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들은 기본적으로 조금씩은 예술가 마인드가 있습니다. 개개인마다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그렇죠.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한다기 보다 작품을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고, 면적 등의 경제논리보다는 건물이 잘 나오는 것에 의미와 가치를 두는 분들도 많습니다.
예술가라고 하면 뭔가 외골수라는 인상이 강하죠. ‘세상이 나를 알아주든 말든, 나는 내 작업을 한다’고 말할 것만 같습니다. 마치 죽을 때까지 세상의 인정을 받지 못한 반 고흐 같은 모습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대중에게 ‘배고픈 예술가’라는 인상이 강하게 남아있기도 하구요.
하지만 최근의 예술가들은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디자이너나 작가 등을 통틀어 보더라도 주변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자기가 그림 그리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찍어 유투브에 올린다던지, 노래를 하거나 춤을 추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동영상을 올리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인기곡의 커버로 유명해진 ‘제이플라’나 그림 유투버로 유명한 ‘이연’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죠. 이들은 인스타그램 등의 sns 채널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예술가라고 해서 골방에 틀어박혀 작업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스스로 세상에 나와서 자신을 홍보하고 알려야 하는 시대입니다. 각종 매체와 플랫폼, 채널들을 통해 누구나 1인 미디어가 될 수 있습니다. 현대는 교류와 소통의 시대입니다. 이것을 부정할 수도, 거스를 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건축가들도 약간 뒤늦은 감은 있지만 좀 더 세상과 소통하려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건물이 지어지는 공사 현장이나 모형 사진, 완공된 사진을 올리는 분도 많고 드물지만 유투브를 하시는 분들도 있죠. 건축가들이 모여서 한 대담 같은 콘텐츠를 유투브에 올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구해줘 홈즈’ 등의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건축이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져서,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건축가분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홍익대학교 유현준 교수님 같은 경우엔 거의 방송인이라고 할 만큼 유명 인사가 되셨죠. 이러한 적극적인 소통이 건축가들을 좀 더 대중에게 알리게 만든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러한 경향들을 보면서 저 역시 대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그 때문에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글과 그림, 사진 등을 올리고 있고, SNS도 적극적으로 하는 편입니다. 제가 인상적으로 본 책의 글귀나 핫 플레이스의 사진, 제 아이 사진 등도 올려보곤 하죠.
이렇게 자신을 알리기 위한 온라인 상의 소통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의 소통 역시 중요합니다. 워낙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많은 복잡한 분야이기 때문에 저보다 경험 많은 선배님들의 조언이 필요할 때가 많습니다.
최근에 저의 사무실을 개소하기 전에 조언을 듣기 위해 제법 많은 선배 소장님들을 만났습니다. 저보다 먼저 이 일을 시작하신 분들을 만나서 사무실 운영에 대한 조언도 듣고 여러 궁금한 부분들을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혼자서 사무실을 시작하다 보니 조금은 불안한 점들이 있지만,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함께 고민한다고 생각하니 그 짐이 조금은 덜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사실 예전만 해도 건축가들이 유학과 실무 등을 거쳐 40대 초반에 데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요. 최근엔 건축학과 졸업 후 4~5년 가량 실무를 마치고 바로 개업을 하는 건축가들이 많아졌습니다. 그 건축가들이 각종 건축상을 수상하면서 주목을 받게 되었고, ‘젊은 건축가’라는 일종의 그룹이 생겨났습니다. 30대 중반에서 40대 초 중반 정도를 아우르는 그룹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들은 소위 ‘집장사’라고 불리우는 건축 업자들이 주도하던, 디자인적으로 열악한 다가구나 다세대 등 ‘빌라’라고 불리는 건물까지 영역을 확장하면서 ‘건축 디자인’의 업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저 역시 저와 비슷한 연배인 이 ‘젊은 건축가’ 그룹에 많은 자극과 영향을 받았습니다. 제가 큰 회사를 다니던 5년 전 무렵에도 이들은 이미 주목받고 있었는데요. 큰 회사에서도 물론 디자인 작업을 합니다만, 회사의 이름으로 나가기 때문에 아무래도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기엔 무리가 있죠. 때문에 ‘내 것을 하고 싶다’란 목마름이 항상 있었습니다. 저와 비슷한 연배의 ‘젊은 건축가’들의 활약은 상대적으로 ‘난 여기서 뭘 하고 있나’라는 자괴감을 불러 일으켰고, 이직을 결심하게 된 중요한 동기가 되었습니다. 결국 지금은 이렇게 제 사무실까지 꾸리게 되었네요. 젊은 건축가 분들 중에서는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서 직접 연락을 하는 분들도 있고, SNS 상에서 댓글 등으로 교류하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항상 좋은 자극과 격려가 되는 것 같습니다. ‘저 건축가는 저 정도의 작품을 했네. 정말 잘 했구나. 나도 분발 해야겠다’ 같은 생각이죠. 그리고 건축가들끼리는 힘들고 험한 분야에서 같이 살아 나간다는 묘한 동질감과 유대감 같은 것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을 제대로 살펴보려면 그 주변 사람을 보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사람은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뜻이겠죠.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한다는 것도 그런 맥락일 테구요. 현재의 내 모습은 가장 친한 사람 5명의 평균치라는 말도 있습니다. 저도 그래서 최대한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에너지를 지닌 사람, 서로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을 만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만날 때마다 불평하는 사람, 다른 사람을 헐뜯는 사람 등은 되도록 피하려고 하죠. 제 에너지를 뺏기는 듯한 인상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최대한 신중을 기해서 인간관계를 넓히려고 합니다. 아무 이유 없이 ‘앞으로의 사회 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무작정 인맥을 넓히는 것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건축가로서 다양한 기회를 통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자극과 에너지를 얻는 것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현재 혼자서 일하는 1인 기업 건축가로서 그런 만남들이 삶에 활력소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 만나서 좋았던 분들을 몇 분 소개하고 싶습니다.
작년 말쯤 한 자기계발 모임에 나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사설 학원에서 주최하는 강좌였는데요. 결코 싸지 않은 비용인데다 코로나 시국임에도 불구하고 참가한 인원들의 열기가 대단했습니다. 7~8명이 모여서 조를 짜고 새벽 미라클 모닝을 카카오톡으로 인증하고, 독서 등의 미션을 수행하는 커리큘럼이었는데요. 은행에 근무하시는 분부터 공부방을 운영하시는 분, 공기업에 다니시는 분 등 다양한 분야의 분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비록 코로나가 심해져서 몇 주간은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하긴 했지만, 열정 넘치는 분들과의 좋은 만남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스튜디오를 운영하시는 사진 작가 건축주분의 건물을 작업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저는 사진작가라고 하면 뭔가 좀 더 예술가 스러울 줄 알았지만, 이 분은 스튜디오 내부 인테리어를 직접 진행하시고 함께 운영할 카페의 커피 제작를 공부하시는 등 열정과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라 정말 많은 자극을 받게 됩니다. 또한 먼저 사업을 시작하신 선배 사업가로서의 자세도 많이 배울 수 있었구요.
글쓰기 모임을 통해 알게 된 부동산 개발업체 대표님도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블로그에 썼던 소설에 댓글을 남기시면서 알게 된 분인데요. 글쓰기 모임까지 인연이 이어졌고, 개업한 이후 작은 프로젝트까지 같이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참 이런 신기한 인연도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요. 건축가를 대하시는 진솔한 태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또 한분, 건축 관련 유투브 채널을 운영하시는 젊은 대표님도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책을 냈다는 것을 블로그에서 보고 유투브 방송 출연을 제의하셨는데요. 저도 덕분에 유쾌하게 촬영했고, 유투브라는 매체가 이런 것이구나 하고 어렴풋하게나마 감을 잡게 되었습니다. 특히 이 대표님은 유투브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교육 프로그램 개발, 무인 카페 등 여러 가지 사업을 동시에 운영하고 계셔서 최근 유행하는 소위 'N잡‘을 몸소 실천하고 계셨습니다. 저보다 훨씬 젊은 분인데도 불구하고 세상을 열심히 사는 모습에서 큰 자극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각자의 분야에서 열심히 자기 분야를 개척하시는 분들을 보면 저에게도 에너지가 옮겨지는 것 같고 ‘나도 질 수 없다’는 오기 같은 것이 생겨나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분들과의 만남과 교류를 이어가면서 저 역시 계속 성장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