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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일기와 감사일기-하루하루에 대한 계획과 반성, 감사

by 글쓰는 건축가

다음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습관은 하루 하루 계획하고 기록하는 습관입니다. 일기라고 부를 만한 것들인데요. 제가 쓰고 있는 것은 ‘아침일기’와 ‘감사일기’입니다. 이 두 가지 다 그렇게 대단한 것들은 아닙니다. ‘아침일기’는 제가 설정한 7가지 목표를 적어보고 어제의 감상, 하루의 다짐과 각오 등을 몇 문장으로 간단하게 적는 것입니다. ‘감사일기’는 하루 하루 일상에서 감사할 만한 것들을 세 가지 정도 찾아서 적어보는 것입니다.


현재 아침일기에 적는 제가 설정한 일곱 가지 목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대학에서 설계 강의를 성공적으로 하고 지속적으로 이어나간다.

2. 내 아기는 건강하고 똑똑하게 자라며, 아내와 함께 화목한 가정을 이룬다.

3. 올해 안에 나의 사무실을 개소하고 3년 안에 유명 건축가가 된다.

4. 개소 전에 홍보, 마케팅 활동을 효과적으로 하여 설계 용역을 수주한다.

5. 글과 스케치를 통해 나만의 건축언어를 구축하고 그것을 실제 건물로 실현시킨다.

6. 건강을 유지하고 70KG 초반의 몸무게를 만든다.

7. 나의 저서를 집필하고 그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든다.


아침마다 이 목표들을 하루에 한 번씩 적어보고, 지갑에도 작게 인쇄한 종이를 껴 두어서 생각날 때마다 들여다보곤 합니다. 그리고 각각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하루에 한 가지 활동을 하려고 합니다. 이를테면 1번을 지키기 위해 강의를 하는 학생들의 작업을 살펴보고 피드백을 주려고 하고, 2번을 지키기 위해 아내에게 따뜻한 카톡 하나라도 보내려고 합니다. 사실 이렇게 목표를 적는 행동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의외로 효과가 있습니다. 제가 올해 이 목표들을 적기 전에 1번과 3번, 7번은 이루지 못한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을 한 후로 이 목표들을 이루었습니다. 대학에 설계 강의를 나가게 되었고, 현재 저만의 사무실을 내기 위해 개소를 준비하고 있으며, 제 책 – 전 장에 말씀드렸던 소설 - 을 출판하게 되었죠. 물론 아직 베스트 셀러가 되진 못했지만요. 그리고 지금 쓰고 있는 이 책도 출판사로부터 제안을 받아 쓰고 있고, 출판될 예정입니다. 저 혼자 출판을 꿈꾸며 블로그에 글을 쓰던 시절에 비하면 대단한 발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가시적인 성과들이 나타났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목표들도 속속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목표들은 상황에 따라 조금씩 변화하며 달라지고 있습니다. 내년이면 또 다른 목표들을 적을 것입니다. 계속 적어가고 노력한다면 언젠가 모두 이루어지리라 믿습니다.


사실 이 ‘목표 적기’는 자기계발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습니다. 저는 단순히 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이것을 이루기 위해서 ‘행동’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각각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하루 한 개’의 행동을 하는 것이죠. 단순히 바라기만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목표들을 적고 나면 어제의 감상과 오늘의 각오 등을 간단하게 적습니다. 주로 어제의 반성을 적을 때가 많은데요. 어떤 점을 잘못했고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오늘 중요하게 할 일은 무엇이 있고 어떻게 할지 등을 적어봅니다.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냉정해서 그런지, 격려보다는 비판과 반성을 할 때가 많아서 위로의 격려의 말을 많이 적어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하루를 시작할 때 불안한 마음이 있습니다. 저희같이 스스로의 사업을 하는 건축가들은 더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아침일기는 그렇게 불안하고 흩어진 생각과 마음들을 붙잡아두고 정리해주는 힘이 있습니다. 여러분도 짧게라도 아침일기를 쓰신다면 달라진 하루를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감사일기’는 일상에서 감사할 만한 것들을 3가지 정도 적어보는 것입니다. 많은 책에서 ‘감사’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불평 불만만 늘어놓는 사람이 행복한 경우를 보긴 쉽지 않죠. 그런 사람이 성공하거나 잘 되는 경우를 찾기도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현재 상황에 감사하는 사람일수록 작은 것에도 행복을 느끼고, 설사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을 보고 더 큰 목표를 향해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리 머리가 좋고 능력이 뛰어나도 현재 상황을 부정적으로만 보고 움직이지 않는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사실 누구나 마음만 긍정적으로 먹는다면 감사할 일은 정말 많습니다. 저만해도 우선 두 팔과 두 다리가 잘 움직이는 건강한 몸을 가지고 있습니다. 건강하지 못해서 불행한 사람들이 세상에는 정말 많습니다. 그리고 아이, 아내와 함께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있고 부모님과 장인 장모님이 건강하십니다. 제 아들도 건강하게 잘 크고 있습니다.


감사하고자 하면 좋은 날씨, 지나가는 아이들의 미소, 금방 오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도 감사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사소한 것들이라도 적어보려고 합니다. 전 여러 가지 감사한 것들을 적지만 아무래도 아이가 건강하게 큰다는 것을 제일 자주 적는 것 같습니다. 아기의 존재와 건강함에서 정말 무한한 사랑과 감사함을 느끼게 됩니다.


아침일기와 감사일기 말고도 하루의 일과를 간단하게 정리하는 주간계획표를 작성합니다. 그날의 계획을 미리 적기 보다는 최대한 제가 정한 루틴 대로 생활하려고 노력한 후, 하루의 일과를 정리하는 방식으로 적어봅니다. 그리고 주말에 일주일 단위로 그것을 다시 한번 훑어보면서 리뷰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러한 시간이 써놓은 글을 퇴고하는 것처럼 한 주를 돌아보게 하는 효과를 가져 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전 자기계발에 관심이 많습니다. 더불어 어떻게 하면 시간활용을 효율적으로 할까에 대한 고민도 항상 하는 편입니다. 건축가는 큰 조직에 속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를 만들더라도 소규모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죠. 그렇기에 스스로 스케줄을 점검하고 자기 자신을 통제해가야 합니다. 혼자 일하는 건축가인 경우 정말 짧은 시간조차도 아쉽습니다. 자투리 시간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이유죠. 출퇴근 시간도 스스로 설정해야 하고 프로젝트의 스케줄도 정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스스로를 점검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합니다. 주간계획표는 이러한 의미에서 효과가 있습니다. 하루 하루 해야 할 일에 치여 바쁘게 움직이더라도, 집에 돌아와서 차분하게 하루를 정리하는 행동을 꼭 하고자 합니다.


저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건축과 인생은 참 비슷한 측면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건축은 하루 하루 쌓아나가야만 합니다. 계획을 하는 설계나 실제로 건물을 만들어가는 시공에서나 마찬가지입니다. 한 장 한 장의 벽돌을 쌓아 나가야 하고 한 장 한 장의 도면을 그려나가야 하죠. 그런 과정을 생략하고는 건물을 만들 수 없습니다. 그만큼 정직한 것이죠.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별 의미 없이 하루 하루 지나가는 것 같지만, 그것들이 모여 한달을 만들고 일년을 만들고 인생을 만들죠. 하루 하루를 헛되이 보내면 몇 년이 지나도 큰 발전이 없고, 그렇고 그런 삶을 살게 됩니다. 요행이나 행운을 바라는 것은 마치 건축에서 1층을 생략하고 2층을 쌓겠다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죠. 설사 억지로 그렇게 만든다 하더라도 사상누락에 불과하기 때문에 조그만 위기에도 와르르 무너지기 마련입니다.


한 장 한 장 정성스럽게 벽돌을 쌓으며 건물을 만들어 가듯이 하루 하루를 충실하게 보내며 인생을 완성시켜가는 삶. 그것이 제가 꿈꾸는 이상적인 건축가로서의 삶입니다. 앞으로도 누구에게 보여주었을 때 부끄럽지 않은 그런 삶을 완성시켜가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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