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강 작가님이 무려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는 기사가 떴다. 진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내가 그에 대해 딱히 뭔가 언급할만한 자격이 있는건가.. 싶긴 하다. 10여년 전에 맨부커 상을 받았다고 해서 '채식주의자'를 읽어보긴 했는데, 뭔가 '내용이 좀 어렵고, 급진적이고, 솔직히 좀 괴팍하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난 영화를 볼 때도 그냥 기분 좋아지는 해피엔딩 형 영화를 선호하는 편이라, 소설마저 그런 것은 좀 마음에 안 와닿았던 것 같다. 그렇게 그의 진가를 몰라봤던 내가 새삼스럽게 '축하합니다'란 식의 글을 올리는 게 맞는건가 싶긴 하다. 예를 들자면 드래곤볼 작가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내가 드래곤볼 그림을 수없이 따라 그렸기 때문에 '나도 그 분을 추모할 입장 정도는 되지'란 생각이 들었는데,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땐 '내가 이 분을 축하할 입장이 되나'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사실 나는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을 듣고 다른 한 사람이 생각났다. 몇 개월 전에 글쓰기에 관한 인터넷 강의를 같이 찍었던 김수지 작가님이란 분이 있는데, 이 분이 말 그대로 '빠'에 가까운 한강 팬이었다. 이틀이나 같이 동영상을 찍는데 그 분의 책도 안 읽고 찍기가 미안해서 이 분의 책을 구해서 읽어보았는데, 거짓말 안하고 한강 작가를 언급하는 부분이 7~8 군데 이상 등장했다. 그것도 엄청난 찬사를 섞어서. 강의에서도 한강 작가가 엄청나게 자주 등장했다. 그래서 속으로 '한강 작가가 그렇게 글을 잘 쓰는 건가?'라고 생각 했었더랬다. 오죽하면 와이프한테 '한강 작가가 그렇게 글을 잘 쓰나?'라고 물어볼 정도였다. 참고로 이 동영상은 내 얼굴이 나온다는 것이 너무 쪽팔려서 다시는 보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 그 한강 작가님이 노벨 문학상을 탔다는 뉴스가 나왔다. 역시 김수지 작가님은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될 사람의 진가를 제대로 알아본 것이다. 나 역시 '음.. 역시 대단한 작가가 맞긴 맞았구나..'라고 인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엄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보다 한강 작가님의 소설을 읽어보자..란 생각이 들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의 열성 팬 김수지 작가님의 앞으로의 좋은 글과 활발한 활동 기대하고 응원하겠습니다.
더불어, 건축계의 이야기도 좀 하면 어떨까 싶다. 난 솔직히 이 노벨 문학상 소식을 듣자 마자 '건축계는 노벨상 격인 프리츠커를 도대체 언제 탈거냐?'란 이야기가 또 불거질가봐 걱정이 된다. 솔직히 약간 짜증이 나는 수준이다. 프리츠커 소식이 들릴 때 마다 '일본은 9개 탈 동안 우린 뭐했냐'는 식의 이야기를 보는 것에 피로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자, 우리나라는 노벨상도 이제 겨우 2개 탔다. 그것도 하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화상이다. 그만큼 각종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노벨상을 타지 못하고 있다. 물리학상, 경제학상, 화학상.. 전부 다 못탔다. 뭐 수학 부분은 그에 버금간다는 '필즈 상'을 허준이라는 재미 수학자가 탔다고 알고 있다. 그러니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우리나라의 건축 분야가 경제, 화학... 분야보다 발전되었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그리고 오늘처럼 아무도 예측 못한 어느 그 날에 우리나라가 탈 지 누가 아는가? 조민석 건축가가 서펜타임도 해냈다. 이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면 언젠간 타지 않겠는가. 그러니 그 날이 오면 수상자를 너무 샘내거나 부러워하지 말고 진심으로 축하해주자. 솔직히 말하자면 난 이미 글렀다(^^;;). 그 정도 해내려면 내 나이쯤 되서 이름을 널리 날리고 있어야 하는데, 난 좀 힘들 듯 하다. 난 그냥 보통의 건축가, 그러면서 나의 가족, 나를 아는 사람에게 좋은 건축가로 인정받는다면 그것으로 괜찮을 듯 하다.