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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만들기

신뢰는 어느 사업에서나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by 글쓰는 건축가



신뢰는 어떤 일을 할 때나 정말 중요합니다. 저도 여러 책을 읽으면서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을 많이 보았는데요. 그 이유는 대강 이렇습니다. 신뢰할 수 없는 사람과 일하면 일단 그 사람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진행 상황을 재차 확인하게 됩니다. 불필요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게 되는 거죠. 신뢰할만한 사람과 일하면 그 사람을 믿고 일할 수 있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고 마음 편히 일할 수 있습니다. 시간 뿐만 아니라 마인드 상에서도 큰 차이가 납니다. 실제로 이 차이는 엄청나게 큽니다. 제가 겪은 일들을 말씀드려보겠습니다.



건축이란 분야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건축 뿐만 아니라 구조, 기계, 전기, 통신, 토목 등 여러 분야와 함께 일합니다. 건축 분야에서 건물의 기본적인 형태와 레이아웃, 마감 재료 등을 챙깁니다. 기계 분야는 상수와 하수, 오수 등 물의 흐름과 급기와 배기, 냉 난방 설비 등을 담당합니다. 전기는 콘센트와 조명 기기, 분전반 등 전기의 흐름을 설계하고 통신은 인터넷과 전화선, cctv 등을 챙깁니다. 토목은 지하시설이 있을 경우 생기는 절, 성토가 발생할 경우 무너지지 않도록 흙막이 설계를 하고 건물 외부의 물빠짐 등을 설계합니다. 이렇게 각 분야가 각자의 영역을 정확히 챙기면서 서로 유기적으로 협력해야만 하나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죠.



설계 작업 역시 마감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인허가나 납품 시점에 맞춰 모든 분야의 도서 작업을 취합하고 정리해야 합니다. 각 분야의 전체적인 종합과 조율을 건축분야에서 담당하는데요. 납품 기한을 정하고 협력사들에게 작성한 자료를 보내달라고 요청합니다. 이 때 기한을 잘 지키는 협력사들에게는 신뢰가 생기고, 그렇지 못한 협력사들과는 갈등이 생기죠. 저만 해도 몇 군데의 협력사에는 신뢰가 생겼지만 어떤 협력사는 납품 때마다 시간 약속을 어겨서 믿음이 깨진 곳도 있습니다. ‘다음 프로젝트부터 저 회사와 일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저를 대하는 건축주나 기타 다른 업체들도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사업자 등록증을 보면 건축사사무소는 기본적으로 ‘서비스업’으로 분류됩니다. 고객(건축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종이기 때문에 고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것은 현대사회에서 거의 모든 사업에 해당되는 마인드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같은 경우에는 미팅 시간을 잘 지키는 것, 작업물의 퀄리티, 납품 일자를 잘 맞추는 것, 시공 후에 현장관리를 잘 하는 것 등이 건축주와의 신뢰를 확보하는 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역시 시간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죠.



예전에는 소위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건축가분들이 많았습니다. 좀 과장해서 ‘건축 거장’이라고 불리며 건축주들을 오히려 가르치는 입장에서 설계를 하셨던 분들인데요. 이분들 같은 경우에는 예술적인 작품을 만든다는 측면에서는 그런 태도가 필요했을 수도 있겠지만, 다소 독선적이었다는 비판은 피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지금은 환경이 많이 바뀌어서 생각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건축가는 건축주, 시공사와 충분히 소통하면서 함께 건물을 만드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지금의 사무실도 그렇게 운영해볼 생각입니다.



다른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지만 건축 설계 역시 상호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일이 진행됩니다. 그 중에서도 건축가와 건축주의 신뢰는 모든 일의 근간이 됩니다. 건축주는 건축가를 믿기 때문에 건축가에게 연락하고 계약하게 된 것이고, 두 당사자는 계약서에 명시된 대로 ‘신의 성실’하게 업무에 임할 것을 약속하기 입니다. 이는 공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사 주체인 시공사와 건축주, 건축가가 서로 믿고 신뢰해야만 공사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저도 시공 현장에서 마찰이 생겨서 서로 불신하게 된 상황에서 공사를 진행해본 경험이 있는데요. 정말 괴로웠던 기억이 납니다. 건축주는 시공사를 믿지 못하니 하나 하나 확인하고 간섭하려고 하고, 시공사는 시공사대로 모든 절차를 확인 받고 움직여야 하니 시간과 효율이 너무 떨어져서 힘들어집니다. 그 사이에서 건축가는 어떻게든 둘 사이를 중재하면서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죠. 모든 현장에서 크고 작은 마찰은 반드시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마다 신뢰를 깨지 않고 잘 풀어내는 것이 좋은 건물을 만들기 위한 기본 조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건축설계는 미팅을 통해서 진행됩니다. 저희가 주로 하는 작은 건물의 경우에도 2~3주 간격으로 건축주와 미팅을 하면서 건물의 디자인을 구체화시키고 확정해 가는데요. 이 미팅 약속을 정확히 지키는 것이 신뢰의 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끔은 업무가 너무 바빠서 미팅 시간을 늦추거나 날짜를 늦추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행위는 전체적인 일정을 조금씩 늦춰지게 만들기 때문에 당연히 좋지 않습니다. 건축주의 입장에서도 자신의 상황에 맞춘 일정이 있는데 거기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겉으로 직접 표현은 안해도 곤란하게 느낍니다. 업무적인 측면 이외에도 그런 조그만 것들이 쌓여서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다소 준비가 미진하다고 할지라도 미팅 약속을 바꿔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보여드리고, 다음 미팅을 잘 준비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운영하는 사무실은 그런 방식으로 운영해볼 생각입니다.



약속 시간도 당연히 잘 지켜야 합니다. 사실 전 운전이 아직 미숙해서 낯선 지역을 찾아갈 때 시간약속을 지키지 못한 경우가 꽤 있습니다. 시간 감각이 다소 느슨했기 때문일 수도 있는데요. 독립한 이후에는 최소한 약속시간은 잘 지켜려고 합니다. 실제 걸리는 시간보다 30분 정도는 여유를 보고 움직이려고 하구요. 대중교통, 그 중에서도 지하철을 주로 이용합니다. 익숙한 교통편이기도 하고, 책을 읽을 수도 있습니다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정체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도착 시간을 거의 확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버스도 그렇지만 특히 택시는 정체가 생기면 시간 변동이 너무 크기 때문에 되도록 이용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납품 날짜도 중요합니다. 작업 스케줄을 잘 짜서 어떻게든 약속한 날짜에 작업한 도서를 전달하려고 합니다. 하루 이틀 정도의 변동은 있을 수 있지만 1주 이상 늦춰지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최종 납품쯤 되면 작업량이 많아서 제 시간에 정확히 맞추는 게 아무래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자의 그릇’이라는 책에서 본 내용입니다만, 신뢰가 곧 돈이고 부라고 합니다. 누구도 돈은 스스로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회사든 사람이든, 돈은 결국 다른 사람으로부터 오게 되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돈을 주는 이유는 그 사람을 믿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신뢰가 곧 돈이라는 말이 이해가 되실 겁니다. 신뢰가 모든 기회와 돈을 끌고 오는 원천이 되는 것입니다.



저는 전설 속의 건축가들처럼 몇 달을 고민만 하다가 건축주가 오기 몇 시간 전부터 일필휘지로 그려내는 건축가는 그다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차라리 퀄리티가 조금 떨어지더라도 피라미드처럼 차곡 차곡 쌓아서 같이 만들어가는 건축을 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사무실을 시작하면서 제가 하고 싶은 건축 중 하나입니다.





열린 설계와 소통으로 건축주, 시공사와 함께하는 건축을 만들어갑니다.


OPEN STUDIO ARCHITECTURE

오픈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


김선동

Kim Seondong

대표소장 / 건축사

Architect (KIRA)

M.010-2051-4980

EMAIL ratm820309@gmail.com

blog.naver.com/ratm82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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