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미래지향적인 스타일의 건물을 그려보았다. 이런 형태는 무엇을 그려도
조금은 자하디드 같기도 하고, 비정형적인 느김이 난다.
하지만 그다지 만들기 어려운 지오매트릭은 아니다.
그러니 최대한 모던한 냄새가 나도록 만들어 보려고 했다.
결과적으로는 그 중간쯤 어딘가의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처마와 차양, 천창을 모두 동원해서 여러 겹의 빛이 들어오는 실내 공간이 되면 어떨까 생각했다.
누군가 나에게 스케치를 컨셉을 가지고 그리냐고 물어보았다.
사실 난 손 가는대로 그린다. 그냥 연필 잡고 뭐라도 그리자는 심정으로 그려본다.
아주 옛날, 꼬마였을 때 나는 거의 매일 만화를 그렸다.
그 때 컨셉을 가지고 그렸냐고 하면 당연히 아니다.
통키가 유행하면 통키를 그렸고, 그랑죠가 유행하면 그랑죠를 그렸을 뿐이다.
지금은 최대한 습관처럼 스케치를 하고 있지만, 그것이 뭔가 거창한 생각을 담고 있느냐고 하면
그건 절대 아니다. 그냥 감각을 기르기 위해서 한다고 해야 맞는 것 같다.
매번 뭔가 거창한 컨셉을 가지고 하려면 도저히 못할 것이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다. 너무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어깨에 힘주고 달려들려고 하면
될 일도 안되는 것이다. 일단 시작을 하기가 너무 힘들다.
그냥 일단 시동 걸고 나서야 한다. 시동 걸기 전에 준비 동작이 너무 길면 시작조차 못하게 된다.
그 분에게는 일단 좋아하는 건물 베끼기부터 하라고 말씀드렸다.
그게 가장 쉽기 때문이다. 나도 그랬고.. 만화를 그리던 시절에도 그랬던 것 같다.
손오공 강백호를 수십 수백번을 그린 듯 하다..ㅎ
일월도 벌써 마지막이다. 2023년 시작한다고 하고 벌써 1/12이 날아갔다.
정신 바짝 차리자. 하루 하루 그냥 살면 안된다.
무엇을 할지 명확히 생각하고, 그것을 이루면서 살아가야 한다.
그런 삶과 그렇지 않은 삶은 결과적으로 천지차이가 난다.
'건축가의 습관' 저자
www.openstudioarch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