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 문화재단 신사옥을 다녀와서
지난번 글에서 송은 문화재단 신사옥을 다녀오면 글을 써보겠다고 했었다. 실제로 다녀올 기회가 생겼고, 확실히 사진으로만 보던 것과는 다른 감흥을 받을 수 있었다. 실제 도면을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건물을 둘러보면서 여러가지 것들을 파악할 수 있었고, 그에 대한 글과 스케치를 남겨보고자 한다. 사진을 정말 잘 찍지 못했지만, 직접 찍은 사진도 첨부한다.
1. 외관을 보고 받은 인상
군더더기가 전혀 없는 압도적인 존재감이다.
건물 상 하부의 좁고 긴 창은 유리 한장으로 되어있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크기라고 한다.
후면부에 개구부가 집중적으로 위치하고 있다. 저기서 채광과 환기를 처리한다.
확실히 존재감은 엄청나다. 멀리서부터 이 건물이 확실히 인지되는데, 미니멀하면서도 단순한 형태가 워낙에 강력하기 때문이다. 군더더기가 전혀 없고 주변 건물들을 전부 배경으로 만들어버린다는 느낌이 든다. 주변에 장윤규 등이 작업한 만만치 않은 건물들이 있는데, 그것들이 전부 조잡하게(!) 느껴진다. 헤르조그 드 뮈론(이하 헤르조그)이 무엇을 의도한 것인지는 확실히 알겠다. 도산대로에 좋은 건물이 없으니, 우리가 기념비 하나 확실히 만들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하지만 그것이 지나치다고 느낄 사람도 분명히 존재하리라고 생각한다. 좀 심하게 말하자면 도산대로에 세모꼴 '비석'을 '빡!!'하고 심어놓은 느낌이기 때문이다. 다소 성의없다고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다. 섬세하고 세밀한 접근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알바 하나 시켜서 쉽게 스터디해보고 결정해버린 느낌? 존재감 하나는 정말 강력하지만, 그것 하나를 위해서 희생한 것들도 정말 많다. 그것은 내부를 살펴보면서 확실히 알게 되었다.
2. 내부 전시를 보고 받은 인상
외부 조경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로비
중앙 보이드 공간을 둘러싸고 올라가는 계단. 외부공간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볼 수 있는 영상 전시
2층을 올라가면 작은 공간에 헤르조그의 설계 의도를 볼 수 있는 방이 있다.
2층 전시공간에는 헤르조그의 과거 주요작업의 사진과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지하 2층에서 올려다볼 수 있는 노출콘크리트 보이드 공간.
1층에서 보이드 공간을 내려다본 모습.
지금 송은문화재단 사옥을 가면 1층과 2층, 3층에 걸쳐 건물 디자인과 미술작품 전시를 보고 지하 2층으로 이동해서 영상전시를 보는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다. 시간당 예약할 수 있는 인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참고하셔서 방문하시면 좋을 듯 하다(네이버로 예약). 1층 로비로 들어서면 검은 석재 바닥이 외부공간까지 연장되어 있고, 지하까지 뚫린 보이드 공간을 둘러싸고 계단이 상부로 이어진다. 이 석재 바닥마감도 자주 보던 실리콘 코킹이 아닌 오픈조인트로 마감되어 있어 깔끔한 느낌이 든다. 1층에서 주목할 부분은 건물 후면부에 기둥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 큰 메스가 유리 위에 그냥 떠있다. 열린 공간을 만들기 위해 기둥을 없애고 전면부 코어에서 켄틸레버로 잡아 뺀 것 같은데, 구조적으로 보강을 어떻게 했는지는 몰라도 상당히 무리를 한 것은 분명해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건물 높이에 비해서는 내부공간이 조금 좁다고 느껴진다.
2층으로 올라가면 건물 공사 과정을 촬영한 영상을 전시하는 계단형 공간이 있다. 그 위에 헤르조그의 설계과정을 설명하는 작은 공간이 있는데, 여기서 그들의 설계 의도를 좀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날카로운 직각삼각형 모양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전체 건물의 코어를 최대한 얇게, 전면부로 몰 수 밖에 없다. 거기서 후면부로 슬라브를 잡아 빼서 켄틸레버 형식으로 건물을 지지하는 것이다. 그러면 남측 전면부로 창을 거의 낼 수 없다. 코어가 얇고 넓직하게 전면에 자리하기 때문이다. 두 개의 엘리베이터를 떨어뜨려 출입공간을 만들고 거기에 좁고 긴 창 두개를 건물 상하부에 낸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인 것 같다. 이 창 길이가 10미터가 넘어서 국내에서 가장 큰 단일 유리라고 한다. 이 단순 심플한 유리가 건물을 비석처럼 보이는 데 한몫 한다. 북측, 후면부에 창과 테라스가 매 층마다 있다. 여기서 건물의 채광과 환기를 처리한다. 2층과 3층의 전시공간은 생각보다 좁았다. 건물의 형상을 볼 때 상부의 업무공간은 더 좁아질 것이다. 송은 문화재단 신사옥은 3종 일반주거 지역과 일반상업지역에 위치한다. 법규상의 건폐, 용적률을 볼 때 현재 형상보다는 많은 면적을 뽑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헤르조그의 주요 작품 모형과 사진작업을 보고 3층의 미술 작품들을 관람하고 나면 지하 2층의 영상 전시를 보게 된다. 여기에서 많은 사람들이 SNS에 사진을 올리고 있는 거대한 원형 보이드 공간을 볼 수 있다. 역시나 멋진 공간이다. 벽체의 두께나 면처리 퀄리티 등을 볼 때 시공할 때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공간도 굳이 비판을 하자고 하면 전체 건물 형상과의 연관성이 부족하고 멋진 공간을 만들고야 말겠다는 다소 작위적인 시도처럼 보이기는 한다. 이런 형상의 보이드 공간이 이 건물이 어울리는지, 여기에 꼭 있어야 하는지 약간의 의심이 든다.
3. 전체적인 총평과 개선점(?)
분명 기대한 만큼은 대단하고 엄청난 건물이다. 압도적인 외관의 존재감만으로도 한번쯤 가볼만 하다. 내가 느낀 아쉬움 내지는 개선점이라고 한다면, (내가 헤르조그는 아니기 때문에) 건축주의 일반적인 요구사항을 조금은 받아들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사실 만약 내가 설계했다면 이렇게까지 설계자 의도를 끝까지 관철시키지 못했을 것이다. 아래 스케치는 내가 설계 했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도이다.
우선 코어는 왼쪽 구석으로 몰아 결국 박스형이 되었을 것 같다. 효율성을 생각해서이다. 남측의 채광을 완전히 포기하기 힘드니 우측 입면에 최대한 크게 개구부를 낸다. 하단부 중앙으로 주차장 입구를 내고 나머지 한쪽으로 보행자 출입구를 주었을 것 같다. 후면으로는 기둥 역할을 하는 벽체를 두어 메스를 좀 더 뒤로 내밀 수 있도록 했을 것이다. 면적은 어쩔 수 없이 중요하니까 말이다. 이런 결과로 우측면은 완전한 직각 삼각형, 좌측면은 코어 박스형상이 반영된 입면이 된다. 이 정도만 해도 면적과 채광이 확보되면서도 상징적인 메스 형상이 어느 정도 유지되었으리라고 본다. 물론 헤르조그 정도 되는 건축가에게는 말도 안되는 소리겠지만 말이다.
지난번 글에서도 썼지만, 내가 죽을 때까지 이 정도 건물을 해볼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든다. 너무 꿈같은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가능성이 0(제로)는 아니지 않은가. 그 꿈을 위해 오늘도 스케치 한 장 남겨본다.
필자가 이 건물을 비슷한 방식으로 접근했다면 어찌했을까 상상하면서해본 스케치.
열린 설계와 소통으로 건축주, 시공사와 함께하는 건축을 만들어갑니다.
OPEN STUDIO ARCHITECTURE
오픈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
김선동
Kim Seondong
대표소장 / 건축사
Architect (KI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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