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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건축가 Jul 19. 2021

책읽기-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내 건축의 자양분이 된다



말씀드렸다시피 건축은 굉장히 종합적인 분야입니다. 우선 건물은 구조적으로 안정적이어야 합니다. 쉽게 말해 태풍이 불거나 지진이 나더라도 무너지는 일은 없어야 하죠. 그래서 구조 공학적인 측면에서 살펴보아야 합니다. 기둥과 기둥 사이의 간격은 적절한지, 벽의 두께는 적절한지 등을 보는 것입니다. 이런 부분들은 구조공학을 전공하신 분들이 주로 살펴봐 주시지만 설계자도 어느 정도 지식을 가지고 사전에 검토해야 하죠. 그리고 시공적인 측면에서 공사가 가능한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창호가 벽에 잘 붙어있을 수 있는지, 화장실이나 지붕에 물이 샐 우려는 없는지 검토해야 합니다. 그리고 법규도 살펴봐야 합니다. 건물과 건물은 얼마나 떨어져야 하는지, 건물에 주차장은 몇 대가 설치되어야 하는지 등등 건물의 많은 부분들이 법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런 법규를 숙지하고 설계하지 않으면 자칫 불법 건축물이 될 우려가 있습니다. 이 밖에도 인허가 처리를 위한 행정 절차도 잘 알아야 하구요. 건물 소유와 관련한 세금에 대해서도 알아야 합니다. 부동산 개발과 관련하여 어느 정도의 이익이 발생할 수 있을지도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 앞서 말씀드린 건축가의 소양들, 즉 미적인 디자인이나 철학 등이 덧씌워져서 건물 설계가 완성되는 것이죠. 대충 열거해보았지만, 사실 건축물이 올라가는 동안 필요한 지식은 정말 넓고 방대합니다. 건축가 한 사람이 이 많은 것들을 완전히 숙지하는 게 가능할까 싶을 정도죠. 


사실 건축가들이 이 모든 지식을 완전히 다 알고 있지는 못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구요. 각자 주로 하는 프로젝트의 영역이 있고, 그와 관련한 지식들을 잘 알고 계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쉽게 말해 작은 단독주택과 오피스 건물, 아파트 설계는 완전히 다른 분야라고 보는 것이 맞고, 필요한 지식도 전혀 다르죠. 처음 겪는 분야의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 그때 그때 인터넷이나 서적 등을 통해서 새로운 분야를 익히고, 모르는 것이 생기면 잘 하시는 분께 물어보고.. 하는 식으로 일을 처리해 나갑니다.


건축가가 이렇게 많은 분야의 지식을 익히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저는 역시 독서를 꼽고 싶습니다. 물론 인터넷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고, 저 역시 인터넷으로 많은 지식을 찾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것을 커버할 수는 없습니다. 독서를 통해 평소에 최대한 많은 지식을 머릿속에 넣어두어야만 긴급한 상황에서 그것들을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거든요.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큰 설계사무소에서 7년 정도 일을 했습니다. 물론 그곳에서 많은 것들을 배웠지만 작은 설계사무소에서 하는 일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죠. 작은 사무실에서 일을 해나가면서 적응 하는게 쉽지 않았고, 어떻게 하면 그 간극을 빨리 메꿀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집짓기’에 관한 책 읽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전부터도 자기계발서 같은 책들은 꽤나 많이 읽고 있었지만, 건축책은 가끔 읽어보는 정도였습니다. 그 시점부터 집중적으로 집짓기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주로 건축주를 대상으로 한 책들이었는데요. ‘시중에 있는 집짓기 책은 전부 읽어 보겠다’는 각오로 접근했던 것 같습니다.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책들도 있었지만, 알토란 같은 지식을 주는 책들도 많았습니다. 조남호, 문훈, 김창균 소장님께서 쓰신 ‘집짓기 바이블’이나 손창완 건축주님이 쓰신 ‘건축주만이 알려줄 수 있는 집짓기 진실’같은 책이 특히 좋았습니다. 일례로 시공 현장에서는 아직도 많은 용어들이 일본어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공구리(콘크리트)’, ‘노가다(일꾼)’ 등이 대표적인 말들입니다. 전 처음 겪는 낯선 현장에서 그 말들을 알아듣기 힘들었죠. 우연히 어떤 책에서 일본어로 통용되는 건설 용어들을 정리한 것을 보고 일일이 베껴 적었고 그것을 핸드폰으로 옮겨 수시로 들여다 보았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좀 더 원활히 현장과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독서는 실무와 현장에서 실제적으로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건축은 결국 그 안에 사는 사람을 위해서 짓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사람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는데요.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독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건축주를 직접 만나고 대화하면서 서로 알아가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많은 독서를 통해 사람과 사회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지식을 넓혀가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볼 수 있죠. 저 또한 그런 의미에서 인문 교양서를 최대한 많이 읽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개인적으로 자기 계발서에 관심이 많습니다. 자기 계발서를 읽다 보면 스스로를 다잡게 되고, 앞으로 나아갈 추진력을 얻게 됩니다. 그 중에서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나 나폴레온 힐의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을 여러 번 읽어보았습니다. 이 두 개의 책이 제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삶의 원칙과 성공을 위한 태도에 대해서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는 엠베스트 김성오 사장님의 ‘육일약국 갑시다’, 팀 페리스의 ‘타이탄의 도구들’ 등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읽으면서 좋은 구절들은 줄을 긋고 귀를 접어두고, 새벽시간에 틈이 나면 그 구절들을 필사하면서 머릿속에 집어 넣으려고 합니다. 유투브에 이 분들의 강연들이 많이 올라와있기 때문에 틈나는 대로 듣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책을 제법 사서 읽고 있지만, 도서관도 자주 이용하는 편입니다. 도서관에서 빌려서 한번 보고, 살만한 가치가 있다 싶은 책은 구입해서 줄을 치면서 다시 한번 읽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정말 읽어보고 싶은 책이라면 바로 구입해서 읽어봅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때는 앞서 이야기한 집짓기와 관련한 책 혹은 건축책 + 자기계발을 비롯한 인문 서적 2권을 세트로 빌려보는 편입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면 3주라는 시간 제한이 생겨서 그 안에 읽어야 한다는 ‘구속’이 생겨서 좋습니다. 사서 보면 계속 그 책을 소유할 수 있기 때문에 읽는 시간이 마냥 늘어지는 경향이 있거든요. 하지만 책을 사게 되면 마음대로 줄을 치거나 메모를 하거나, 귀를 접는 등의 능동적인 독서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의 장점입니다. 물론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 단점이죠. 그래서 앞서 말씀드린 대로 1독은 도서관에서 빌려서 하고 2독은 구매해서 하는 방식으로 하고 있습니다. 


전 책 읽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는 편입니다. 개인적으로 버스나 택시를 타면 멀미가 나서 책을 읽기가 힘듭니다. 지하철 덜컹거리는 리듬 덕분에 더 잘 읽히는 것 같기도 하구요. 물론 저도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볼 때도 있지만, 최대한 책을 보려고 노력합니다. 하루에 50페이지 이상을 읽는다는 목표를 세우고 독서를 합니다. 가방에서 책을 꺼내는 것이 힘들 때도 있어서 아예 책을 들고 집을 나서기도 합니다. 지하철 역에 도착해서 바로 펼쳐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죠. 이런 방식을 통해 최근에는 독서량이 꽤 늘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얼마 전부터는 오디오북도 즐겨 사용하고 있습니다. 새로 접하는 책을 오디오북으로 듣는 것보다는 이미 읽은 책을 오디오북으로 복습한다는 개념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동 시간, 특히 운전 시간 중에 활용하니 상당히 좋습니다. 대학 강의를 위해서 장시간 운전을 할 때 요긴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여러 업체들이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니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서평 쓰기입니다. 인상 깊은 책에 대한 생각들을 요약에서 서평을 쓰고 블로그에 올리고 있습니다. 단순히 책을 읽는 것보다 생각을 정리, 요약해서 글을 쓰는 것이 더 힘든 작업이라고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특히 건축가들의 글은 어려운 데다 하나의 주제로 쓰여진 경우가 많지 않아 요약이 더 힘들죠. 그래도 글로 정리해두면 두고 두고 다시 보기도 쉽고 그걸 계기로 다른 분들과 댓글로 소통할 수 있으니 좋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독서천재 홍팀장’이라는 책을 본 뒤로 ‘실천해야 할 것’을 따로 정리해서 적어두고 있습니다. 단순히 책을 읽는 것 보다 거기에서 행동으로 옮길 것들을 따로 정리해 두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입니다. 물론 모두 실천하기는 힘들겠지만요. 


이렇게 독서에 관련된 저의 생각과 습관들을 간략하게 정리해보았습니다. 올해 초에 한 해 읽을 책들의 목록을 정리하고 그것들을 최대한 읽어보고자 하고 있지만 쉽지 않네요. 하지만 목표를 향해 한발 한발 나아가는 행동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설령 목표를 이루지 못하 더라두요. 여러분들도 인생의 목표를 위해서 읽을 책들을 찾아보고 하루 하루 일정분량 이상 읽어나가신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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