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알바로 시자의 스케치를 보면 참 '개발 새발'이다.
나도 처음 보았을 때 '진짜 성의없다. 볼펜으로 찍찍 그어놓은 것 같은데.
진짜 이 정도는 나도 하겠다'란 생각을 했다.
하지만 거기서 거장의 조형, 거장의 공간이 나온다고 하니 달리 보이긴 했다.
상당히 성의없는 선들이지만 거기에 뭔가 느낌이 있다.
시자가 거장이니 그런 느낌이 나는 건지, 정말로 그런 포스가 있는건지는
솔직히 정확히는 모르겠다.
그래서 나도 비슷한 스케치를 해봤다.
나도 나름 예술가인건지 멍 때리거나 아무것도 안해도 뭔가를 그릴 때가 많다.
손이 쉬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이것도 며칠 전 기말 크리틱을 하다가
쉬는 시간에 조금씩 그려본 것이다.
볼펜으로 그리면 수정이 안된다. 그래서 좀 마음에 안들어도 그냥 밀고 나가야 된다.
그래서 또 그 나름의 맛이 생긴다. 즉흥 연주곡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이미 연주를 해버렸기 때문에 수정도 안되고, 이미 해 놓은 연주에 맞춰
다음 연주도 밀고 나가야 한다.
그래서 그에 맞춘 순발력, 센스가 길러지는 것 같기도 하다.
얇고 긴 장방형 메스가 3개 쌓이면 어떨까 해서 그려보았다.
외부 계단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메스 아래 하부공간을 활용하기도 한다.
아래 스케치가 좀 더 적극적인 형태이다.
민우식 건축가의 홈페이지를 가보니 다양한 스케치와 모형사진이 인상적이었다.
그런 스터디 속에 그의 감각이 길러진 것이리라.
나 역시 수련을 멈추어선 안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