중을 골조에 전달하는 앵글과는 별도의 공법이기 때문에 앵글은 반드시 시공되어야 한다.   



5. 창호주변 처리에 대해서


벽돌은 스타코나 타일 등 기타 외장재에 비해서 하나의 부재가 크고, 미세한 처리가 쉽지 않다. 그러한 이유로 창호 주변 처리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중에서도 특히 창호 상부의 처리가 문제가 된다.

창호를 외부에서 둘러싸는 가장 일반적인 방식은 벽돌로 감싸는 것이다. 하부야 올라오는 벽돌 위에 얹고, 측면 벽돌도 계속 쌓아 올라가면 되는데 위쪽 인방을 어찌할지가 문제가 된다. 여기서 정석대로라면 다시 한번 앵글이 등장해야 한다. 첫 번째 방법은 구멍이 뚫린 앵글에 벽돌을 달아맬 후크를 걸고 또 다른 일자형 철물을 벽돌 내부 구멍들 사이로 관통시키고 그 철물을 후크에 걸어 매다는 방식이다(그림15). 두 번째는 앵글이 들어갈 형태의 홈을 미리 파낸 벽돌을 준비하여 L자형 앵글에 삽입하여 창호 상부에 설치하는 것이다 (그림16). 

그림15 후크로 앵글에 고정하는 상부인방 시공방식
그림 16  벽돌에 앵글 형태의 홈을 파서 시공하는 방식 - 출처: 삼원세라믹


물론 이 두 가지 방법이 정식이고 권장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자재비용과 인건비가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앵글 사용을 선호하지 않는다. 창이 없는 건물은 없는데 그러면 어떻게 벽돌을 창문 위로 시공한다는 말인가? 그래서 벽돌 공극 사이를 몰탈로 채워서 굳혀 인방처럼 기능하도록 하는 방식을 적용하는 현장이 많다. 벽돌에 뚫려있는 구멍 사이, 벽돌 사이에 몰탈을 채워넣고 하부를 목재 등으로 받쳐놓은 채로 며칠을 두면 일체화되어 인방처럼 기능하게 된다. 이것이 상부의 벽돌하중을 좌우로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물론 이런 시공방식은 속칭 ‘야매’라고 불리는, 지양되어야 할 시공방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건비 상승, 자재비 상승 등 공사비 상승 요인들이 많아지면서 현장에서 공공연하게 시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다른 창호부분 처리 방식은 철판이나 갈바 등 금속재질로 창호 주변을 감싸는 방식이다 (그림17). 마구리를 금속판으로 덮어버리는 방식이기 때문에 깔끔하고 미관상으로 보기 좋다는 장점이 있다. 단점으로는 역시 비용이 많이 들고 정교한 금속작업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보통 창호공사가 이루어지기 전에 금속공사가 선행되어야 창호를 금속 사이즈에 맞춰 제작해서 시공할 수 있다.

그림 17 창호주변 금속마감


벽돌공사에서 창호 주변이 문제가 되는 또다른 이유는 열교현상(COLD BRIDGE) 때문이다. 단열재를 외부로 노출시키면 안되기 때문에 창호주변을 벽돌이나 금속으로 두르는 것인데 이것이 열(냉기)가 흐르는 길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열교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 창호주변에 우레탄 폼을 충진하기도 하고, 속칭 온도리라고 부르는 열반사 단열재를 추가로 시공하기도 한다. 골조 안에 단열재 공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단열턱) 미리 타설하여 단열재를 보강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방식을 취하더라도 일반 벽체 구간보다 창호-벽체의 연결구간이 단열에 취약해지는 것은 막을 수 없다. 시공할 때 이 부분에 좀 더 많은 신경을 써야만 하는 이유이다. 


6. 벽돌의 주요 하자들


벽돌의 하자라고 하면 일단 크게 알려진 것이 ‘백화’이다 (그림18). 시공된 벽돌 표면에 하얀 가루같은 것이 피어오르는 것인데, 특수한 벽화제거제로 닦지 않으면 닦이지 않는다. 그러고 한번 제거했다 하더라도 다시 피어오르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된다. 


그림 18  벽돌의 백화현상

백화의 원인은 몰탈에 사용된 모래 안의 알칼리 성분, 흡수성 낮은 벽돌의 사용, 겨울철 공사 진행 등이 거론된다. 해사(바닷모래) 사용을 자재하고 흡수성이 낮은 벽돌을 사용하며, 통기관이나 투습방수지 등 벽돌 시방에 명기된 배수자재들을 정확하게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습식공사가 그러하지만 겨울철 공사를 자재해야 한다. 설사 낮에 기온이 오른다고 해도 몰탈의 양생은 24시간 이루어지기 때문에 밤과 새벽에 어는 현상은 막을 수 없어 전체적인 품질이 떨어지며, 백화의 원인이 된다.

벽돌의 탈락이나 주저앉음도 대표적인 하자라고 할 수 있다. 1층 벽돌 하부에 설치해야 하는 조적턱을 미시공하거나 구체와 긴결해야 하는 철물을 미시공하여 벌어지는 일들이다. 최근 포항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인해 벽돌건물들이 많은 손상을 입었다. 멀쩡히 있던 건물의 벽돌이 쏟아졌다는 사고소식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주의해서 보아야 할 점은, 지진이 나더라도 모든 벽돌 건물이 피해를 입은 건 아니라는 점이다. 피해건물을 보면, 내부골조와 벽돌부분이 아무런 이어진 흔적 없이 깔끔하게 떨어져 나갔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림 19, 20) . 이것은 앞서 언급했던 앵글이나 연결철물 등 골조와 벽돌을 이어주려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된다. 이렇게 몇십년 동안 건물이 버텨왔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시방대로 제대로 시공한다면 벽돌건물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결국 원칙대로 철물을 제대로, 안전하게 시공하는 것이 벽돌의 탈락 하자를 막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그림 19  포항지진에 피해를 입은 벽돌건물의 모습
그림 20  부산대 벽돌탈락사고 피해사진



이렇게 벽돌과 관련된 제법 장황한 글을 써보았다. 그동안 벽돌로 진행했던 건물이 3~4개 정도 되어서 나름의 경험이 축적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중구난방으로 알고 있던 지식들을 글로 정리하기가 어려웠고 모르고 있었던 부분도 너무 많아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글로 쓰다 보니 모르는 부분들을 찾아보게 되었고 설사 알고 있던 지식이라도 정리할 수 있어서 의미가 있었다.


 벽돌은 분명히 매력 있는 재료다. 하나하나로 보면 작지만 그것이 모여 균질하고 일관적인 표면을 만들어내며, 그것을 조금씩 벌리거나 비틀어서 재미있고 아름다운 효과를 만들 수 있다. 또한 사람이 하나하나 일일이 쌓아야만 하기 때문에 그만큼사람의 온기가 느껴진다. 그리고 세월에 흐름에 따라 마치 주름이 늘어가듯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모습이 자연 재료의 매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아름답고 미관상 장점을 가진 재료라도 그 재료의 성격을 정확히 알고 하자 없이 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비용과 시공의 편의성을 이유로 현장에서는 여러 가지 시방과는 다른 시공방법이 적용되고 있다. 올바른 부자재의 사용과 정확한 시공이 하자와 이에 따른 안전사고를 막는 유일한 방법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미지 출처: 구글검색 

참조: 

감매거진  네이버 포스트

https://m.post.naver.com/my.nhn?memberNo=41639478

삼원세라믹 홈페이지  

http://www.samwonangle.com/

원테크 건축자재 https://blog.naver.com/prologue/PrologueList.nhn?blogId=cromhwang&categoryNo=39

우성벽돌 홈페이지

www.wsbrick.co.kr

황두진 건축 홈페이지

http://djharch.com/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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