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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건축가 Jan 14. 2022

가치를 만드는 사람이 돈을 번다



최근에 생각한 내용에 대해서 글을 써보려고 한다. 사실 비슷한 생각을 꽤나 오래 전부터 했었고, 어제 한 유명 유투버의 동영상을 보니 거의 비슷한 얘기를 해서 ‘역시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다소 도발적인 내용이 될 수도 있겠다.





건축설계업계에서 언제나 하는 말이 ‘설계비가 적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보다 더 많은 비용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하다. 아마 디자인 의식이 높은 선진국(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이라고 하니 이런 표현도 어색하긴 하다)에서는 더 받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몇 분의 건축주를 만나보면 전체 공사비, 사업비를 생각할 때 저 정도 설계비를 생각하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하겠구나 생각할 때가 많다.





우리는 자본주의 경제 체제 하에서 살고 있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서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다. 공급하는 사람이 일방적으로 가격을 높게 책정해도 사고 싶은 사람이 안내키면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다. 결국 팔리지 않기 때문에 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우리가 설계비를 낮게 받는 것은 집장사라고 불리는 저품질 업자들이 설계안을 아주 싸게, 심지어는 무료로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들이 설계안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일반인의 인식을 낮추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일방적으로 ‘그건 잘못됐다, 건축설계의 가치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외친다고 해서 그 사람들의 생각이 바뀔까? 전체적인 사회의 인식이 개선되어 설계비가 올라갈 수 있을까? 물론 그런 활동들을 통해 전반적인 환경이 점차 개선되긴 할 것이다. 그런 활동들을 멈춰서도 안 된다. 하지만 몇 개월, 몇 년만에 드라마틱하게 환경이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때까지 넋 놓고 기다릴 수도 없다. 좀 더 적극적인 생존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난 다른 식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 최신형 아이폰의 가격이 110만원을 넘는다고 한다. 웬만한 데스크탑 컴퓨터 가격보다도 높다. 하지만 누구도 이 가격이 비싸다, 애플보고 가격을 깎아달라고 하지 않는다. 그만한 디자인과 그만한 성능, 그리고 이 제품을 쓰고 있다는 자부심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그만한 ‘가치’를 제공해주고 있기 때문에 기꺼이 그 돈을 내고 제품을 구입한다. 어떻게 보면 그 가격이 제품의 가치를 만들어주는 느낌마저도 든다.





내가 예전에 언급했던 아동 전문가 오은영 박사는 몇 시간 상담비로 몇 백만원을 받는다고 한다. 언뜻 보기에도 상당히 비싸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당신의 자식이 정말 심각한 발달상의 문제를 안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런데 그런 사람이 몇 시간 상담으로 확실한 솔루션을 제공해준다고 생각해보자. 과연 그 정도의 돈이 아까울까 ? 나 같아도 얼마의 돈이 들어가든지 상담을 받을 것이다. 아니, 못 받아서 안달일 것이다. 여기서 오은영 박사가 돈을 많이 버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시장과 소비자가 원하는 정확한 ‘가치’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다른 사람이 제공하기 힘든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큰 돈을 버는 것이다.





내가 글 초반에 언급한 유명 유투버 ‘렘군’은 자신의 동영상에서 크게 돈을 버는 방법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가치’를 제공하는 것과 ‘투자’를 하는 것. 부연되는 설명이 굉장히 많았지만 전부다 이해하진 못했다. 하지만 저 한마디는 이해가 되었다. ‘생각의 비밀’ 김승호 회장도 돈 버는 방법을 두 가지로 압축했다. ‘사업’을 하거나 ‘투자’를 하는 것이다. 렘군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사업을 하려고 하면 시장이 원하는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김승호 회장은 ‘신선하고 맛있는 도시락’을 제공했다. 그것이 정크푸드를 피하고 건강식을 원하는 미국인의 수요에 맞는 ‘가치’였다.





그렇다면 나와 내 회사는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 그것도 남들과는 다른,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고민이 ‘ONE OF THEM'의 수렁을 벗어나 ’ZERO TO ONE‘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내가 하고 있는 건축 설계업에서 제공할 수 있는 제화를 생각해보자.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충실한 도면, 도서, 멋진 건물 디자인 등등이다. 여기서 저런 제화들을 ‘빨리’ ‘싸게’ 제공하면 그것이 남들과는 다른 가치가 된다. 그리고 디자인적으로 특화하여 남들과는 다른, 좀 더 아름다운 ‘디자인’을 제공하면 역시 가치가 된다. ‘빨리’와 ‘싸게’는 집장사들이 추구하는 가치이고 ‘디자인’은 소위 건축가들이 제공하는 가치이다. 그런데 이 ‘디자인’을 제공하는 사무실들이 정말 많다. 거의 포화상태라고 느껴질 정도이다. 나 혼자 ‘디자인을 잘한다’고 외쳐 봐야 솔직히 남들과 거의 다르지 않다. 물론 나도 이것을 궁극적으론 추구해야 하겠지만, 우선 살아남아야 한다. 살아남고 나서 디자인을 추구해도 늦지 않다. 그렇다고 집장사 영역으로는 갈 수 없다. 그것은 체질에도 맞지 않고, 그렇게 하기 위해 이 판에 들어온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남은 가치는 무엇인가? 먼저 예전에 몇 번 언급했던 ‘정성’이다. 건축주와 그만큼 긴밀하게 소통하고 요구사항을 피드백하는 것이다. 그리고 집중해서 설계하고 미팅을 해서 설계기간을 줄이는 것이다. 그리고 견적 등의 절차를 투명하게 진행하는 것이다. 감리를 충실히 수행하고 건축주에게 피드백하는 것이다. 이것들이 내가 특화할 수 있는 첫 번째 지점이다.





두 번째는 ‘전문화’이다. 건축가들이 모두 전문가 같지만 사실 다들 장단점이 있다. 해본 분야, 자주 접해본 분야가 있고 처음 접하는 분야가 있다. 비단 건축이나 인테리어 뿐만 아니라 부동산, 세무, 사업 등 모든 분야에 다방면으로 지식을 익히고 익숙해져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건축에 대해서 ‘토탈 컨설팅’이 가능해져야 건축주가 나를 완전히 믿게 된다. 이를 위해 쉬지 않고 책을 읽고 관련 지식을 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유명세’이다. 유명세..라는 말이 좀 부정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다. 작품을 잘 만들고 그것으로 유명해지는 것 아닌가? 하지만 내가 볼 때 최근의 경향은 역으로 간다. 이유는 잘 모르지만 유명하니까 그 사람을 찾고 일을 맡긴다. 몇 번 언급했던 유현준은 글과 강연, 방송으로 유명해졌다. 건물로 유명해진 게 아니다. 하지만 유명해지니 일이 많이 들어온다(아마 많이 들어오지 않을까..?). 최욱, 조병수는 하이엔드 건축주들 사이에서 독보적인 존재다. 아마 가장 유명할 것이다. 하지만 그 건축주들이 최욱과 조병수의 작품을 보고 찾아갈까? 아마 봐도 좋은지 잘 모를 것이다. 그저 유명하니까 비싼 건축가들에게 일을 맡긴다. 우리가 비싼 돈을 내고 아이폰을 사는 심리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비싼 돈을 주고 최욱이나 조병수의 브랜드를 사는 것이다.





사실 내가 글을 쓰고 블로그를 하고 책을 내고자 하고, 강연을 하고자 하는 것도 개인적인 만족 내지는 보람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결국 나를 홍보하고 알리고, 결과적으로 ‘유명’해지기 위해서이다. 그를 위해서라도 위에 언급한 활동들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강연이나 그림 그리는 컨텐츠로 유투브도 해볼 생각이다. 이런 기반들이 계속 쌓이면 언젠가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 그리고 그 컨텐츠들 자체를 팔 수 있다. 그러면 제 2의 사업 기반을 만들 수 있다. 내가 노리는 궁극적인 방향이 그것이다.





결국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유명세’와 ‘정성’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디자인’은 아닌 것 같다. 누구나 다 잘하기 때문에 특화가 되지 않는다. ‘낭중지추’라고 결국 누군가 내 디자인을 알아봐주면 정말 좋은 것이지만 그 전까지 ‘디자인’으로 특화해서 살아남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하지만 디자인에 대한 수련은 멈추면 안 된다. 모든 건축설계활동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오늘은 이 정도로 생각을 정리해보겠다. 몇 번 글을 써보지만 역시 완전한 해답이란 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고민을 하면 할수록 해답에 가까워질 것이다.







열린 설계와 소통으로 건축주, 시공사와 함께하는 건축을 만들어갑니다.

OPEN STUDIO ARCHITECTURE

글쓰는 건축가 김선동의 오픈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


김선동

Kim Seondong

대표소장 / 건축사

Architect (KIRA)

M.010-2051-4980

EMAIL ratm820309@gmail.com

blog.naver.com/ratm82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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