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앞 카페 COC
핫 플레이스가 트렌드를 지배하는 시대입니다. 각종 미디어도 핫플레이스를 논하고, SNS도 핫플레이스를 논합니다. 소위 '힙'한 공간, 사람들을 추종하는 문화가 대세인데요. 그에 따라 사람들의 관심이 움직이고, 막대한 자본도 따라가기 때문에 건축가들 역시 자유롭기 힘듭니다.
이렇게 유행에 편승하는 핫플레이스는소위 '디자이너'라고 불리우던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이 담당하곤 했습니다. 잘 나가는 카페, 옷가게, 바, 음식점 등의 인테리어들인데요. 이것들이 디자인의 주류가 되다보니 어느 새 건축가들도 그곳으로 진출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디자인하는 건축가들의 숫자가 많아지기도 했고, 인테리어 디자인이 전체 유행을 선도하다보니 일어난 현상입니다. 역으로 인테리어 디자인이나 시공을 하시던 분들이 건축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일도 많아졌습니다.
사실 저는 아직도 '공간 디자인'이라는 것이 뭘 뜻하는 것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처음 '공간 디자인'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뭘 디자인 한다는 거지? 건축에서 벽이랑 슬라브 등을 다 잡아놓았는데, 얼마나 더 할게 있다고 공간을 디자인한다는 거야?'라는 생각을 했었죠. 건축이 좀 더 적극적이고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에 비해, 인테리어는 고작 재료를 좀 바꾸는 정도 아닌가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좀 약하고 심심하다는 생각이었죠. 'TONE AND MANNER'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도 굉장히 모호한 개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통상적인 관점에서 건축을 배운 저에게, 인테리어의 개념들은 뭔가 희뿌옇고 흐릿한, '느낌적인 느낌'을 이야기하는 세계처럼 느껴졌습니다.
건축은 '이성'이 주도한다고 하면, 인테리어 디자인은 '감성'이 주도한다고 생각합니다. 건축은 건축법과 사업성 등 '숫자'에 관련된 것들이 많기 때문에 딱부러진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인테리어 디자인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같은 식으로 사람과 시대, 환경에 따라 먹히기도 하고 안먹히기도 해서 불확정적인 느낌이 있고 취향에 기대는 성격이 더 강합니다. 그래서 인테리어 프로젝트를 하면 디자인을 계속 해도 발전이 되고 있는 건지,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때가 많았습니다.
사실 건축에 비해서 인테리어가 할 수 있는 시도는 소극적이고 디테일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미 큰 틀을 건축에서 만들어놓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만큼 세밀하고 취향을 반영하는 시도가 가능하고, 그런 감성들이 대중에게 먹혔다고 생각합니다. 개개인의 취향이 주목받고, 그것이 점점 확대되어 대중에게 어필하는 시대에 건축보다는 인테리어의 감성이 좀 더 어울리게 되었다고 봅니다. 그래서 요새는 건축설계에도 인테리어 디자인의 영향이 강하게 미쳐지고 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고 예쁘면 된다' '새로운 공간보다는 예쁘고 아름다운 공간'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내용은 별도의 글을 통해서 한번 더 다룰 생각입니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인테리어 디자인을 내세운 핫플레이스들이 유행입니다. 건축가로서 이런 흐름이 완전히 맘에 들진 않지만 그렇다고 그저 외면할 수도 없습니다. 시대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겠죠. 그래서 저는 앞으로 HOT PLACE / COOL SPACE 라는 제목으로, 건축가의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본 핫 플레이스들에 대한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핫플레이스들을 나름의 시선으로 분석하고, 비평하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개선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많은 기대와 성원 부탁드리겠습니다.
첫번째 글로 홍대 앞에 있는 카페 COC에 관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 앞 도로에 면해 있는 카페인데요. 홍대 앞이다 보니 워낙 많은 카페들이 있지만, 제가 있는 회사 근방에서는 가장 잘 꾸며놓은 카페라서 눈이 갔습니다.
정면에서 바라본 모습입니다. 통창으로 시원하게 개방된 정면이 눈에 띕니다.
외관은 기존 건물의 형태를 최대한 이용한 것 같습니다. 모서리를 둥글게 들이밀어서 조형감을 만들었는데, 그것을 그대로 살렸습니다. 외부 인테리어 뿐만 아니라 외장재에도 손을 많이 댄 것 같습니다. 최근 카페 인테리어에서 자주 보이는 방식인데, 1층의 카페 공간과 그 부분의 외장재만 다르게 하여 마치 건물에서 따로 분리된 부분처럼 느껴지게 합니다. 이 카페의 경우 1층 외부 전부를 한꺼번에 손을 본 것 같습니다.
상부의 외장재는 일반적인 밝은 색 계열의 화강석 - 포천석 정도로 보입니다 - 인데요. 아무래도 조금은 촌스러운 느낌이 있죠. 1층 부분을 메트한 느낌의 사암(샌드스톤) 계열로 마감한 것으로 보입니다. 내부의 합판 마감과 맞춰서 따듯한 감성을 주려고 한 것 같은데, 나름대로 성공한 것 같은 느낌입니다. 따듯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이 듭니다.
가까이서 본 외관은 이런 모습입니다. 둥근 벽체 아래에서 유리 면이 여러 번 꺾이도록 했습니다. 외부 천장까지 석재로 마감하였는데, 상당히 고생했을 것 같네요. 조명 시공까지 정교하게 되어 있습니다. 석재 마감을 상당히 정교하게 신경써서 한 것 같습니다. 소위 '인테리어의 감성'이 느껴지는 외관입니다. 테이크 아웃 부분의 창호를 별도로 마련해서 쉽게 테이크 아웃을 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발 디딤판이나 벤치 같은 것도 통일감있게 디자인한 것이 눈에 띕니다. 역시 잘 된 카페는 세심한 계획이 필수인 것 같습니다.
창문 밖에서 바라본 모습. 편하게 디자인된 의자와 특히 샹들리에가 눈에 띕니다. 무심해 보이는 디자인 속에서 눈에 확 띄는 화려한 디자인인데요. 최근 인테리어의 경향은 벽체, 천장 등은 가능한 심플하게, 가구나 조명 등으로 포인트를 주는 방식이 대세입니다. 이 카페 역시 비슷한 경향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이 카페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이 이 정문입니다. 상당히 묵직한 금속재질인데, 스테인레스를 적용한 것 같습니다. 한판으로 제작된 문에서 굉장한 존재감이 느껴집니다. 오른쪽에 사인 디자인도 통일감 있게 잘 적용되었습니다.
내부는 이런 모습입니다. 벽과 천장은 따듯한 느낌의 붉은 합판, 바닥은 콘크리트 폴리싱 처럼 보입니다. 가운데 가로로 긴 테이블이 카페 전체를 가로지르는 모습이고, 상부에 샹들리에를 두었습니다. 역시 따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이네요. 가구 등도 세심하게 고른 흔적이 보입니다. 전면 창에 접해 있는 가구들은 다소 통일감 없이 자유롭게 골라서 배치한 것 같습니다. 벽과 바닥, 천장 등이 모두 일관되게 디자인되어있으니 가구로 포인트를 준 것 같습니다. 에어컨의 색깔도 합판 색깔과 일치되도록 한 것도 눈에 띕니다.
이 각도에서 찍으니까 좀 눈치가 보였네요.. 다음부턴 사람들을 잘 보고 찍어야겠습니다 ^^
메뉴는 커피와 와플을 주력으로 하고 있습니다 .저도 배가 고파서 와플을 하나 시켜먹어 보았습니다.
메뉴판. 일반적인 구성이지만, 카페 이름에서부터 와플을 밀 정도이니 커피와 세트로 된 메뉴가 눈에 띕니다. 다만, 테이크아웃만 가능하니 매장에서 먹을 때는 따로 가격을 지불해야 합니다. 커피 가격은 고만 고만한 정도네요. 커피 외에는 생과일 주스와 티 종류가 있구요. 커피는 코유와 아디스 두 가지 원두 중에 고르도록 되어 있습니다.
주문하는 곳은 이런 모습. 역시 통일감 있게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합판으로 내부를 마감하는 디자인 역시 유행을 타서 많은 카페 등에서 적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카페는 벽면, 지붕까지 전부 다 적용해서 좀 더 눈에 띄었던 것 같습니다. 벽과 바닥, 천장의 구분 없이 하나의 재료나 패턴을 적용하는 것 역시 유행이죠. 거기에 특이한 샹들리에와 외부 디자인까지 일관성있고 조화롭게 디자인한 것이 인상적입니다. 건축주와 디자이너가 상당히 의지가 강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창호는 개방감을 고려해서인지 프레임이 전혀 없는데요. 대부분의 카페가 그러하지만, 겨울에 상당히 춥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샌드스톤 석재(외부)와 붉은계열 합판(내부)으로 내외부를 따듯한 질감으로 일관성있게 마무리했다는 것이 이 카페의 디자인 포인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외관의 석재 마감은 건축의 느낌이 아닌 '인테리어'의 느낌입니다. 인테리어의 느낌이란 게 말로 딱부러지게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굉장히 섬세하면서도 고급스러운, 그러면서도 추위 등의 하자는 그다지 생각하지 않는(?) 정도의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내외부를 한 명의 디자이너가 일관되게 디자인한 것이 확실해보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건축가가 아닌,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손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이렇게 홍대앞 카페 COC에 대한 첫 번째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카페 리뷰글을 첫번째라 아직 미숙한 점이 있습니다만, 앞으로 건축가의 시선으로 본 다양한 HOT PLACE 에 대한 글을 이어가볼까 합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열린 설계와 소통으로 건축주, 시공사와 함께하는 건축을 만들어갑니다.
OPEN STUDIO ARCHITECTURE
글쓰는 건축가 김선동의 오픈 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
김선동
Kim Seondong
대표소장 / 건축사
Architect (KIRA)
M.010-2051-4980
EMAIL ratm82030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