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S 서울 / 엑스포럼 사옥
바야흐로 젊은 건축가들의 시대입니다. 몇 살까지 젊은 건축가인지 모르겠습니다만, 가장 대표적인 상인 '젊은 건축가상'이 만 45세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니, 대략 그 언저리가 아닌가 하네요. 워낙 많은 '젊은 건축가'들이 활동하고 있고, 이제 젊지 않으면 웬지 '구닥다리' 느낌까지 나려고 하니 다들 젊은 건축가라고 주장하는 듯한 느낌마저 드는데요. 나이는 별개이고, 감각만이라도 젊은 건축가이고 싶은 거겠죠.
이렇게 트렌디한 단어처럼 들리는 '젊은 건축가' 중에서도 가장 '핫'한 건축가는 누구일까요? 사람마다 의견은 다르겠지만, 저는 '푸하하하 프렌즈'와 '포머티브 건축'을 들고 싶습니다. 각종 sns와 방송 등을 통해서 굉장히 유명해진 두 팀인데요. 그 중에서도 '푸하하 프렌즈'는 마치 '낭중지추'처럼 단연 돋보이는 존재입니다. 얼마 전 그들이 BTS의 하이브 사옥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해서 놀란 적이 있습니다. 그들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처럼 보여졌기 때문입니다. 개업 초반 카페 위주의 인테리어 작업에서 작은 주택의 리모델링, 성수 연방 등의 상업 공간으로 작업 범위를 넓혀오다가 소위 '빵' 터진 것이 하이브 사옥이라고 느껴졌습니다.
그들의 작업은 과거의 건축가들처럼 현학적인 이론이나 명쾌한 다이어그램에 의존하는 스타일은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최근의 젊은 건축가들 또한 비슷한 느낌입니다. 소위 '센스' 내지는 '감각'에 의지하는 듯한 건축인데요(그들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선배 건축가들에 비해 그렇게 느껴져 이렇게 적어 보았습니다). 특히 가구나 창호 주변처럼 섬세한 처리를 요구하는 곳에 집착에 가까운 디테일을 통해 완성도 높은 공간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마치 '건프라(건담 프라모델)'를 조립하듯 정교하고 딱 맞춰진 공간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인테리어에서 작업을 시작한 그들의 접근법은, 다분히 트렌디하고 작은 디테일에 상당히 천착하는 인상을 줍니다. 그 완성도가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훌륭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건축에 대한 접근법이 제가 공부하던 시절과는 상당히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게 해줍니다 (제가 공부하던 시절에는 큰 개념을 먼저, 자주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오늘 소개드릴 공간은 HOWS 서울 / 엑스포럼 사옥입니다. 지하1층과 1층은 카페, 2층은 서점을 겸한 북카페이고 그 위로 3~4층은 회사의 사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한 작업이구요. 잠실새내역,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부근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 건물은 겉보기에 카페, 오피스 건물인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그도 그럴 게, 어디서나 볼 법한 옛날 벽돌타일 건물을 거의 그대로 살려서 리모델링 했기 때문입니다(예전에 썼던 똑같은 재료를 잘 구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구석 구석에 그들 특유의 감수성, 감각들이 녹아 있는데요. 우선 두툼한 석재로 창호 상하부 인방을 처리했습니다. 다른 부분의 외관은 거의 기존 건물 그대로인데, 이 인방 부분이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부분입니다. 2층 창호의 중간을 석재로 가른 것도 눈에 띄는군요.
건물 모서리에서 진입하면 이런 느낌입니다. 1층 필로티 상부 인방 부분을 석재로 처리했는데, 이것이 짧게 끝나지 않고 출입구까지 밀고 들어옵니다. 가운데 콘크리트 기둥을 거친 느낌으로 남겨서 예전 건물의 흔적을 보여주려고 한 것 같습니다. 모서리의 둥근 기둥을 기존 건물의 세로 벽돌 타일을 그대로 사용해서 건물 외관의 딱딱한 느낌을 조금은 중화시켜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인방, 기둥 등 아주 작은 요소들을 컨트롤해서 세밀하고 미묘한 감성을 전달하는 것이 푸하하하 프렌즈 작업의 특징 같아 보입니다. 전면에 있는 가구도 기성제품을 쓴 것이 아니라 합판 등을 조립해서 만든 것으로 보이는데요. 건물 곳곳에 놓여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내부 재료는 천장은 시멘트 뿜칠 / 벽은 합판 , 노출콘크리트 / 바닥은 콘크리트 폴리싱 처럼 보입니다. 역시 많은 건축가들이 자주 사용하는 재료들인데요. 이것들을 얼마나 잘 컨트롤해서 어울리도록 사용하느냐가 관건인 듯 합니다.
홀이라고도 할 수 있는 진입부. 둥근 의자 같은 것이 놓여 있고 비교적 큰 미술작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우드 톤으로 아늑한 느낌입니다. 상부의 보를 도려내서 T5 조명을 심었습니다. 유사한 디테일이 계속 반복됩니다. 창호 상부에 석재 - 고흥석 내지는 포천석 처럼 보입니다 - 를 썼는데요.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깔끔하게 처리하면서 내외부의 일관성을 주고자 하는 의지가 보입니다. 이 석재는 1층 여러군데에서 발견됩니다. 식물도 여러 군데 설치해놓았는데, 최근의 인테리어 트렌드가 느껴집니다.
바 테이블과 그 건너편의 좌석. 바 테이블은 상판은 스테인레스, 하부는 합판으로 마감한 것처럼 보입니다.
창호 상부는 역시 석재로 처리했습니다. 보 중간에 조명을 심는 방식이 계속됩니다. 전체적으로 미술작품과 함께하는 갤러리 카페 컨셉인 것 같습니다.
합판으로 제작한 좌석 - 석재 창대석 - 후면 그릴 - 좌석 하부 그릴 - 스테인레스로 제작한 테이블의 조합입니다.
이런 부분이 '푸하하하 프렌즈'가 천착하는 디테일한 부분인데요. 좌석 뒤에 환기를 위한 설비장치를 매립하고, 그것을 위한 그릴들을 어떻게 디자인적으로 처리할지 많은 고민을 한 듯 합니다. 결과적으로 금속과 나무-합판의 조합이 상당히 세련되게 어울리도록 잘 처리한 것 같습니다. 테이블도 단순한 디자인이지만 세련된 느낌입니다.
지하로 내려가는 복도와 계단. 합판으로 마감된 벽면에 사이니지가 붙어 있습니다. 작은 가구도 분위기에 맞게 하나 하나 신경쓴 것 같습니다.
지하로 내려가면 꽤 넓은 카페 공간이 있습니다. 1층보단 조금 더 조용해서 스터디 까페 느낌도 나는데요.
1층의 금속 테이블과는 달리 가구는 전부 나무 합판으로 처리했습니다. 중앙에는 비교적 큰 테이블, 사이드쪽으로는ㄱ자 형상을 조합한 듯한 특유의 작은 테이블들이 놓여 있습니다. 의자는 좀 딱딱하지만 좌석감은 크게 나쁘지 않았습니다.
창문 너머에는 다양한 식물들이 심겨져 있습니다. 식물원에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플렌테리어' 느낌도 나서 좋았습니다. 바닥에 10~15CM 정도의 단차가 있는데, 노트북 등을 위한 콘센트가 매립되어 있습니다.
조명은 역시 보의 중간부분을 도려내서 매립해 놓았습니다.
꽤 큰 전시공간도 구석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전시회도 열고 있는 것 같습니다.
2층은 서점을 겸한 북카페입니다. 책장 및 책상의 디자인은 저층부와 비슷합니다.
지하, 1층, 2층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잔의 종류와 사용 시간이 다릅니다.
메뉴를 찍긴 했는데 잘 보이지 않는군요 ㅠ 일반적인 커피는 5000원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비싸지는 않은 느낌?
좌측의 메뉴는 뭔가 특화된 커피처럼 보이기는 하는데..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ㅠ 많이 비싸군요..
이렇게 HOWS 서울에 대한 포스팅을 해보았습니다. 전체적으로 기존 건물의 느낌을 살리면서
어떻게 디자인적인 시도를 할 것인가를
고민한 프로젝트인 것 같습니다. 인테리어나 인방, 기둥 등에서 섬세하고 세밀한 처리들이
돋보이기는 하지만, 일반인이 본다면
'도대체 뭘 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할 법도 합니다. 그냥 얼른 보아서는 예전 건물과 큰 차이를
느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작업인 것을 알고 보기 때문에 뭔가 있어보이고, 좋아보이는 것일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내에서 몇 가지 재료로 일관성을 주면서 식물 등으로 포인트를 둔 점,
그릴 등의 설비 장치들을 세밀한 디테일로 테이블과 함께 시스템적으로 잘 풀어낸 점 등이 뛰어나다고 느껴졌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장소들을 자주 돌아보며 느낀 감상들, 배울 점들을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열린 설계와 소통으로 건축주, 시공사와 함께하는 건축을 만들어갑니다.
OPEN STUDIO ARCHITECTURE
글쓰는 건축가 김선동의 오픈 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
김선동
Kim Seondong
대표소장 / 건축사
Architect (KIRA)
M.010-2051-4980
EMAIL ratm82030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