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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건축가 Dec 22. 2021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나아가 부흥할 것인가?

몇 년 전에 이런 제목의 글을 썼던 것 같다. 당시에는 다른 사무실에서 속해서 일하던 시절이라 거기에 맞게 글을 썼었다. 찾아보니 벌써 4년 전이다. 다시 한번 읽어보니 당시의 고민이 묻어난다. 대략적인 방향은 맞지만 그것도 그렇게 뾰죡하지 않다. 약간 애매하면서도 흐리멍덩한 느낌이 든다. 이제 나 혼자 사무실을 이끌고 있다. 사실상 내 일에 책임질 사람도 나 뿐이고 간섭할 사람도 없다. 사무실 운영 전략에 대해서 다시 한번 정리하는 글을 써보고자 한다.


몇 달 전에 설계로 어떻게 부자가 될 수 있을까? 란 글을 썼다. 결론은 설계만으로 많은 돈을 벌기는 힘들고, 글쓰기와 강연 등을 병행해서 패시브 인컴을 만들면서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유현준과 정재헌을 비교하는 글을 며칠 전에 썼다. 유현준의 대외적인 유명세와 정재헌의 착실한 내공 두 가지를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는 글이었다. 오늘의 글은 이런 생각들을 축약, 정리하자는 취지다. 


우선 수주 방식이다. 난 지금의 가정상황과 1인 사무실 체제 하에서 현상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현상설계는 최소 2인 이상의 노동력이 최소 3주 이상 풀타임으로 들어가야 성과가 나오는 방식이다. 그 이하의 인풋이 들어간다면 당선을 노리기 힘들다. 그건 그냥 요행을 바라는 것이다. 난 현재로서 그런 식의 노동력 투입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현상은 장기적으로 볼 때 브랜드 구축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 현상을 당선시켜서 멋진 건물을 만들었다고 해도 다음 현상은 또 다시 제로베이스에서 시작이다. 그 건물을 보고 건축주가 찾아올 가능성도 낮다. 설계비가 다소 적더라도 민간부분에서 차곡차곡 실적과 명성을 쌓아가면 그것으로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다. 내가 볼 때 장기적으로 그것이 맞는 접근이다.


최근에 소위 성공한 젊은 건축가들을 보자. 푸하하하 프렌즈, 포머티브 건축, JYA, 소수건축, 서가건축, 아키후드.. 대충 이 정도가 떠오른다. 이들이 과연 현상으로 일어섰는가? 물론 큰 현상을 당선시킨 JYA 등도 있지만 대부분 아니다. 민간 프로젝트를 완성도 있게 지어서 조금씩 명성을 쌓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인테리어를 중시하는 최근 트렌드에 편승한 것도 있지만, 어쨌든 현상으로 올인한 케이스는 아닌 것이다.


나란 사람이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지속적으로 수주할 것인가. 일단 블로그, SNS 활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이것이 지금은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효과를 만들어 낼 것이다. 지금은 마치 망망대해에 조약돌을 하나씩 던지는 기분이다. 글을 쓰고, 스케치를 해도 아무도 알아봐주지 않고 아무도 대꾸해주지 않지만 나 혼자 ‘나란 사람이 있다’고 고함치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지 ‘임계점’이라는 것이 있다. 내가 쓰는 글, 내가 그리는 스케치가 누적되어 ‘임계점’을 돌파하면 언젠가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지금도 가끔 그걸 보고 연락이 온다. 그걸로 연결되어 진행하는 프로젝트도 있다. 누적의 힘을 무시하면 안된다.


이렇게 차곡 차곡 브랜드를 구축하여 최종적으로 설계비를 많이 받는 상위 집단으로 이동하는 것이 목표다. 그 때까지 최소 인원으로 유지하고, 추가 인원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확보한다. 그리고 내가 지도한 학생 등 최대한 검증되고 나와 합이 맞는 인물을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프로젝트 개수도 무분별하게 늘리지 말고 최소한으로 하여 퀄리티가 떨어지지 않게 잘 관리해야 한다. 그것이 모여 내 브랜드가 되기 때문이다.


내가 특화하고자 하는 또 다른 부분은 ‘건축주 관리’다. 사실 기존의 설계사무실은 건축주 관리를 등한시한다는 느낌을 준다. 여러 개의 프로젝트가 동시에 돌아가다 보니 프로젝트 하나에 집중하는 시간이 짧고, 건축주 요구에 대응하는 피드백은 느려지는 것이다. 건축주를 정말 귀하게 생각해야 한다. 모든 요구에 철저히 대응하고, 집중 관리해서 피드백을 빠르게 해야 한다. 미팅도 건축주가 원하면 최대한 자주 자주 해야 한다. 그러면 건축주는 나에 대해 신뢰하게 되고, 이후에 다른 문제가 생기더라도 믿고 같이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리스크가 줄어든다. 평소에 신뢰와 친목을 쌓아둬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건축주의 만족과 바이럴 마케팅으로 이어진다.


이를 위해서도 프로젝트 개수는 줄여야 한다. 한번에 4개, 5개씩 하면 대응이 느려질 수 밖에 없다. 아무리 많아도 2~3개 선에서 관리해야 한다. 이에 적절한 직원은 1~2명 정도다. 


그리고 책쓰기, 블로그, 강연 등을 병행한다(이를 위해서도 현상설계와 프로젝트 늘리기는 지양해야 한다). 우선 내가 지금 하는 개인적인 강의를 유투브 컨텐츠로 만든다. 건축 전반에 대한 교양 수준의 강의인데, 일단 시험 삼아 올려보려고 한다. 물론 처음에 성공하는 것은 힘들 것이다. 장기적으로 이것을 보고 강연 등이 들어오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건축과 학생을 상대로 하는 워크샵 성격의 세미나, 건축주를 상대로 하는 강연 등의 분야로 확장한다. 지금은 코로나 상황이라 오프라인 강연을 적극적으로 하긴 힘들지만, 온라인 강의부터 하나씩 할 것이다. 쓰고 있는 책도 최대한 빨리 완성한다. 물론 대중적으로 많이 팔리는 것을 노리는 건 힘들겠지만, 출판사에서 내 책이 나와서 서점에 깔리는 것만도 대단한 일이다. 그것을 기점으로 내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다. ‘내 책을 낸 사람’이라는 타이틀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니까. 개인 출판과는 또 다른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으로 홍보를 적극적으로 할 수도 있고. 취미로 쓰는 소설 등도 계속해서 (개인 출판으로라도) 출간한다. 이런 과외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서 내 명성과 브랜드를 구축한다.


적극적인 과외 활동을 통한 인지도 확보는 ‘유현준식’ 전략이고, 소수의 퀄리티 있는 건물을 통해 브랜드를 확보하는 것은 ‘정재헌식’ 전략이다. 이 두 가지 전략을 병행한다. 


우선 이 정도에서 오늘의 생각을 정리해본다. 항상 전략을 생각해야 한다. 일할 때도, 세수할 때도, 길을 걸을 때도, 밥을 먹을 때도 항상 해야 한다. 아무 생각도 없이 살면 아무 생각없이 망할 뿐이다. 그리고 잘 될 경우를 상상하고 스스로를 고양시켜야 한다. 쓸떼 없는 생각을 하지 말자. 정치 연예 가십성 기사 등을 보거나 생각할 필요가 없다. 나와는 크게 상관없는 일이다.


매일 아침 쓰고 있는 문장들을 다시 적어본다.


난 잘하고 있다. 난 길을 찾는다. 난 내 사무실을 부흥시킨다. 





열린 설계와 소통으로 건축주, 시공사와 함께하는 건축을 만들어갑니다.



OPEN STUDIO ARCHITECTURE


글쓰는 건축가 김선동의 오픈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



김선동


Kim Seondong


대표소장 / 건축사


Architect (KIRA)


M.010-2051-4980


EMAIL ratm820309@gmail.com


blog.naver.com/ratm82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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