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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적인 생활 지키기

나 자신이 회사이다. 나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나 밖에 없다

by 글쓰는 건축가


최근에 저는 독립을 해서 제 사무실을 차렸습니다. 이 책을 쓰기 시작할 때만 해도 다른 사무실 소속이었는데요. 이제는 어엿한 사무실의 대표가 되었습니다. 아직은 직원이 없는 1인 사무실이긴 하지만요. 개인적으로 올해는 저에게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나는 한 해인 것 같습니다.


저 혼자 운영하는 사무실이다 보니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합니다. 예전에 큰 사무실에서 일하다 작은 사무실로 옮길 때도 느낀 것이지만, 회사는 참 많은 것을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청소부터 커피, 물, 복사용지, 펜 등등등.. 하지만 사무실을 운영하면 이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합니다. 청소도 직접 해야 하고, 커피도 직접 사다 마시거나 믹스 커피와 물 등을 사서 타가지고 마셔야 합니다. 복사용지도 떨어지면 그때 그때 사다 놔야 합니다. 이런 자잘한 일도 물론 귀찮지만, 일을 수주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일이죠. 저 혼자 회사를 운영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아무도 예전처럼 일을 주고 시키지 않습니다. 월급을 받는 월급쟁이 입장에서야 일을 하든 말든 월급은 나오니까 일이 없으면 놀면 그만이라지만 (물론 이것도 굉장히 답답한 상황이긴 합니다),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장님’의 입장은 그렇지가 않죠. 일이 없다는 건 곧 수입도 없다는 뜻이고, 그 생활이 계속된다면 사업을 접어야 할 겁니다. 그러니 어떻게든 일을 찾아야겠죠. 지금은 아는 사람도 찾아가 보고, 블로그에 글도 올리면서 일을 찾는 일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직원이 없다보니 일을 하면서도 누군가 지켜보지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정해진 출근시간이나 퇴근시간도 없죠. 직원을 구하게 되면 차츰 이러한 룰들을 만들어가게 되겠지만, 아직까지는 제가 갈 수 있는 시간에 출근하고, 일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퇴근하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지켜보고 통제하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을 다잡는다는 게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사람이 여러 명 있고 정해진 룰이 있다면 눈치가 보여서라도 그것들을 지켜 나갈텐데, 저 혼자 있다보니 아무래도 풀어지고 느슨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몇 가지 기준을 정하고 스스로 지켜가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선은 새벽기상입니다. 5시 즈음에 일어나서 잠깐의 홈 트레이닝을 하구요. 샤워를 한 뒤에 플래너에 몇 가지 사항들을 정리하여 기록합니다. 그리고 전에 언급했던 개인적인 목표와 아침일기를 적고, 제가 인상적으로 보았던 책의 내용을 몇 문장 필사합니다. 여기까지 약 40~50분 정도 걸리는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한 후에 블로그에 포스팅할 글을 써보거나 스케치를 한다던가 하는 활동들을 합니다. 대략 7시쯤 되면 아기가 일어나거나 아내가 아침 준비를 하려고 일어나기 때문에 그때부터 집안일을 조금씩 돕는다던지 하면서 하루일과를 시작하는 패턴입니다.


아내가 아침준비를 하고 출근을 하면 아기 밥을 먹입니다. 현재는 일과시간에 저희 친가에서 아기를 봐주시기 때문에 아침에 아버지가 저희 집을 방문하시는데요. 그 때 준비를 해서 아기를 보내고 저는 설거지 등 집안정리를 조금 하고 집을 나섭니다.


회사를 나오면 우선 달력을 보면서 전체 일정을 확인하고 정리합니다. 무턱대고 일에 달려들기보다는 일정 속에서 움직이기 위해서 루틴으로 정해둔 행동입니다. 일정표는 크게 1달을 표시한 달력 형태의 일정표와 하루의 일정을 3시간 단위의 4칸으로 구분해둔 1일 일정표가 있습니다. 오늘 할 일들을 그곳에 정리하면서 우측 여백에다가 주의 사항이나 체크 포인트 등을 정리합니다.


그리고 현장 등에 필요한 전화를 가장 먼저 합니다. 후에도 다시 설명하겠지만 중요하지만 하기 싫은 일을 먼저 해치우는 게 제 일의 큰 원칙 중 하나인데, 그중에서도 ‘전화’가 가장 큰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 뒤에 메일 체크와 회신 등을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끝내고, 그 후에 도면 작성 등의 실제 업무에 들어가는 패턴입니다.


아침에 정한 계획은 사실 그대로 지켜지기가 어렵습니다. 이상적인 상황에서 가능한 계획을 짜게 마련인데, 중간 중간에 전혀 예상 못한 전화가 오기도 하고, 대응해야 할 상황도 생기기 때문에 계획대로 일을 진행하기가 힘들죠. 그렇기 때문에 때때로 계획을 수정해야 할 상황이 생깁니다. 이것은 앞서 언급한 월간 계획과도 연동되어야 하는 부분이죠.


귀가를 하면 아파트 계단을 최상층(25층)까지 오르려고 합니다. 평소 운동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보충을 하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기가 깨어 있다면 놀아주고, 약간의 집안일을 하면서 돌봐주다가 같이 잡니다. 앞으로 변경이 있을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이 정도의 패턴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루틴이나 계획들은 디테일하고 촘촘하기 때문에 그대로 지켜지기가 좀 힘듭니다. 지난 추석 연휴만 해도 휴일이 길어지니 아무래도 이 루틴이 많이 무너졌습니다. 친가도 가야 하고 처가도 가야 하고, 하루 종일 아기와 함께 하다 보니 피곤해져서 새벽기상을 거의 못했네요. 그 후로도 예전 루틴이 돌아오질 않아 스스로 반성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새벽 기상 패턴은 제가 잠깐 다녔던 ‘자기혁명캠프’라는 수업에서 참고한 부분이 많습니다. 인터넷에서 유명한 ‘청울림’이라는 강사님이 만드신 수업인데요. 강사님의 수업을 들으면서 매일 아침에 새벽 기상 인증을 하고, 플래너 작성, 독서 등의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입니다. 그 2달여간은 새벽 기상을 정말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 곳에서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고, 지금도 교류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 때 여러 명이 함께해서 좀 더 해내기 쉬웠던 것을 생각해서 새벽기상, 하루 루틴과 관련하여 글쓰기나 스케치처럼 모임을 만들어볼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도 이렇게 정해 놓은 패턴을 매일 매일 빠지지 않고 지켜가진 못합니다. 늦게 일어나는 날도 있고, 해야 할 걸 하지 못하는 날도 많죠. 하지만 제목에 적은 대로 이제는 저 스스로가 회사가 된 것이고, 이것은 누구도 나를 대신 챙겨주거나 책임져주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새벽기상이나 하루 일과 루틴을 ‘최소한’ 포기는 하지 않고 이어나가려고 합니다. 비록 빠지거나 흐트러지는 일이 있더라두요. 일주일 쉬고 일주일 하는 식이 되더라도 계속 이어나가려고 합니다. 이러한 패턴들이 나 자신을 다듬고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힘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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